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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혼란·전문성도 흔들…시스템 재정비 시급”
“정체성 혼란·전문성도 흔들…시스템 재정비 시급”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6.03.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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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대교협 위기,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1982년 설립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 주요 대학들의 대교협 평가 불참, 학회 차원의 평가 거부가 이어지면서 대교협 평가의 실효성은 물론 대교협 자체의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 대학환경 변화에 따른 평가시스템 마련이 주요한 과제로 대두돼 왔지만 변화 요구에 적절히 대응해 오지 못한 결과이다. 이는 평가방법상의 문제이기 보다는 대교협의 구조적 원인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주요 대학의 불참에 따른 유명무실해진 평가 결과, 상명대 채점 오류, 서울대 평가 거부, 독·불·영문학회 공동 거부. 대교협 평가를 둘러싼 잇따른 악재는 교육인적자원부의 고등교육평가원 설립 추진과 맞물리면서 대교협 위기를 부채질 하고 있다.

‘半民 半官’…재정구조의 한계
대교협 위기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대교협의 재정구조를 살펴보면 조직성격을 가늠해 볼수 있다.

대교협 위기의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대교협의 재정구조를 살펴보면 조직성격을 가늠해 볼수 있다.

2005년 세입 결산내역을 보면, 회원교 회비수입 등 자체 수입이 29억여원, 대학종합평가, 학문분야평가 등 국고지원 등 보조급 수입이 30억여원이다. 이전에는 회원대학의 회비가 대교협 재정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3분의 1은 교육부 국고지원금이었으나 학생수 감소에 따른 회비 수입도 줄어 들어 현재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이런 재정구조가 ‘半民 半官’의 조직성격을 낳게 된 것이다.

박영식 전 대교협 회장도 “회원대학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이 되니까 대교협이 사실 별 힘이 없다. 각 대학의 이해와 요구가 달라 통일하기도 어렵고, 어려운 점도 많다”라고 토로한 적이 있다. 이같은 재정구조가 대교협의 조직적 특성을 규정하고 있다. 회원 대학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 교육부 정책에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

이현청 사무총장은 대교협 위기의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대학과 교육부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좁다. 재정구조에서도 대학의 회비와 교육부 지원을 받고 있는데 재정독립의 한계로 인해 활동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대학사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대교협 위상과 관련 있다”

한편에서는 평가 사업을 대교협에 위탁해 국고지원을 하는 교육부의 간섭도 문제로 지적돼왔다. 교육부는 그동안 대교협 평가가 인정 수준을 넘어 대학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도록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겉으로는 대교협이 평가를 전담하고 있어도 교육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평가시스템이 본질적인 문제였다.

이러한 외부의 입김은 교육부 뿐만 아니라 국회 국정감사때에도 불거져 대교협의 독립적인 평가 기능을 확립하는데 걸림돌이 돼 왔다. 

그럼, 왜 위탁사업으로 대교협에 대학평가를 맡겨 놓고서도 교육부는 방치했을까. 회원교를 대상으로 한 온정주의적인 대교협 평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 교육부의 입장이었다. 평가 전문성과 신뢰성이 없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는 대교협 평가의 전문성을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잦은 인사이동, 전문성 향상 저해
대교협 평가지원부장을 지냈던 이영련 강원대 교수는 “대교협 평가는 ‘동료 평가’적 성격을 갖는다. 동료 평가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데 전문성 강화를 위해 평가지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잦은 인사이동으로 전문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1년에서 심지어 6개월마다 돌아가는 순환근무는 전문성을 키워내지 못하는 주 요인이다”라고 지적했다.

대교협 위기, 정체성 재정립 계기로
문제는 대교협의 정체성이다. 평가 목적이 무엇이냐는 지적이 많았는데 교육부 재정지원을 결정하기 위한 것인지, 인정여부를 통해 일정 수준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한편으로 대교협 내에서는 사업중심으로 갈것인지, 정책연구중심으로 갈것인지 갈등을 빚기도 했다.
대교협은 역할도 늘고 다양성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교협 평가의 전문성 향상 및 평가과정에서의 계속된 잡음은 대교협의 시스템 개혁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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