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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날
개의 날
  • 최승우
  • 승인 2022.07.22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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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롤린 라마르슈 지음 | 용경식 옮김 | 열림원 | 164쪽

‘열림원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네 번째 책. 카롤린 라마르슈의 데뷔작 『개의 날』은 책이 출간된 1996년 벨기에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빅토르로셀상을 수상하며 문단과 평단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김연수 소설가는 “카롤린 라마르슈가 보여주는 이 유장한 언어의 리듬, 이 구체적인 내면세계 속으로 빠져들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며 이 소설을 추천했다.

“저번 날, 고속도로에서, 버려진 개가 중앙분리지대를 달려가고 있었다.” 도로 위, 질주하는 익명의 개를 목격한 여섯 인물의 독백. 지어낸 가족 이야기로 신문 잡지에 사연을 보내는 트럭 운전사, 더는 교회에 오지 않는 여성 신도를 찾아 헤매는 노신부, 상처받기 전에 사랑하는 남자와 헤어지려는 미녀, 집에서 쫓겨나 직장과 친구도 잃고 매일 밤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는 동성애자 남성,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 스스로 버려졌다고 여기는 과부와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준 아버지를 잃고 폭식증에 걸린 딸…….
“누군가 나를 버렸다”는 가깝고도 아득한 고통의 기억. 그들은 “미친 개, 길 잃은 개, 질주하는 개”에게서 “죽음의 기회를 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들의 독백은 오로지 ‘삶’만을 되뇌고 있다. 극에 달한 고통을 기점으로 뒤집히는 삶과 죽음, 어쩌면 “인생은 그런 부활의 연속일 뿐”일지도.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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