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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사: 배와 바다
학이사: 배와 바다
  • 오진석 한국해양대
  • 승인 2006.03.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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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석/한국해양대·선박전자
 
중국에 관련된 뉴스가 나의 입가에 의미 없는 미소를 머금게 하는 것은 어린 시절의 상상과 꿈이 현실 속에서 얼마나 마음을 저미게 하는 것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국 원양 어선에 승선한 중국 선원의 전직이 초등학교 교감 선생님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주위의 많은 분들이 동정 어린 질문을 많이 했다. 학교 선생님을 하면 편하고 돈을 많이 받을 것인데 왜 선원생활을 하면서 고생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 이였다. 우리나라도 1970년대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업한 신입 사원의 월급에 비해 선박에 근무하는 해기사의 월급이 5배 이상 많았다. 이러한 이유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진 유능한 젊은이들이 해기사가 되기를 희망하였다.

바다가 무서워 해수욕장에도 가지 못하던 나였지만, “노인과 바다”라는 책을 읽고 난 후, 자신감과 용기와 함께 할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해운회사에서 선박의 다양한 시스템을 몸으로 배우면서 기계들을 제어하는 선박자동화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선박은 인간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계들이 대부분 탑재되어 있으며, 더불어 바다의 특수한 환경에서 목적지로 항해하는데 필요한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선박을 구성하고 있는 시스템을 대별하면 항해에 관련된 위치, 항로 등을 제공하는 항해시스템, 추진동력, 전력, 보일러, 보조기계 등으로 구성된 기관시스템, 통신에 관련된 통신시스템으로 나눌 수 있다. 지금은 통신 분야를 항해시스템에 포함하여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석탄을 원료로 선박을 운항하던 시절에는 자동화의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그 이후 선박에서 운용되는 다양한 추진관련 기계들의 운전상태를 감시하고, 제어할 수 있는 기관제어실(control room)이 설치되면서 선박이 자동화되기 시작하였다. 초기의 기관제어실을 구성하던 제어방식은 가정에서 전구를 On-Off할 때 사용하는 스위치와 릴레이 등을 조합한 전기적 계전기군(시컨스 제어시스템)으로 구성하였다.  

현대는 8,000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동시에 실고 항해하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 30만 톤의 기름을 실을 수 있는 탱커선, 대형 LNG 선박 등이 바다를 운항하고 있다. 이러한 선박은 2단계 이상으로 선박을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는 선박자동화 시스템이 필요하다. 선박을 안전하게 운항하기 위해서는 선박에 탑재된 모든 장비를 자동으로 제어 및 관리 할 수 있어야 한다. 첨단화 및 대형화된 선박을 정밀하고 안전하게 제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기적 계전기군으로 구성된 시컨스 기반의 제어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언젠가 내가 받은  질문이 생각난다. “배는 밤에 어디서 쉬지요? ”

오늘날 자동화된 선박은 야간에 기관실을 제어 감시하는 엔지니어가 없는 무인화 상태로 운항을 한다. 이러한 자동화 선박은 각각의 기계를 제어 관리하는 서브시스템을 통합하여 제어 관리하는 SCMS(Ship Control and Management System : 선박제어관리시스템)로 구성된다. SCMS는 컴퓨터 제어체계를 기반으로 구성되며, 대부분의 제어가 화면상(screen control)에서 수행됨으로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기계를 쉽게 제어관리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의 1/10 정도의 인구를 가진 노르웨이가 세계최고의 선박자동화 기술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선박을 승선한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선박건조 측면에서 1위이다. 그러나 선박자동화 같은 핵심 요소기술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선박 자동화는 IT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세계최고의 선박 분야 기술력을 가졌던 영국과 닮지 않은 일본은 첨단 조선기자재 분야의 핵심 기술을 보유함으로써 우리보다 월등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2006년도 새 학기가 시작되면 인터넷, 게임 등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IT를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는 선박자동화 분야를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지 걱정이 된다. 만화 같은 교재를 개발하고, 낭만의 유람선 같은 선박에서 선박자동화 시스템에 관련된 실습을 하며, 가상공간에서 선박체험을 할 있는 묘안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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