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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살육자’ 인류 고발 … 共生의 지혜는 무엇인가
‘지구의 살육자’ 인류 고발 … 共生의 지혜는 무엇인가
  • 권오길 강원대
  • 승인 2006.02.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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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산책: 『생명의 미래』 에드워드 윌슨 지음 전방욱 옮김 사이언스북스 刊 334쪽 2005

이 책은 한마디로 ‘생명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윌슨(Edward Wilson)이 쓰고 전방욱 교수가 번역했다. 윌슨은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이라는 새로운 생물학 장르를 정립(창시)한 사람이다. 번역을 맡은 전 교수는 서울대 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받고, 시인이 된 강릉대 ‘괴짜’ 교수다.

책의 표지를 넘기면, 다음의 글이 제일 먼저 덩그러니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우리 사회는 우리가 무엇을 창조해 왔는지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파괴를 막았는지를 통해 평가될 것이다.―존 소힐.”

그리고 한 장을 더 넘기면 ‘차례’가 나온다. 생명의 막, 병목, 자연의 마지막 보루, 지구의 살육자, 생물권의 가치, 생명의 사랑, 해결책, 이렇게 7장을 350쪽에 걸쳐 다루는, 제법 도톰한 책이다.

또 한 장을 더 넘겼더니, 커다란 나무 모양의 그림이 있다. 온 사방 번호들이 붙어 있어 잘 봤더니,‘절멸 위험종과 절멸종의 목록’을 그린 그림이었다. 대모거북을 시작으로 황금두꺼비, 사막도롱뇽, 황금뺨휘파람새 등 61종의 생물들의 모자이크 그림이었다! 꽤나 신경써서 기획했다는 느낌이 화들짝 들었다. 어떻게 하면 지구의 아픔, 무자비한 파괴의 위험성을 부각시키느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책을 시작하며’라는 제목으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게 부치는 편지’라는 글을 아주 길게 썼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과학자나 위인들, 여러 저서들을 인용하면서 장문으로 이어진다. 그 중의 한 토막!

“지금 60억 이상의 사람들이 들끓고 있습니다. 대다수(거의 10억)는 매우 가난하여 기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 동식물의 종들은 사람이 등장하기 전보다 1백배 이상이나 빠른 속도로 살아지고 있으며 … 그러나 이것은 우주전쟁이나, 성서에 예언된 인류의 불지옥이 아닙니다. 영리하다고 자부하는 인류에 의한 지구의 파멸입니다.”

글을 읽어나가다가 보니 눈에 확 띄는 내용이 들어있다(101쪽).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바로 내 전공하는 달팽이 이야기가 아닌가! ‘왕달팽이(Achatina fulica)’ 이야기로 조금 고쳐가면서 소개하면, “예측치 못한 일련의 불상사가 태평양과 인도양의 섬에서 일어났다. 섬 달팽이를 황폐화시킨 사건이다. 1900년대 초기에 아프리카 원산인 육상달팽이, 왕달팽이(지금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식용달팽이임, 필자가 붙인 글)를 정원의 장식물로 널리 도입하였다. 이 거대한 연체동물은 곧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 섬에 살아온 달팽이를 잡아먹고 작물에도 해를 끼쳤다. 1950년대에 이 괴물 왕달팽이에 對敵하기 위해 라틴아메리카 원산인 다른 달팽이(rosy wolfsnail)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붙박이 달팽이의 절멸 사태를 가져왔다.…, 그래서 하와이에 서식하는 고유종의 절반 이상이 절멸하고 말았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둬야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튼 윌슨은 ‘개미 박사’로 하버드대에서 교수로 재직해왔고, ‘20세기를 대표하는 과학명저를 저술한 과학저술가’로 그동안 20여권의 책을 저술하였다. 대표작으로 ‘사회생물학’(Sociobiology), ‘인간본성에 대하여’(On Human Nature), ‘개미’(The Ants), ‘통섭’(Consilience) 등이 있다.

1장(생명의 막)에서는 생물의 다양성을 일일이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으며, 2장(병목)에서는 경제주의자들도 환경주의자들에게 귀를 기울이라고 타이르고 있다. 3장(자연의 마지막보루)의 글 하나를 보자.

“현재 지구상에는‘경제주의자’ 즉 ‘인간중심주의자’들과 여기에 반기를 드는 ‘환경주의자’ 즉 ‘생물중심주의자(보전생물학자)’들의 각축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보전생물학자들은 생명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으로‘코뿔소(HIPPO)’를 들고 있다. 여기서 HIPPO는 H(Habitat destruction, 서식처파괴), I(Invasive species, 침입 종), P(Pollution, 오염), P(Population, 인구), O(Over-harvesting, 과한 수확), 이렇게 다섯 가지가 지구를 망가뜨린다고 주장한다.”

옳은 말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자연을 정복해야한다는 부류와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다고 눈에 쌍불을 켜는 환경보존주의자가 맞선다. 불꽃이 튄다. 멀리 갈 것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도롱뇽 한 종 때문에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 고속전철 공사가 중단되는 판이고 바다물막이 공사도 오랫동안 멈춘 적이 있다. 먹고 사는 것도 중하고 지구를 살리는 것 또한 귀중한 일인데, 어쩌지? 이걸 진퇴양난, 딜레마라 하던가.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共生, 相生하는 방법은 없을까.

4장(지구의 살육자)에서, “인류는 이제까지 자신의 단기적인 생존에만 관심을 두는 지구 살육자로 살아왔다”고, 5장(생물권의 가치)에서는 야생동식물 어느 하나도 제대로 귀한 가치를 갖지 않는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당장 병에 쓰이는 의약품을 어디에서 뽑을 것인가. 인류생명을 담보하고 있는 그것들이란 것이다. 6장(생명 사랑)에서는 “우리는 자연을, 특히 야생지역의 성채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안전하게 돌아갈 집도 미지의 세계다. 우리의 영혼은 이것을 즐기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부르짖는다.

7장(해결책)의 마지막 글이다. “신을 상상하고 우주를 인간의 무대로 삼으려는 문명은 틀림없이 이 지구와 이곳에 사는 장엄한 생명을 모두 구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환경을 개발 보전하여 생물을 구하고, 그러면서도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는 이상적인 방법을 찾을 것이란 말이다.

‘생명의 미래’를 절절하게 걱정하는 윌슨의 생명사랑에 100% 공감한다. 글이 읽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번역이 잘 됨) 두려워 마시고…. 번역 글이 어렵다는 선입관을 버려도 좋겠다.

권오길 / 강원대, 생물학

필자는 강원대 생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퇴임 후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 '꿈꾸는 달팽이', '생물의 다살이', '열목어 눈에는 열이 없다', '자연계는 생명의 어울림으로 가득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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