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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시인 김숭겸·율곡의 제자 최전을 만나다...‘지역 고전학’ 총서 발간
천재 시인 김숭겸·율곡의 제자 최전을 만나다...‘지역 고전학’ 총서 발간
  • 김재호
  • 승인 2022.08.31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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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지한국문학 총 400종 목표로 지역 고전학 발간할 계획
김승룡 부산대 교수, 정우락 경북대 교수 등 4인 기획 참여

지역의 한시(漢詩) 대가 10명의 작품집이 최근 출간됐다. 지만지한국문학은 요절한 조선의 천재 시인 김숭겸(경기 양주)과 율곡의 제자로 명나라에서도 절찬받은 시인 최전(경북 문경) 등 그동안 ‘중앙’의 그늘에 가려졌던 지역고전학을 발굴해냈다. 이번 기획은 총 400종을 목표로 영남학, 호남학, 기호학 등의 지역 고전학을 폭넓게 발굴해 체계적으로 연구, 발간할 계획이다.  

 

지만지한국문학은 지역 고전학을 총 400종까지 발간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간된  『가암 시집(可庵詩集)』 등 10종의 표지. 이미지=지만지한국문학

한국 고전문학에 ‘탈중앙’ 바람을 일으킬 이번 지역고전학 총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관방학자들의 글을 주류로 받아들이던 풍토에서 벗어나 한국문학의 진수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려는 시도다. 지역고전학 총서 기획에는 정우락 경북대 교수(국어국문학과), 강정화 경상국립대 교수(한문학과), 박순철 전북대 교수(중문학과), 김승룡 부산대 교수(한문학과) 등 이 분야 권위자들이 기획위원으로 참여했다. ‘고립된 외딴섬’으로 치부돼 존재 가치조차 갖지 못했던 지역 고전학 작품들이 빛나는 문화유산으로 재탄생 될지 주목된다. 

기획을 총괄한 김승룡 교수는 “각 지역의 문화 자산을 발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학문적으로 축적해 다음 세대에게 더 다양하고 균형 있는 문화를 전승함으로써 지역 고전학의 초석을 닦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기획의 목적”이라면서 “최대 400종까지 확대해 전국적인 학문 지도를 완성해 나가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김 교수는 “‘지역’은 인간의 삶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장소이며 시간과 공간의 좌표에 의해 구분되는 인간적, 인문적 영역”이라며 “지역은 지금 이곳의 다른 말”이라고 말했다. 고전은 시간과 공간에 의해 1차적으로 규정을 받으며, 지금 이곳을 우리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로 전달할 수 있는 텍스트라는 점에서 “고전은 철저하게 ‘지역’에 복무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지역’을 중심과 상대되는 주변으로 환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 고전학 총서는 각 지역별 주요 학자들과 각 지역 도시의 학맥을 중심으로 학문 연원을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을 우선 선정한다. 이번에 발간한 지역 고전학 1차 총서는 모두 10권이다. 경북 예천 지역의 선비 가암 전익구의 시 81수를 소개한 『가암 시집(可庵詩集)』(경북 예천), 19세로 요절한 조선의 천재 시인 관복암 김숭겸의 『관복암 시고(觀復菴詩稿)』(경기 양주), 양산 통도사 구하 스님의 『금강산 관상록(金剛山觀賞錄)』(경남 양산), 영남의 학풍을 진작하고 계승하기 위해 애쓴 목재 홍여하의 『목재 시선(木齋詩選)』(경북 상주), 지역 선비 조정규가 중국을 다녀오며 기록한 글들을 모은 『서천 시문선집(西川詩文選集)』(경남 함안), 율곡 이이의 제자이자 신동으로 유명했던 최전의 『양포유고(楊浦遺稿)』(경북 문경), 전북 고창의 선비 황윤석의 『이재 시선(頤齋詩選) 1』(전북 고창), 울산 최초의 대과급제자로 18세기 울산을 대표하는 학자 이근오의 『죽오 시선(竹塢詩選)』(경남 울산), 일제 강점기를 버티며 1700여 수의 한시를 남긴 회봉 하겸진의 『회봉 화도시선(晦峯和陶詩選)』(경남 진주), 근대 한문학자 후산 정재화의 『후산 시문선집(厚山詩文選集)』(경북 성주). 

지만지한국문학은 현재 번역 작업에 들어간 조수도의 『신당일록(新堂日錄)』 등 14종을 내년 상반기에 2차 지역 고전학 총서로 출간할 예정이다. 조수도는 조선 선조 때의 문인으로 경북 청송 출신이다. 

지역 고전학 총서 기획 위원회는 "지역의 한문 고전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삶을 보여 주는 텍스트였던 것"이라며 "우리가 ‘지역’과 ‘고전’을 하나로 붙이고, 지역의 모든 인문적, 인간적 생산물을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획 위원회는 "우리는 ‘지역’에서 생성된 텍스트에 생명을 불어넣고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소중하게 발굴하고 겸손하게 살피고 애정으로 복원해 21세기 한국 사회의 지적 자산으로 확보하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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