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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협 평가 거부 잇따라
대교협 평가 거부 잇따라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6.03.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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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평가 예정 대학과 학과들이 잇따라 평가 거부 방침을 밝히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한국고등교육평가원 설립 추진과 맞물려 대교협 평가의 실효성에 의문이 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대교협 5년 주기 학문분야평가 예정 분야는 서양문학, 정치, 행정학, 식품영양학, 전산 및 컴퓨터공학, 정보통신공학, 전기 및 전자공학, 간호학, 음악 등 9개 분야이다.

이 가운데 전산 및 컴퓨터 공학, 정보통신공학, 전기 및 전자공학 등 공학 분야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간호학분야는 한국간호평가원에서 대교협으로부터 재위탁을 받아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한국고등교육평가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교육부가 고등교육평가원 설립 전 과도기 상황에서 민간평가(인증)기구 활성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아직 구체적인 평가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다.

올해 평가 예정인 학문분야 가운데 서양문학분야의 반대가 가장 먼저 터져 나왔다. 한국독어독문학회와 한국불어불문학회, 한국영어영문학회는 지난 2월 23일 일찌감치 ‘공동 입장’을 마련해, 평가 거부 방침을 대교협에 전달했다.

이와 별도로 독어독문학회는 지난 2월 10일 가장 먼저 평가 거부 방침을 대교협에 전달했으며, 이어 불어불문학회와 영어영문학회, 전국영어영문학과장협의회도 2월 23일 별도의 거부 방침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앞서 한국스페인어문학회는 지난 해 12월 대교협에 ‘당분간 평가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우중 한국스페인어문학회장(대구가톨릭대)은 “국립대와 사립대에 대한 정부 지원규모가 다르고, 교육부는 각 대학마다 연구중심인지, 교육중심인지 정하도록 했는데,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평가 유보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 행정, 식품영양, 음악 분야의 관련 학회는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정하지 않았다.

올해로 2주기 평가를 마무리 짓는 대교협 대학종합평가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
올해는 11개 교육대와 13개 국·사립 산업대를 비롯해 31개 일반대가 대학종합평가를 받을 예정이었다. 이미 서울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교협 평가 거부 의사를 밝혀 대교협은 더욱 난처한 입장이다. 평가 불참 의사를 밝혀도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어 다른 대학으로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다.

개교 20주년을 맞이한 포항공대는 기념사업 준비를 이유로 지난해 받기로 했던 대학종합평가를 올해로 연기했다. 포항공대는 서울대가 또 다시 평가 거부를 밝혔고, 대교협 평가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평가에 참여할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포항공대 관계자는 “개교 20주년 사업으로 바쁜 게 사실이지만 내부적으로 확정된 게 없다”면서 “정책적 결정이 필요한 만큼 좀 더 지켜 본 뒤에 3~4월경에 결정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11개 교육대도 올해 대교협 평가에 참여하지 않는다. 올해 대교협 대학종합평가와 교육부 ‘교원기관 평가’가 맞물려 두 가지 평가를 모두 받을만한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서 교육대 교수협의회가 교육부에 조정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28일 11개 교육대 총장들 앞으로 교육부 교원기관 평가만 실시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교육대 교수협의회측의 조정 요청에는 대교협 평가를 거부한다는 공식적인 의사 표명은 없었지만, 대교협 평가는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거부 의사’가 깔려 있었다.

대교협 관계자는 잇따른 평가 거부 사태에 대해 “그동안 대교협 평가를 통해 자기 점검의 기회를 갖자고 대학을 설득해 왔는데 교육부의 개입으로 평가 목적이 불분명해 지면서 평가 실효성마저 흔들려 긍정적 취지 보다 준비 부담만 더 크게 느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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