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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스피드
  • 최승우
  • 승인 2022.07.28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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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 지음 | 288쪽 | &(앤드)

구체적 성장 서사와 안정된 문장,
캐릭터가 톡톡 살아 숨 쉬는
권석의 첫 장편소설! 

한국문학 발전에 기여할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이 2회를 맞이했다. 대상 수상작은 권석 작가의 장편소설 《스피드》.  주인공 박욱이 전학을 간 바다고등학교에서 수영부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이 소설은  ‘존폐 위기의 수영부를 지키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동시에 ‘아버지에 대해 알아 가면서’ 몸과 마음이 함께 성숙해 가는 스포츠 성장소설이다. 경쟁을 부추기는 시대, 수영부원들의 우정과 주인공의 성장담을 유쾌하고 건강하게 풀어내면서 공감적 진경(進境)을 보여 준다는 평을 받으며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존폐 위기의 수영부 ‘스피드’를 지켜라!
‘수영’을 통해 성장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열일곱 살인 박욱은 엄마에게 남자 친구가 생기자 할아버지 집이 있는 속초로 도주하듯 전학 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사물함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눈에 띄지 않고 평범하게 지내던 욱에게도 변화가 찾아온다. 어릴 적 친구인 성수의 제안에 욱!하는 마음으로 입부 테스트를 거쳐 수영부 ‘스피드’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알고 보니 수영부 해체 위기를 막기 위한 절친 성수의 꼬임이었다. 욱은 억울해하면서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고 그곳에서 수영부 선배이자 약물 파문으로 추락해 간 아버지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순간 욱은 수영에 대한 흥미도 잃고 스피드가 해체되든 말든 도망치고 싶어 하는데……. 그 와중에 수영부의 존폐 문제는 계속되고, 과연 욱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욱은 수영부를 지키고 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밝혀 낼 수 있을까?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이 만드는
새로운 페이지터너의 탄생!

이 소설에는 감동은 말할 것도 없고 살아 있는 캐릭터가 주는 몰입감이 있어 한번 책을 들면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온몸에 털이 가득한 ‘길리슈트 박욱’, 욱의 절친이자 도치법으로 말하는 ‘도치 성수’, 메기를 닮은 우직한 수영부 주장 ‘메기 문기’, 학교 신문 기자로 수다가 끊이지 않는 ‘TMT(투 머치 토커) 영롱’, 욱이 짝사랑하는 깜찍한 ‘수빈 선배’ 등. 스피디한 사건 전개는 물론이고 장면마다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독자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예능 PD인 권석 작가는 프로그램을 만들듯 소설 곳곳에 웃음 포인트를 숨기고, 모든 캐릭터가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말투부터 행동 묘사까지 생동감 있게 그려 낸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 머릿속에 장면들이 영상으로 재생될 정도로 생생하고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들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느껴져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소설 《스피드》 세상에 푹 빠져 보자. 무더운 여름날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한 물속으로 풍덩! 빠졌을 때처럼 시원하고 짜릿한,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두려움을 뛰어넘어 다이빙~
자기 믿음으로 피니시까지!

자신만의 레이스를 하는 ‘수영’이란 소재만 놓고 보면 개인주의적인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수영부 ‘스피드’를 지키기 위해 수영부원 모두가 서로 연대하고 각자의 레이스를 응원하는 모습은 건강한 경쟁이 무엇인지 깨달음을 준다.
욱이 정식으로 수영을 배우고 첫 대결을 펼친 50미터 대시. 올해의 루키인 태호와의 대결에 주눅이 들 만도 한데, 이때 욱은 아버지의 수영 일기에 적힌 글귀를 떠올리며 마음의 긴장을 덜어 낸다.

세상의 모든 일은 방향과 속도의 문제다. 수영은 방향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속도에만 전념하면 된다. 속도를 낼 때 최고의 무기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가짐이고 그것은 곧 자신에게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_125, 126p

스타트부터 피니시에 이르기까지. 수영은 방향이 정해져 있기에 속도만 내면 된다. 그런데 속도를 내도록 하는 건 다른 무엇보다 ‘마음가짐’이다.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것. 누군가를 의식하며 경쟁하기보다 나 자신에게 지지 않기 위한 마음으로 나아가는 것. 욱은 ‘대결에서 꼭 이겨야겠다’라는 마음이 아니라 ‘더 빠르고 싶다’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임했다. 결과는 자신의 소관이 아니니까. 그래서 욱은 이 경기에서 패배했음에도 승리자일 수밖에 없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으니까.

우리는 뒤처진 게 아니다!
미완성이 주는 긍정의 메시지

지금 이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앞섬’이다. 어릴 때부터 빡세게 조기교육을 받고 누구보다 앞서 나가야만 인정받는 시대. 그래서 우리는 뒤처지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열심히 살아간다. 지속적인 경쟁 속 패배를 통해 끊임없이 좌절감을 느끼면서. 어쩌면 우리는 이런 경쟁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것은 아닐까. 
경기에서 패배를 맛본 욱에게 감독은 이렇게 나지막이 말한다.

“너는 아직 미완성이야. 그게 네 가능성이다.” _127p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늘 뒤처져 있는 것 같고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니 너무 서두르지도 말고 자신을 채찍질하지도 말기를. 이 소설의 스타트를 지나 피니시에 이르면, 어느새 당신의 등을 토닥이며 위로의 말을 건넬 것이다. “너는 아직 미완성이야. 그게 네 가능성이다.” 감독이 욱에게 했던 이 말이 무한한 응원과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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