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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추천하는 테마가 있는 국내여행
전문가가 추천하는 테마가 있는 국내여행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07.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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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11 11:25:44
어느 광고 문구처럼, 지도위의 대한민국은 작지만 구석구석 다녀보면 이보다 더 크고 아름다울 수 없다. 역사가 숨쉬고 문화가 향기뿜는 이곳 저곳, 발로 딛고 가슴으로 느끼는 이번 여행에는 최완수 간송미술관 실장(사찰), 허경진 연세대 교수(정자와 고택), 한대웅 숲 해설가(숲)가 동행했다

간송미술관 최완수 실장이 꼽은 내마음의 오랜 거처 사찰

굳이 불자가 아니더라도, 바쁜 틈을 비워 찾아간 절에서 우리는 돈주고 살 수 없는 평안과 위안을 얻고는 한다. 일주문을 들어서는 순간 찾아드는 찰나의 고즈넉한 평화와 한나절의 휴식. 골마다 절이 있고 저마다 아름답지만, 한여름의 들끓는 심사를 달래줄 고즈넉한 명찰 다섯 군데를 둘러본다.
쪾경북 김천 청암사 : 하늘을 찌를 듯한 소나무숲에 둘러싸여 훼손되지 않은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古刹로, 전통 講院의 맥을 잇고 있다. 청암승가대학 140명의 비구니 스님들의 강경 소리에 속세의 때가 절로 씻긴다.
쪾충남 서산 개심사 : 자연스럽고 편안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사찰로 널리 알려진 開心寺. 우리나라 사원 건축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대웅전에서부터 세심동까지 한 바퀴 돌고 나면 이름처럼 닫힌 마음이 절로 열리는 곳, 쪾전남 강진 무위사 : 월출산 기슭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무위사는 ‘단순하고 소탈한 아름다움의 극치’라는 찬사가 따르는 유서 깊은 선종 사찰이다. 국보 13호인 극락보전과 빼어난 불화들로 그 가치를 더한다.
쪾경기도 양주 회암사 : 고려말 3대 사찰 중 하나로, 지공화상, 나옹선사, 무학대사로 이어지는 걸출한 선승들이 배출된 곳이다. 넓고 쓸쓸한 절터가 웅장했던 절의 옛 영화를 말해주고 있다. 석등·부도비 등이 절터를 지키고 있다.
쪾강원도 양양 낙산사 : 금강산, 오대산, 설악산, 관동 삼대 명산을 배경으로 산과 바다가 한데 어우러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속세의 고통을 짊어진 관세음보살이 함께 한다는 불국토 사상의 믿음이 굳건히 뿌리내린 관음기도도량이기도 하다.

치열한 전투와 삶이 공존하는 성곽

높은 산에 山城, 낮은 산에 土城, 고을에는 邑城이 있었으니 “고구려 사람들은 성을 잘 쌓고 방어를 잘 하므로 쳐들어갈 수 없다”라고 한 중국인들의 말이 엄살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허물어진 귀퉁이에서 함성과 숨결과 자취가 푸른 이끼로 피어나고 있는 우리 성을 찾아 떠나보자.
쪾경기도 수원 華城 : 지은 지 2백년이 넘은 지금까지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름처럼 빛나는(華) 화성은 학술적 가치 또한 무궁무진해서 성벽 구석구석을 둘러보자면 하루가 모자라다.
쪾충남 서산 해미읍성 : 남아있는 읍성 가운데 가장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는 해미읍성. 둥근 성벽을 따라 걷다보면 옛사람들의 숨결과 함께 병인양요 때 순교한 천주교인들과 김대건 신부의 슬픔이 오롯이 배어나온다.
쪾전남 승주 낙안읍성 : 동글동글한 초가지붕들이 낮게 엎드려 땅과 가장 가깝운 낙안읍성은 성곽 자체 뿐 아니라 성곽이 품고있는 사람 사는 모습들이 더욱 아름답다. 지금도 1백여 가구 3백 여명의 주민들이 옛 모습을 간직하며 살고 있다.
쪾전북 고창 고창읍성(모양성) : 벚꽃 흩날리는 봄날, 고창읍성을 찾은 이들은 꽃과 돌이 그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낼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사람을 짓누르는 웅장함보다 아름드리 바위가 자아내는 아기자기함에 더 가깝다.
쪾경남 진주 진주성 : 임진왜란 때 3대첩의 하나인 진주대첩, 6만여 민, 관, 군이 왜구에게 항전하다 모두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 비운의 장소가 바로 진주성이다. 적장을 안고 남강에 투신한 논개 또한 이곳 진주성과 운명을 같이 했다.

