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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견: 원자력 특집의 이필렬 교수의 글(교수신문 제388호)을 읽고
독자의견: 원자력 특집의 이필렬 교수의 글(교수신문 제388호)을 읽고
  • 갑산 외
  • 승인 2006.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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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근거 없다”… “신념 차원의 논의 필요”

이필렬 교수의 글 잘 읽었다. 그러나 원자력에 대한 반대 논리는 아전인수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몇 가지 예를 들겠다. 먼저 부제로 되어있는 “매년 60조 투자”라는 부분은 정말로 멋대로의 가정에 따른 멋대로의 숫자이다. 왜 5년의 기간 안에 석유를 원자력으로 대체한다는 가정을 세웠는가. 너무 의도적인 왜곡이 아닌가. 그 어떤 에너지가 5년 아니면 10년 안에 석유를 완전하게 대체할 수 있겠는가. 50년에 걸쳐 대체한다면 매년 6조의 투자가 되는데, 이 정도라면 괜찮을 것인가.


석유든, 석탄이든, 원자력이든, 재생에너지이든 현재의 구조는 서서히 바꿀 수밖에 없고, 한쪽에 돈을 투자하면 다른쪽은 비용이 줄어드는 것이다. 적어도 양식있는 학자라면 동일한 가정을 재생에너지에 적용할 경우의 비용이라도 함께 제시했어야 할 것이다. 그 다음 “50년이면 우라늄 고갈”이라고 한 부분은 왜곡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애써서 다른 한쪽을 외면하고 있다고 본다. 즉 현재 추정하고 있는 우라늄 매장량은 현재의 관점에서 경제적인 측면을 고려한 매장량이라는 것이다. 석유값이 오르고, 우라늄값이 오르면 우라늄 확인 매장량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마치 석유 확인 매장량이 수십년 동안 줄어들지 않았듯이 말이다.


그리고 고속증식로(액체금속로 등)가 도입될 경우에는 우라늄 활용 가능 기간이 1000년 이상으로 증가하므로, 실질적인 측면에서 우라늄 자원 고갈 문제가 해결된다. 현재 고속증식로는 경제성 측면에서 경수로나 중수로에 뒤져있으나, 우라늄 가격이 대폭 올라가고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이 개발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석유, 석탄, 원자력, 풍력, 태양광 등은 모두 소중한 에너지 자원이다. 화석연료 소비를 점차 줄이고 재생에너지 소비를 점차 늘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공급 불안정성과 고비용으로 인해 짧은 기간 안에 주력 에너지로 자리잡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필렬 교수의 글에서 이러한 이야기는 찾기 어렵다. 지난해의 정부 연구개발 예산에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부분을 비교하고, 에너지 공헌도를 비교해보기 바란다. 재생에너지 정책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좀더 균형있는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ID: 갑산

이필렬 교수 의견에 반대 의견을 던지신 분들 주장에도 공감할 면이 적지는 않다. 그러나 그분들 주장에서 가장 우려할 만한 부분은 지금 현 시점의 에너지 사용을 전혀 줄이지 않고, 이를 다른 에너지로 보충하려고 한다는 점에 있다.

환경론자들이 실제로 주장하는 에너지 대안에는 단순히 대체 에너지로 모든 에너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정된 지구 자원을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원자력(우라늄)은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그 사용량에 원천적 제한이 있다.

이 부분에서 그것이 화석연료가 되었든 원자력(우라늄)이 되었든 근본적으로 어느 것도 완벽한 에너지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에너지들은 사용 후 남는 ‘쓰레기’가 존재한다. 화석연료는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가, 원자력에는 핵폐기물이 남게 되는데, 특히 원자력 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핵폐기물은 그 처리에 있어서 에너지를 얻어 쓴 기간의 몇 십, 몇 백배의 기간이 필요하다.

재생가능 에너지를 쓰자는 말은 현재와 같은 수준의 에너지가 재생가능 에너지로 100% 대체 가능하며, 100% 더 경제적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더 근본적인 방식으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아끼자는 문제제기가 함께 있는 것이다.

단기간에 화석연료를 대신할 에너지는 재생가능 에너지보다는 원자력이 더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이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안은 원자력으로 달성할 수 없다는 점 역시 확실하다. 첫걸음을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이냐 하는 데 합의를 만들려면 사실 관계와 아울러 가치와 신념의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ID: 개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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