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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심사비로 거액 요구 … 심사평도 학생이 작성
논문심사비로 거액 요구 … 심사평도 학생이 작성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03.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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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_예체능계의 타락한 연구풍토

아직까지 일부 예체능계 대학에서는 교수가 학생에게 부당하게 돈을 거둬들이는 문화가 온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부적절한 사제지간의 관계 속에서 연구 풍토도 동반타락해 단행본 출간, 논문 발표에 있어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학계의 자성노력이 필요한 때다. /편집자주

박사학위 심사과정에서 지도교수가 제자에게 거액의 거마비를 요구하는 일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경기도 한 예체능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A 씨의 양심선언에 따르면, 박사논문 심사를 위해 심사위원 교수들에게 거마비를 지출할 것을 요구받았으며, 부당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A 씨의 경우 논문심사위원이 외부 심사위원까지 포함해 총 5명이었고, 1차~3차까지 진행되는 심사과정에서 총 5백만원 이상의 비용이 지출되었다. 우선 1차 심사 때 심사위원 전원에게 각각 50만원씩 지불했고, 2차와 3차에는 각각 10만원씩 심사비를 지급했다. 뿐만 아니라, A 씨는 “매 심사 때마다 식사대접을 요구받아 식사비용으로 총 1백30~1백40만원과 술값도 별도로 지불하였으며, 몇몇 선생님들께는 대리운전 비용까지 대 주어야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결과적으로, A 씨는 원칙상 학교 측에 제출하기로 되어있던 논문심사비용과는 별도로 과도한 금액을 지불해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학과선배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되어 강요되었다”. A 씨는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정도보다 심사비를 적게 지출할 경우 심사회수가 늘어날 것을 각오해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심사에 통과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행태는 해당학과 예비 박사생들 전원에게 예외없이 강요된다고 한다.

물론 박사논문 지도시 현재 책정되어 있는 공식 심사비용에 대해 학계 일반에서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적다”라는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외부 심사위원 위촉과 지도비 명목으로 박사논문 제출자에게 별도의 지출이 요구되는 경우는 종종 있어왔다.
서울 ㅈ 대학 사회계열의 한 학과의 경우 박사학위 논문심사 때 “외부심사위원 2명에게 30만원씩을 별도 지급했다”고 하며, 서울 ㅅ 대학 인문계열의 박사과정생 역시 “각 심사위원에게 10만원씩 별도 비용을 지출했다”고 한다. 현재 이 정도는 박사과정생들도 수긍하는 등 용인되고 있다. 지방대 교수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거나 지도가 많이 필요한 박사논문의 경우 “이 정도 수고비는 정당하다”라고도 말한다. 

하지만 특정 전공의 경우 거마비가 상식을 벗어난다. 서울소재 대학 예체능계열의 한 교수는 “호텔요리 대접은 기본이고, 보통 심사비로 1회에 50만원이다. 체육·무용전공 선생들은 이런 정도는 관례로 여기고 있으며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의 A 씨는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을 내가 직접 작성했다”라고 해 실질적인 지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고발함으로써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또한 제대로 된 지도를 전혀 받지 못한 상황에서 논문집필 자격을 얻기 위한 등재(후보)지 논문발표에 있어서 지도교수가 “강제”로 공저자에 이름이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A 씨는 “논문학기가 되면 지도교수가 굉장히 고압적인 자세로 나”올 뿐만 아니라, 심지어 한 학과 교수는 “수업 시간에 자신의 이름을 공저자로 넣어줘야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다”라고까지 말해 근절되지 않는 비상식적인 학계의 관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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