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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인종, 계급
여성, 인종, 계급
  • 최승우
  • 승인 2022.09.02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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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 황성원 옮김 | 아르테(arte) | 400쪽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

여성, 흑인, 퀴어, 공산주의자, 감옥산업복합체 폐지 운동가…
2020년 『타임』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저항의 아이콘, 앤절라 데이비스가 쓴 교차 페미니즘의 고전

미국 인권 운동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억압받는 자들을 위한 저항의 아이콘, 앤절라 데이비스(Angela Y. Davis)의 대표작 『여성, 인종, 계급』이 출간되었다. 앤절라 데이비스는 20세기에 폭발적으로 일어난 미국 민권운동(民權運動)의 지도자이자 젠더·인종·계급 차별이 교차되어 작동하는 방식을 포착한 탁월한 이론가다. 그의 급진적인 사상과 거침없는 언행은 마틴 루터 킹, 말콤 엑스와 더불어 20세기 인권 투쟁의 상징이었다. 1970년, 법정 인질·살인극에 연루된 데이비스가 ‘FBI 긴급수배 명단’에 올라 도피 생활을 할 때, 미국 전역의 집과 가게에는 이런 문구가 걸려 있었다. “앤절라, 나의 자매여, 당신을 환영합니다.”

데이비스의 저작 중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되는 『여성, 인종, 계급』은, 개인의 정체성은 다양한 사회적 측면들이 중첩되고 상호작용하여 규정된다는 ‘상호교차성’ 개념을 다룬 초기 교차 페미니즘 저작이자, 흑인·여성운동 모두에서 소외된 흑인 여성의 경험을 조명한 블랙 페미니즘의 고전이다. 흑인 여성 운동가의 관점에서 노예제 반대 운동과 여성운동의 역사를 기록한 이 책은 20세기 미국사를 서술한 역사서로도 탁월하다.

BLM 운동의 열기가 여전히 뜨겁고 약자들의 권리 투쟁에서의 ‘우선순위’를 둘러싼 갈등 역시 계속되고 있는 오늘날, 앤절라 데이비스의 삶과 저작은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라는 단순하고 분명한 진리를 우리에게 전해줄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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