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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들이 추천한 3월의 공연
평론가들이 추천한 3월의 공연
  • 왕치선 수원대 外
  • 승인 2006.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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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 챔버오케스트라'의 공연 外

평론가들의 3월의 추천공연

●음악 1 (기악)
음악과 좀더 깊이 있게 교제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공연이 있다. ‘화음 챔버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그것(예술의 전당, 3월 4일). 챔버 오케스트라는 소규모 오케스트라를 말하는데 교향곡의 장중함이나 솔로가 가진 화려함보다는 각 악기 특유의 소리와 악기간의 다양한 조합이 빚어내는 미묘한 변화를 즐길 수 있다는데 매력이 있다. 조용한 저녁 불빛 아래서 기품 있는 만찬을 대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화음 챔버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문화예술위원회가 수여하는 올해의 예술상 음악부분 최우수상을 수상한 단체로 세밀하면서도 감각 있는 소리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날은 널리 알려진 작품인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D단조 ‘죽음과 소녀’(D810)와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C장조를 연주한다.
우리는 많은 것들이 압도적으로 감각을 자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쉴틈 없이 들려오는 소음과 거리 곳곳의 현란한 이미지들로 눈과 귀는 한순간 쉴 수도 없다. 이런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방법에 의한 소리감상을 통해 화려하게 장식되어지지 않았으나 깊이 있고 요란하지 않으나 품위 있는 봄날의 저녁을 즐겨보길 권한다.

왕치선 / 수원대·음악평론가

●음악 2 (성악)

▲Cecilia Bartoli ©
이탈리아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가 3월 30일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공연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메조소프라노로 불리지만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 배역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폭넓은 음역이 큰 강점이며, 특히 모차르트와 로시니 오페라의 콜로라투라 기교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완벽함을 자랑한다. 올해 만 40세가 되는 바르톨리는 92년 이래 세계 최고의 성악가상과 음반상들을 모두 휩쓸었고 바렌보임, 아르농쿠르, 아바도, 불레즈 등 최고의 지휘자들과 작업하면서, 현재 무대 인생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스스로를 ‘18세기에서 온 사람’이라고 칭할 정도로 바로크 음악과 고전주의 음악에 열정을 보이는 바르톨리는 첫 내한 공연의 프로그램을 모차르트, 베토벤, 로시니, 벨리니, 슈베르트 등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18~19세기 예술가곡으로 채웠다. 특히 벨리니의 ‘은빛 달이여 Vaga luna’, 로시니의 ‘춤 La danza’, 모차르트의 ‘행복한 평온이 Ridente la calma' 등의 곡들이 눈에 띈다. 피아노 반주는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맡는다.

이용숙 / 오페라평론가

●뮤지컬

▲Le Passe-Muraille ©
요즘 공연 중인 ‘노트르담 드 파리’나 4월에 올 ‘십계’는 90년대 말 등장한 프랑스식 스펙타클 뮤지컬의 전형이라 불릴만한 작품들이다. 대규모 세트에 시구 같은 가사는 대형 불어 뮤지컬의 특징이다. 그러나 뮤지컬에 대형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작고 아담한 공연이 더 생동감 있는 무대를 만든다. 2월 28일부터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 오를 ‘벽을 뚫는 남자(Le Pass?-Muraille)’는 그래서 더 기대가 되는 소극장용 불어 뮤지컬이다. ‘프랑스의 국민작가’라는 마르셀 에메의 동명 타이틀 원작은 그 자체로도 인기가 높아 몽마르뜨 언덕에 실제 벽을 통과하는 남자의 조각상이 있을 정도다. 무대용으로 탈바꿈한 뮤지컬도 인기를 모아 96년 몰리에르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에는 ‘아무르(Amour)’라는 제목의 영어 번안 뮤지컬도 등장했었다.
‘벽을 뚫는 남자’의 가장 큰 매력은 음악이다. ‘쉘부르의 우산’ 등으로 유명한 영화음악가 미쉘 르그랑이 작곡가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감미로운 선율의 뮤지컬 넘버를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원종원 / 순천향대·뮤지컬 칼럼니스트

▲그린벤치 ©
●연극

드라마 역사 이래 가족의 비극은 늘 강렬한 소재였다. 그 중에서도 근친을 향한 성적욕망은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추락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가장 비극적이다. ‘그린벤치’(아르코예술극장, 2.23~3.12)는 재일교포 작가인 유미리가 탐구한 프로이트적 가족 보고서다. 일찍이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 ‘엘렉트라’에서 근친애의 콤플렉스를 읽어낸 프로이트적 정신분석학의 틀을 가져간 유진 오닐은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를 완성했고, 유미리는 현대라는 시공간에서 가족 안 리비도의 테마를 추적했다.
햇살이 비현실적으로 뜨거운 여름날 오후, 귀족처럼 차려입은 아들과 딸이 테니스를 치는 풍경을 엄마가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아버지의 방기와 부재는 이 가족을 내부로부터 붕괴시키는 가장 큰 원인. 아버지와 딸은 비정상적인 애착에 사로잡혀 있고, 아름답고 의존적인 엄마는 아들 또래의 남자를 사랑하며, 유약하기만한 남동생은 누나를 사랑한다. 이들 가족의 기이한 피크닉에 초대된 엄마의 젊은 남자는 그들 가족 안의 얼룩을 엿본 죄로 금지된 세계의 제단에 바쳐지는 희생양이 되고야 만다. 초현실적이고 표현주의에 가까운 비사실적 무대, 어머니가 그토록 원했던 이상적인 가족사진은 결국 붕괴되어버리는 액자틀의 상징적 활용이 강렬하다. 

장성희 / 서울예대·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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