허경진 연세대 교수(국문학)가 추천하는 풍류와 운치여행 정자와 고택

옛사람들이 누리던 유흥은 호들갑스럽거나 과하지 않았다. 풍류와 운치를 맛보는 데는 많은 것이 필요치 않다. 발품을 팔아야하는 조금의 수고와 마음의 여유만 있으면 그뿐. 옛 정자와 고택을 돌아보면서 남들과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여름을 즐길 수 있다.
쪾경남 함양 화림동 계곡 : 경남 함양과 전북 장수를 함께 아우르는 빼어난 풍광의 계곡을 따라 오르면 농월정, 동호정, 군자정, 거연정들이 그림처럼 반석 위에 얹혀있고, 정여창 고택이 반긴다.
쪾전남 담양 소쇄원 일대 : 한국적 정원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소쇄원을 중심으로 송강정, 면앙정 등의 정자와 가사문학관까지, 빼어난 남도 정원문화의 전형을 볼 수 있다.
쪾충남 아산 외암리 민속마을 : 드물게 보존된 집성촌으로, 마을 전체가 민속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이끼 낀 낮은 돌담 너머로 들여다보이는 옛 사람들의 자취에 상업적인 때가 묻지 않아 더욱 좋다.
쪾대전 우암 송시열 공원과 남간정사 : 조선 최대의 유학자 송시열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 산책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쇠락하지 않은 고택의 풍치와 대학자의 자취를 더듬을 수 있다.

숲 해설가 한대웅 씨를 따라서 나는 지금 숲으로 간다

숲을 찾아가는 길은 숲과 벗삼기 위해 가는 길이다. 촉촉히 젖은 숲길을 맨발로 천천히 걷다보면 바람소리, 풀벌레 소리, 온갖 소리가 귀에 감기고 풀향기, 흙향기, 모든 향기가 가슴에 스민다. 난개발의 포크레인 앞에서도 아직 생생히 살아있는 숲을 찾아가보자.
쪾경기도 양평 산음 휴양림 : 용문산을 타고 고개를 넘어가면 조용하고 아름다운 휴양림을 만나게 된다. 경기 북부지역 중 보기 드물게 조용하면서도 빼어난 경관과 휴식처가 함께 모여있다.
쪾경북 울진 소광리 소나무 숲 : 우리나라 토종 금강 소나무숲이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내지르게 한다. 외래종에 점령당한 우리 숲의 현실에서 힘들게 뿌리내린 소나무숲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쪾전남 장성 편백나무숲 : 보기 드물게 개인이 가꾼 숲으로, 규모는 작지만 섬세하게 숲을 가꾼 정성과 편백나무의 생태를 엿볼 수 있다.
쪾강원도 인제 점봉산 천연림 : 유네스코에서 생물보존권 핵심지역으로, 정부에서는 천연림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살아있는 생태박물관’인 점봉산 천연림은 원시림, 희귀식물, 토종물고기의 천국이다.
쪾충북 괴산 미선나무숲 : 우리나라 특산식물인 미선나무의 자생지. 숲이라기보다 작은 꽃밭 같은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갖는 숲이다.

조선 선비문화의 요람 서원

서원은 역사적으로도 건축학적으로도 많은 의미를 가진, 조선시대 선비문화가 이룬 독특한 건축물이다. 선비들의 공부방, 위인의 영정과 교시를 받드는 사묘, 향촌 사회의 도서관 역할까지 했던 지방 학문 교류의 장, 서원. 조선 성리학의 흔적을 더듬고, 학문하는 이의 마음가짐을 돌아보는 계기로 서원답사를 떠나보자.
쪾경북 안동 병산서원 : 안동을 빼놓고서 성리학과 서원을 이야기할 수 없다. 고집스럽게 조선의 선비문화를 지켜가는 안동에는 류성룡을 봉향하는 병산서원을 비롯 퇴계의 도산서원, 김계행의 묵계서원, 우탁의 역동서원 등이 옛 모습 그대로 선비의 기개를 지켜나가고 있다.
쪾경남 하동 옥산서원 : 희재 이언적을 봉향하는 서원으로, 벽면을 터서 외부 경관을 내부로 끌어들여 자연과의 벽을 허무는 개방성을 특징으로 한다.
쪾경북 달성 도동서원 : 도학의 창시자 김굉필이 갑자사화로 생을 마감한 곳으로, 뒤로는 산을 업고 앞으로는 낙동강을 둔 경치가 시원하다.
쪾전북 진안 영계서원 : 전북 지방에서는 드물게 진안군에 서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구산서원, 주천서원, 화산서원과 지방 향교들이 있어 지역문화를 이해하는 답사코스로 좋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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