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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02] ‘바다의 한우’, ‘생선 계의 꽃등심’, 메로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02] ‘바다의 한우’, ‘생선 계의 꽃등심’, 메로
  • 권오길
  • 승인 2022.08.17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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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로
메로란 파타고니아이빨고기(Patagonian toothfish)와 남극이빨고기(Antarctic toothfish)를 묶어 부르는데, 여기서 파타고니아는 아르헨티나 남부지방의 이름이다. 사진=위키미디어

내일이라도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두 노인이 자식들이 다 나가버린 ‘빈집(empty nest)’에 살고 있다. “팔십에 마누라한테서 밥 얻어먹는 것은 노인의 최고행복이다.”라는 말이 실감 난다. ‘단현(斷絃)’이란 말은 부부(夫婦)를 뜻하는 금슬(琴瑟)의 줄이 끊어졌다는 뜻으로, 아내의 죽음을 이르는 말이다. 상배(喪配)는 절대로 안 될 일이지만, 만일에 상처(喪妻)하고 혼자 살아남게 된다면 어쩌나 하는 방정스러운 생각이 항상 머리에서 맴돈다. 음식 요리라곤 라면밖에 못 하는데~~~. “홀아비는 이가 서 말이고, 홀어미는 은이 서 말이다”라 했고, 또한 평균해서 부인이 죽고 3년 후에 남편들이 따라 죽는다는 것이 세계적 통계라고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집사람도 팔순 넘으니 밥하기를 무척 겨워하고 힘들어한다. 그래서 홈쇼핑 음식을 가끔 사 먹기도 하는데, 얼마 전에는 ‘메로’를 주문하여 노릿하게 구워주기에 맛있게 먹었다. 일식집에서 밑반찬으로 주는 메로구이가 아니던가. 사실은 우리나라 원양어선들이 남극 가까운 곳에서 메로나 크릴 씨를 말려 국제적 비난을 받아왔으며, 메로 물고기는 주로 기술 좋은 일본, 한국 배가 잡는다고 한다.

메로란 파타고니아이빨고기(Patagonian toothfish)와 남극이빨고기(Antarctic toothfish)를 묶어 부르는데, 여기서 파타고니아는 아르헨티나 남부지방의 이름이다. 이들 메로 고기를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칠레 농어’로, 스페인에서는 ‘검은 대구(Merluza negra)’로, 일본에서는 스페인어 ‘Merluza’를 ‘메로(mero)’로 불렀고, 우리는 일본을 따라 메로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小鱗犬牙南極魚(소린견아남극어)라 부르니 “작은 비늘에 큰 어금니(犬牙)를 가진 남극 고기”란 의미이다.

파타고니아이빨고기(Dissostichus eleginoides)와 남극이빨고기(Dissostichus mawsoni)는 남극해(southern ocean)에 서식할뿐더러 같은 속(屬, genus)이라 두 종은 매우 흡사하다. 그리고 메로는 2개의 긴 측선(側線, lateral lines, 옆줄)이 있고, 또 위턱 이빨이 상어 이빨처럼 2줄로 배열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남극암치과(Nototheniidae) 어류로, 농어목에 속하는 조기 비슷한 어류이다. 남극해와 남반구 남쪽 심해에서만 사는 희귀 어종이고, 고기 살이 우윳빛으로 칠레, 아르헨티나 뉴질랜드 주변 등의 남태평양과 남극해에 광범위하게 분포한다. 저온인 바다에 생활하기 때문에 살갗과 피에는 부동(不凍)단백질(antifreeze glycoproteins)을 보유하고 있다. 비늘이 작고, 맛과 향이 좋을뿐더러 영양이 풍부해서 미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부쩍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한다. 

암튼 이빨 고기들은 마릿수가 무척 줄어서 멸종위기종이 되고 말았다.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협약에 따라 여름철 어획 금지, 어선의 크기 제한, 그물눈(코)의 크기를 조정하지만, 생선이 워낙 비싼지라 세계소비량의 80%는 불법 어획된 것으로 본다. 

파타고니아이빨고기는 수심 70∼1,500m에서 서식하는 심해어종으로 남극이 가까운 섬 지역의 1~4℃의 냉수에 산다. 사고파는 상업용은 7~10kg 정도이지만 아주 큰 놈은 2.5m에 100kg이나 된다. 겨울철에 심해에 산란하고, 알과 치어(稚魚)는 먼바다에서 떠다닌다. 그러나 한마디로 심해어이기 때문에 아직 산란, 발생 등의 연구가 제대로 되지 못한 상태라 한다.

몸은 옆으로 납작하며 눈은 상대적으로 등 쪽에 치우친다. 양턱의 이빨은 송곳니처럼 날카롭고, 위턱에는 2겹으로 배치되었으며, 아래턱 이빨은 약간 듬성듬성 난다. 몸은 전체적으로 회갈색이고, 암갈색 반문(무늬)이 나타나며, 머리 꼭대기 부분에는 비늘이 없다. 치어 때는 어린 물고기를 먹고(piscivorous), 성어가 되면 오징어, 물고기, 갑각류 따위로 다양해진다. 대신 향유고래(sperm whale)나 바다사자, 거대오징어의 먹잇감이 된다. 

메로 생선에는 오메가-3 지방산(omega-3 fatty acid) 함량이 높아 성인병 예방효과가 있다 한다. 메로에 들어있는 EPA와 DHA는 혈중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두뇌 기능을 활발하게 하며, 혈중지방을 감소시켜주고, 혈전생성을 억제하는 등에 도움이 된다. 비림이 적고, 맛이 담백하며, 또한 지방이 적당히 들어있기 때문에 생선 살이 물렁하다. ‘바다의 한우’, ‘생선 계의 꽃등심’이라 불릴 정도로 고급이며, 스테이크․회․초밥․매운탕․튀김들로 쓰인다. 

거대한 물고기로 머리(두개골)가 매우 크다. 보통 행동이 매우 느리지만 바다표범 같은 포식자가 나타나면 벼락같이 도망친다. 일부 뼈는 연골이고, 부레가 없는 대신 비축된 지방의 부력으로 몸이 뜬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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