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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인 이유
시작이 반인 이유
  • 이영호 인제대
  • 승인 2006.03.0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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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강의시간

▲이영호 인제대 교수 ©

필자는 몇 년 전부터 정신건강론 과목의 책을 저술해 수업계획을 성의껏 구성하고 나름대로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 덕분에 학교에서 주는 최우수 수업계획서 상을 받기도 했다. 이 과목은 사회복지사들이 사회적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의 정신건강을 잘 이해하고 물질적 원조이외에도 심리적 도움(지지해주기, 용기불어 넣기, 역량을 강화하기, 신뢰를 통한 인간의 긍정성을 경험하기 등)을 잘 제공하는데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세와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과목이다.

과목의 특성상 내 스스로의 정신건강 관리를 학생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들려주며 자칫 대학생활 동안 흐트러지기 쉬운 학생들의 정신건강 관리를 스스로 잘 할 수 있도록 돕고자 노력한다. 왜냐하면 타인의 정신건강을 이해하고 돕는 사람이 자신의 정신건강을 잘 관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語不成說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매 학기 마다 개강을 할 때 면 開講辭를 준비한다. 개강사는 이 과목을 신청한 학생들과 전개할 1학기동안 정신건강 관련 지식의 향연에 앞서 던지는 일종의 출사표이자 출정식에 대한 변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학기동안 가르치기에 앞서 학생들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話頭나 방학동안 재미있게 읽은 책의 소개, 여행에서의 경험, 연극·영화·콘서트 등 문화생활에 대한 후기 등이 주 메뉴이다. 차분히 최근 2~3개월의 생활을 돌아본 개강사를 읽으며 듣고 있을 학생들을 가만히 떠 올려 본다. 강의를 신청한 학생들의 고마운 얼굴과 순수한 눈빛과 함께. 그래서 나는 매 학기 개강이 기다려진다. 내가 가르칠 학생이 보고파진다. 그래서 개강 첫날은 가능한 멋지게 폼을 내고 집을 나선다.

이렇게 한 학기는 시작된다. 시작이 좋으면 많은 경우 끝도 좋은 법이다. 자연히 한 학기 수업평가 또한 매우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준비하는 것에 대한 시범이자 모범을 줄 곧 보이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수업은 줄곧 심포지엄, 즉 ‘지식의 향연’처럼 이루어진다. 필자의 현재 임상 경험, 최근 관련 지식, 사회에서 쟁점이 되는 정신건강문제 등을 가르치면서, 그리고 학생들끼리 치열하게 토론을 하게 하면서 ‘앎’의 역동적 흐름에 기꺼이 즐겁게 참여하는 축제의 교실이 되도록 한다. ‘어찌할 수 없으면 기꺼이 즐겨라!’ 라는 구문을 필자는 학생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주며, 모델링하도록 한다. 한 마디로, 열심히 공부(일)하고 또 멋있게 쉬라는 것을 강조한다. 아울러 그 '조절'은 오로지 자기 자신의 몫이며 아무도 대신해 주지 못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그래서 한 학기 내내 필자와 학생은 지겹지 않다. 또 다른 차원에서 필자는 매 학기 다른 학생들, 다른 느낌, 계속 같은 자리지만 나와 호흡을 맞추는 학생들이 달라지는 것도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정신적 이완’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몸도 편안해지고, 순간적인 집중력도 높아져 도움이 된다. 한 학기 내내 계속되는 강의는 마치 한 손에 새를 붙잡고 자신이 생활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수업에 많은 것을 주려고 손에 힘을 주면 새는 숨이 막혀 죽고, 조금이라도 매너리즘에 빠져 손에 힘을 빼면 느슨해져 새는 날아간다. 강의는 자신이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를 하며 시작의 문을 여닫는 ‘지식의 축제’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스스로의 정신건강을 돌볼 줄 아는 역량은 학생의 꿈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학생의 숨겨진 비전을 발견해 주는 사람, 그 꿈과 비전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 함께 이루어가는 사람, 진정한 인생의 멘토라는 '위대한 동반자'인 교수에 의해 강화될 수밖에 없다. 오늘의 대학 현실과 여건의 부박함 속에서도 교수 스스로의 정신건강을 잘 관리하는 것이 현명한 스승이자 우리 사회와 문명을 발전시켜나가는 건각들을 잘 길러내는 위대한 업적이라는 것에 추호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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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2006-03-05 19:28:13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싶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