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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불·영문학회 “대교협 평가 거부”
독·불·영문학회 “대교협 평가 거부”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6.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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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예정 서양어문학 3개 학회, ‘공동 입장’ 밝혀

한국 독어독문학회·불어불문학회·영어영문학회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올해 서양어문학분야 학과평가를 거부한다는 ‘공동 입장’을 밝혔다.

이들 3개 학회는 지난 2월 23일 이같은 입장을 대교협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2005학년도 대교협 학문분야평가 결과 발표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2005학년도 1학기 말에야 공표된 동양어문학 분야의 평가 지침들이 일방적인 개발 지침으로 더욱 강화되고, 평가 과정 및 방식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며 공동 입장 발표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이어 “2005년에 실시된 평가결과를 기다리면서 개선책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었던 우리 교수들은 이번 2월의 평가결과 발표에 즈음해, 2006학년도에 예정되어 있는 서양어문학분야 평가에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들 3개 학회는 이후 대교협 학문분야평가 일정에 일체 협조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학평가와 관련된 준비 및 자체평가위원회 참여는 물론, 평가지침연구위원 위촉도 하지 않기로 한 것.

이에 앞서 독어독문학회는 지난 2월 10일 가장 먼저 평가 거부 방침을 대교협에 전달했으며, 이어 불어불문학회와 영어영문학회, 전국영어영문학과장협의회도 2월 23일 별도의 거부 방침을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평가 거부 방침에 공통의 목소리가 있지만, 학회마다 내세우는 구체적인 평가 거부 이유는 약간씩 차이가 있다.

한국독어독문학회(회장 임종대 서울대)와 한국불어불문학회(회장 고광단 홍익대)는 제2 서양외국어문학이 차지하는 현실적인 위상 하락에 따른 문제의식을 먼저 꼽았다.

이들 두 학회는 “세계화 명분 아래 교육분야에서도 미국식 가치 우선주의와 시장주의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해 제2 서양외국어문학의 전통과 위상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서양어문학분야는 시장의 논리가 결정하는 구조조정의 일차적인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안고 있으며, 해당 분야 연구자들은 연구와 교육의 터전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직면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임종대 한국독어독문학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기반이 취약해진 학문분야에 대해 소위 주류 학문분야와 동일한 평가 기준을 적용해 전국대학의 독어독문학과의 수준을 서열화해 공표하는 일은 대교협 평가의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반면, 한국영어영문학회와 전국영어영문학과장협의회는 △학문분야평가의 목적 설정 문제 △학부제 시행으로 인한 개별 학문의 위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평가 진행 △학문 계량화에 따른 학문자체 위축 △자체평가연구보고서 작성 등 평가 준비 부담 △평가 결과 발표에 따른 서열화 문제 등 대교협 학문분야평가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짚고 있다.

박영배 한국영어영문학회 회장(국민대)은 “전국영어영문학과장협의회에서도 평가 거부 입장을 확인했는데, 학과장들의 의견이 자체평가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지만 평가후에는 아무런 사후대책이나 조치도 없어 형식적인 평가를 위한 평가가 돼버렸다는 의견이 많았다”라며 대교협 평가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한국독어독문학회는 관련 전공 학자의 95%이상, 전국 독어독문학과의 90%이상이, 한국불어불문학회는 전국대학 불어불문학과와 관련 전공 학자들의 95%이상이, 한국영어영문학회는 소속 회원과 학과의 90% 이상이 대교협 평가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강병운 대교협 대학지원실장은 이들 3개 학회의 ‘공동 거부’ 방침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힌 학회와 학과장협의회 관계자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하면 서로간의 공통점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원만히 평가가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지난 2003년에 경제학·물리학·문헌정보학회가 대교협 학문분야평가를 거부한 바 있고, 지난해에는 사회학회와 심리학회가 학회 차원에서 평가를 거부해 평가자체가 진행되지 못했다.

올해 대교협 5년주기 학문분야평가 예정 분야는 서양문학, 정치, 행정학, 식품영양학, 전산 및 컴퓨터공학, 정보통신공학, 전기및전자공학, 간호학, 음악 등 9개 분야다.

이 가운데 전산및 컴퓨터 공학, 정보통신공학, 전기및전자공학 등 공학분야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간호학 분야는 한국간호평가원에서 대교협으로부터 재위탁을 받아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대교협 대학종합평가를 거부했던 서울대는 올해 대교협의 ‘평가 참여 요청’에도 불구하고 평가 거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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