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0:20 (금)
최종 옥중 통신
최종 옥중 통신
  • 최승우
  • 승인 2022.08.14 20: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이도지 마사시 지음 | 강문희·이정민 옮김 | 에디투스 | 436쪽

한국이 박정희 유신 독재로 숨죽이던 1974년 8월 30일, 일본 수도 한복판에서 폭탄이 터진다. 도쿄 마루노우치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건물에 시한폭탄을 설치한 것은 스스로를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 ‘늑대’ 부대라 칭한 사람들. 이 사건으로 8명이 사망하고 165명이 다치는 비극이 발생하였다. 이듬해 5월, 폭파를 실행한 부대원들은 체포되었고, 중심 인물인 다이도지 마사시는 사형 판결을 받는다.

비록 사건의 비극적 결과로 인해, 일본인으로 자국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특히 아시아-태평양 전쟁 전과 후를 통틀어 아시아에 경제 침략을 자행한 일본의 대표 기업을 응징하려 했던 이 사건의 기억은 억눌려 왔지만 일본 전후 현대 정치사에 박힌 유리조각과도 같다. 두 해 전 상영된 다큐멘터리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 사건을 정면에서 다루고자 한 시도라면,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된 『최종 옥중 통신』은 사건의 중심 인물이었던 다이도지 마사시가 긴 재판 끝에 1987년 최고재판소에서 사형이 확정된 날로부터 10년이 지난 1997년에서 2017년 5월 도쿄 구치소의 병동에서 투병 끝에 죽기 직전까지 옥중에서 쓴 편지와 말년의 심정이 응결된 하이쿠들이 담긴 최후의 기록이다.

전혀 사건의 맥락은 다르지만, 아베의 죽음 이후 일본은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일본 정치사의 내면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모순된 사회를 바꾸고자 했지만 자신의 실천의 불행한 결과로 인해 매순간 괴로워했던 한 인간의 숨결과, 피 흘리는 유리조각이 된 그의 존재가 읽어낸 일본 사회의 내면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