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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길 인생 형제의 셀프리더십
외길 인생 형제의 셀프리더십
  • 정영기
  • 승인 2022.08.04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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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역사로 본 21세기 공공리더십 ㉒_정영기 호서대 창의교양학부 교수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Flyer) 1호가 하늘을 날고 있는 모습. 사진=픽사베이

1900년 전후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연구할 당시, 새뮤얼 랭글리 교수는 1887년 영국 왕립협회로부터 럼퍼트상(Rumford Medal)을 받았고, 미국 국방성으로부터 5만 달러를 지원받으며 비행기를 연구하고 있었다. 라이트 형제(형 윌버 라이트, 동생 오빌 라이트)는 고등학교 중퇴자이며 오빌 라이트는 초등학교 때 한 번 퇴학당하기도 했다. 1903년 10월 7일 첫 비행에 실패하고 12월 8일 다시 실패하면서 랭글리 박사의 17년의 노력은 막을 내렸지만 라이트 형제는 1903년 12월 17일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에서 작고 멋진 비행기를 날려 성공한다. 

필자는 라이트 형제의 성공을 셀프 리더십의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한다. 브라이언트와 루시아 카잔은 "셀프 리더십은 목표를 향해 의도적으로 생각과 감정 및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실천"이라고 말한다. 셀프 리더십은 “외부 힘이나 자극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을 성찰하면서 스스로 관리하며 이끌어 가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우선 라이트 형제는 청교도 정신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탐구에 집중하기 위해 평생 결혼도 하지 않았으며 술과 담배도 가까이 하지 않았다. 비행 실험에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됐고, 굴욕적인 실패와 부상과 사망의 위험도 있었으며, 자칫 괴짜나 정신병자니 하는 놀림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들은 주변의 무관심에도 굴하지 않는 인내심을 갖고 있으며 실패에 굴하지 않는 청교도적 정신으로 무장돼 있다. 그들은 자전거 회사를 운영하면서 생기는 자금으로 손수 비행 훈련과 연구를 병행했다. 

라이트 형제는 지적 호기심이 많았고 주변에 지식과 정보를 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오빌 라이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적 호기심에 대한 격려가 많은 가정에서 자랐다”라고 말한다. 개신교 목사이었던 아버지가 사준 장난감 헬리콥터를 가지고 놀던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항공 엔지니어이었던 릴리엔탈과 전문가 샤누트에게 조언을 구했으며, 스미소니언 과학협회에 항공 관련 서적과 자료를 편지로 요청했다. 라이트 형제는 비행기의 균형을 연구하기 위해 새가 나는 모습을 분석하며 해결책을 찾았다. 

라이트 형제는 창의적으로 사고했다. 비행 중인 비행기에 작용하는 힘은 크게 추력, 항력, 중력 및 양력이다. 이 중에서 비행기를 뜨게 하는 양력이 중요했다. 그 당시 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던 양력 값에 따라 진행된 글라이더 비행에 실패하자 형제는 양력 값에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라이트 형제는 직접 자신들만의 데이터를 수집할 목적으로 풍동(wind tunnel)을 만들었다. 풍동은 인공적으로 빠르고 강한 공기 흐름을 일으키는 장치이다. 풍동은 항공기나 모형이 공기중에서 움직일 때 나타나는 영향이나 공기저항을 연구하기 위해 사용된다. 

라이트 형제는 현장에서 실천하는 의지와 모험심을 갖고 있었다. 풍동실험을 진행한 라이트 형제는 풍동역할을 하는 자연지형을 주변에서 찾았다. 그들은 비행에 필요한 바람 속도만큼 바람이 일정하게 불어오는 장소가 있다면 거기에서 날틀을 묶어 놓고 공중조작 훈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시속 18마일 수준의 바람이 일정하게 불어줄 장소로 노스캐롤라이나 해변의 키티 호크 언덕을 찾았다. 이곳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고 비밀리에 신기술을 개발하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라이트 형제는 1년 동안 키티호크에서 1천회 정도 비행실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다치고 추락하면서도 동력비행기 라이트플라이어 1호 개발에 성공했다.  

좋은 여건에서 진행한 랭글리 박사가 실패한 반면 열악한 환경에서 라이트 형제가 보여준 성공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 필자는 빌리 코엔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한다. 코엔은 인간이 가장 공평하게 나누어 가진 능력은 이성이 아니라 공학적 방법을 사용하는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이성은 고대, 중세, 근대 등 시대별로 강조되거나 무시되거나 재등장했지만 공학적 방법의 사용은 인간의 탄생 이래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엔은 "인간이 된다는 것은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다(To be human is to be an engineer)"라고 말한다.    
 

 

정영기 호서대 창의교양학부 교수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민주시민교육의 인문학적 기반연구』(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인문학 독서토론 20선』(에이치북스), 『논리적 사고와 표현』(호서대 출판부), 『철학과 영상문화』(해피북스), 『과학적 설명과 비단조논리』(엘맨출판사), 『논리와 사고』(충남대 출판문화원), 『귀납논리와 과학철학』(철학과 현실사), 『논리와 진리』(철학과 현실사), 번역서로는 『현대 경험주의와 분석철학』(고려대 출판부), 『근대 철학사 데카르트에서 칸트까지』(서광사), 『공학 철학(서광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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