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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에 들어서버린 교육부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버린 교육부
  • 이덕환
  • 승인 2022.08.2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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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이덕환 논설위원.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논설위원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취임 34일 만에 자진해서 물러났다. 교육부는 물론 윤석열 정부에게 남긴 상처가 심각하다. 불명예 퇴진한 전임 장관에 대한 더 이상의 언급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교육부 장관 지명에 연이어 실패한 대통령실에 대해서는 가혹할 정도의 혹독한 비판이 필요하다. 미국 기자의 상투적인 지적에 화들짝 놀라 새 정부의 교육과 방역 전담 부처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인사 추천 담당자에게는 반드시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처음부터 교육부의 업무에 호의적이 아니었다. 인수위의 조직에서도 교육은 없었다. 실제로 ‘과학기술교육분과’에서도 교육 정책을 전담하는 인수위원은 없었다. 과거 교육과학기술부 시절의 과학기술 정책 경험으로 교육정책을 새로 짜겠다는 발상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작년 7월에 국회가 제정한 ‘국가교육위원회법’도 새 정부의 교육부에 대한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어차피 8월 20일부터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한다. 국가교육발전계획과 국가 교육과정, 그리고 교육정책에 대한 의견 수렴과 조정에 관련된 업무는 국가교육위원회로 넘어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초중등 교육 업무는 지자체의 교육감에게 이관된다.

결국 교육부는 허울만 부총리급 부서이지 사실은 국가교육위원회의 간사 역할 이외의 할 일을 찾기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 뜨거운 논란거리가 됐던 ‘취학연령 조정’은 사실 국가교육위원회가 담당할 국가교육발전계획이어야 했다. 

새 정부에서 교육부는 찬밥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교육은 인수위가 제시한 ‘6대 국정목표’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교육과 직접 관련된 국정과제는 ‘담대한 미래’를 위한 ‘창의적 교육’이 고작이다. 디지털 인재 양성, 학습 혁명, 대학의 혁신 허브 구축, 교육격차 해소, 지방대 시대를 열겠다는 화려한 과제들에서는 교육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언론이 ‘교육개혁’이라고 떠들썩하게 꼬리표를 붙이고 있는 대입제도 개편, 대학규제 완화, 유치원과 어린이집 유보통합 등은 인수위가 제시한 110개 국정과제의 소과제일 뿐이다.

윤석열 정부가 임기 초부터 교육 개혁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 근거를 찾기 어려운 것이다. 대선 공약집은 물론이고 인수위가 준비한 국정과제 목록과 취임사에서도 ‘교육개혁’은 찾아볼 수 없다. 아무 준비도 없이 던져놓았던 학제개편 안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교육부가 억지로 끼워 넣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어쩌면 교육부 관료들의 간절한 속내가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

이제는 교육부를 이끌어갈 역량을 갖춘 ‘교육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는 일부 언론의 주장도 그런 현실을 무시한 억지일 수 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과 함께 교육부는 뚜렷한 역할도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부총리급의 교육부 장관에 언제나 ‘교육 정책을 잘 아는’ 전문가를 임명했던 것도 아니다. 교육과 아무 관계없는 정치인 출신 교육부 장관도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교육부가 교육 전문가의 성역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온전하게 길을 잃어버린 교육부가 새 길을 찾아야 한다. 불합리한 대학 입시로 초중등 교육을 망쳐놓고, 어설픈 평가로 대학을 초토화시키는 일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어쭙잖은 교육 전문가보다 오히려 ‘외인부대’의 신선한 시각이 교육부에게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덕환 논설위원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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