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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교수(A유형) 17%, 강의해도 제값 못 받아
학술연구교수(A유형) 17%, 강의해도 제값 못 받아
  • 강일구
  • 승인 2022.08.16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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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때는 10만 원, 연구교수 선정되니 3만2천 원으로”
사업 선정된 연구원 48명 강의료 덜 받아…최소액은 2만 원
사진=픽사베이
비전임 교원인 연구원을 상대로 한 대학의 불공정 계약은 형태를 바꿔가며 계속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비전임 교원인 연구원을 상대로 대학의 불공정 계약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교수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A유형)에 선정돼 소속된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259명의 연구원 중 45명(17.37%)이 강의료를 일부만 지급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에는 강의료를 전혀 못 받은 연구원도 1명 있었다. 

강의료를 일부만 지급받은 연구원은 사립대(14명, 10.37%)보다 국립대(31명, 25%)에 더 많았다. 국·공립대에 소속된 연구원이 받은 강의료 최고액은 10만1천500원이었고 최저액은 2만 원, 평균액은 5만5천330원이었다. 사립대의 경우 최고액은 9만 원, 최저액은 2만 원, 평균액은 7만2천352원이었다. 국립대에 소속된 한 연구원은 “학교에서 두 과목 강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연구교수로 선정된 이후 학교에서는 한 과목을 맡았고, 강의료는 기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3만5천 원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다른 대학 강의를 하는 연구원 223명 중 3명도 강의료를 일부만 지급받았다. 

소속 학교 강의에 따른 강의료 지급 현황 (단위: 명, %)
소속 학교 강의에 따른 강의료 지급 현황 (단위: 명, %)

원칙대로라면, 학술연구교수(A유형)에 선정된 연구원이 지급받아야 할 임금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지급되는 연구비와 대학 강의에 따른 강의료 두 항목이다. 이들에 대한 연구비는 한국연구재단이 지급하기 때문에 대학은 전업 강사와 같은 강의료를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학술연구교수(A유형)에 선정된 연구원이 해당 대학 연구소에 소속돼 4대보험 적용을 받고 있는 것을 두고, 대학은 학교에서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전제해 전업 강사가 아닌 다른 기준으로 강의료를 주는 것이다. 

다른 학교 강의에 따른 강의료 지급 현황 (단위: 명)

학술연구교수(A유형)에 선정된 A씨는 “사업에 선정된 이후에도 주관기관에서 기존에 맡았던 과목을 가르치고 있으나 강사료가 절반 정도로 줄었다”라고 밝혔다. B씨는 “강사 때는 대학에서 10만 원을 주었으나, 연구교수가 되니 초빙교수로 분류해 시간당 3만2천 원을 줬다”라고 말했으며 C씨는 “학교본부에 문의를 해보니 학술연구교수가 연구재단으로부터 급여를 받더라도 학교 규정상 전일제 근무이기에, 강의료가 시간당 5만8천 원에서 4만 원으로 조정됐다는 답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일부 대학은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A유형)에 선정된 연구원의 다른 기관 강의도 금지하고 있다. 학술연구교수(A유형)에 선정된 연구원이 타 기관에서 강의를 하려면, 연구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총장의 사전 승인을 전제로 허용하도록 연구재단은 대학에 안내하고 있다. 다른 대학에서 강의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한 연구원은 “타 대학에서 강의를 못 하도록 하고 교내 강의 강사료를 50% 이상으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불합리해 학교에 의견을 전했으나, 무응답이었다”라며 “학술연구교수(A유형) 사업은 몇 년 후 종료되기에 강사 임무를 소홀히 할 수 없다”라고 호소했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학술연구교수(A유형) 연구자 수는 총 571명이며 조사는 지난해 11월에서 12월 사이에 이뤄졌다.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A유형)는 인문사회분야 학문후속세대 연구자들이 단절 없는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2020년부터 시행됐다. 보험부담금과 퇴직금을 포함해 연간 3천9백만 원을 인건비로 5년(2+3년) 동안 국가가 지원한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불공정 계약 문제 지적

대학이 비전임 연구원에게 강의료의 일부 또는 지급하지 않는 문제는 이전에도 있었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 윤영덕 의원은 A국립대가 연구교수를 상대로 한 불공정 계약을 지적했다. A국립대가 박사후연구원 계약을 맺은 강사에게 해당 대학에서 강의를 할 경우 주당 3학점을 공짜로 강의할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한 지적이었다. 이와 더불어 윤 의원은 2020년부터 시행되는 학술연구교수(A유형) 사업에 대해서도 강의료 지급이 잘 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의 지적 이후 후속 조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연구재단은 2021년 학술연구교수(A유형) 모집요강의 ‘강의료 지급 가이드라인’에 “연구자들이 대학 강의 시 강의료를 지급해야 하며, ‘고등교육법’상 ‘강사’로 임용 시 (시간)강사 지급 단가와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또한, 강의 가능 학점을 제한하지 않을 것과 의무 강의 배정을 하지 않을 것도 가이드라인에 적시했으나, 이를 따르지 않는 곳이 있는 것이다. 

이강재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 본부장은 “이미 각 대학에 강의료 기준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지만, 한국연구재단에 조사 권한이 없기에 그 이상의 역할을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향후 교육부와 이 부분에 대한 논의를 더 진행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강의료는 대학이 별도로 지급하는 것이기에 교육부에 보고하는 조치는 없다. 다만 연구자들이 교육부의 사업에 참여하고 있기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안내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0년 윤영덕 의원실에서 연구교수를 상대로 한 대학의 불공정 계약을 지적했던 보좌관은 “해당 문제를 대학평가에 0.1%라도 반영하거나, 대학이 연구 관련 사업을 신청할 때 페널티를 줘야 멈출 것”이라고 말했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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