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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국 실체를 직시하자…절충론은 사실을 포기한 것”
“일본제국 실체를 직시하자…절충론은 사실을 포기한 것”
  • 김재호
  • 승인 2022.08.0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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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식민사학 비판 총서’ 책임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인터뷰

“한국사 연구가 일본제국 역사를 배척한 건 민족주의 역사학의 맹점이었다.” 지난달 25일, 한국역사연구원에서 만난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한국사·사진)는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출간된 ‘일제 식민사학 비판 총서 시리즈(총 8권, 사회평론아카데미)’ 공동연구의 책임을 맡은 이 교수. 그는 이번 비판 총서에서 새롭게 밝혀낸 성과가 그간 학계가 모르거나 부족했던 이유에 대해 “한국사 연구가 1960년대 이후 국학 붐 속에 크게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국사(一國史) 시각에 갇혀 있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라며 “일본제국의 강제 통치를 직접 받은 나라 역사라면 일본제국 역사를 시야에 넣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번 '일제 식민사학 비판 총서' 시리즈 공동연구의 책임을 맡았다. 사진=김재호

비판 총서는 제국시대 역사학의 잘못을 살피기 위해 △도쿄·교토 제국대학과 언론계 △조선총독부박물관 △남만주철도주식회사 조사부 △조선총독부 중추원과 조선사편수회 △경성제국대학 △일본 외무성 산하의 동방문화학원 등을 파헤쳤다. 이 교수가 집필한 『일본제국의 ‘동양사’ 개발과 천황제 파시즘』은 2022 우수학술도서(대한민국학술원)에 선정됐다.

일제 식민사학 관련, 학문 후속세대는 제대로 양성되고 있을까? 이 교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라며 “일제 침략 및 강제 통치 시기 연구 인력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라고 답했다. 그는 “1960년대 이후의 국학 붐, 1970∼1980년대 한국사 열기 속에 근대사 전공자는 많이 늘었다”라면서 “그러나 1980년대 민주화 이후 좌·우 진영 논리가 역사학계를 강타하고 국정교과서 문제가 파문을 일으키면서 사회적으로 한국사 기피 현상이 생겼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교수는 “좌익 사관에서는 근대의 군주 고종을 사실대로 보기보다 지배계급의 총수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라며 “좌·우 이념을 떠나 고종의 근대화 시책에 관한 절충적 의식의 소산인지 ‘식민지 근대화론’이 나오면서 일본제국의 실체를 직시하는 기운이 감소하였던 것 같다”라며 “역사 연구에서 절충론이란 것은 사실 직시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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