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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어·성조어인 태국어, 한인 사회가 동화하기 힘든 이유
고립어·성조어인 태국어, 한인 사회가 동화하기 힘든 이유
  • 유무수
  • 승인 2022.07.29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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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_『태국: 일시적 해외 거주를 넘어 공존의 디아스포라로』 김홍구 지음 | 눌민 | 296쪽

한국인의 적극성과 ‘빨리빨리’ 가치는
태국인의 여유로움과 충돌을 일으킨다

김홍구 부산외국어대 총장은 ‘이주, 적응, 정체성’이라는 디아스포라 연구주제를 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교민과 체류자)의 경험에 적용해보는 것을 목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를 통해 민족지 연구를 진행했다.

 

△재태한인의 최초세대(1930∼1940년대)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에 징용되어 태국 혹은 동남아지역에 진출했거나 일제강점기에 중국에 거주하다가 종전 후 태국에 이주한 사람들로 구성된다. △6.25전쟁 직후(1950-1960년대)에는 전후 국가건설과정에서 해외 진출 시도 및 해외이주법 제정 등으로 교민 사회의 인적 구성이 선교사, 연예인, 유학생, 건설회사 직원, 여행업자 등으로 다양화됐다. 태국은 6.25전쟁 발발했을 때 유엔 16개 회원국의 일원으로 참전했다. 태국은 전통적인 한국 우방국이다. △베트남전쟁세대(1970-1980년대)는 주로 경제적 이유로 이주했다. 베트남에 진출했던 한국인들은 베트남의 경기가 침체할 때 태국으로 옮겨갔고, 태국을 경유지로 삼아서 중동과 호주로 진출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한·태 경제협력 관계증진과 관광산업으로 상사원 및 투자업체 직원 등이 급증했다. 외교부의 ‘2019년 재외동포 현황’에 의하면 2019년 태국의 한국 교민 수는 2만200명이며,  2020년 상반기 기준 태국은 우리나라의 제 13위 수출, 21위 수입, 22위 무역흑자 대상국이다. 

저자의 2014년 연구 「재태한인의 특성과 태국에 대한 인식」에 의하면 재태한인들의 태국어 구사능력에서 유창한 범주는 13.3퍼센트에 불과했다. 태국어는 고립어이며 성조어이고 고유문자도 갖고 있어서 배우기가 쉽지 않다. 많은 재태한인은 언어장벽으로 한인 이민 사회의 테두리에 머물러 생활하며 이는 태국사회로 동화하기 힘든 요소다. 

재태한인들은 인터넷TV와 SNS로 모국과 긴밀히 소통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태국 문화에 적응하는 것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상좌부 불교와 풍요로운 자연환경에서 기인하는 태국인의 낙천성과 여유로움은 한국인들 고유의 근면성, 적극성, ‘빨리빨리’ 등의 가치와 충돌을 일으키곤 한다. 태국에서는 연장자를 우대하는 전통이 있다. 회사에서 나이가 어린데 상사라는 이유로 큰 소리로 꾸짖을 때 태국인들은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현세의 행과 불행이 모두 과거의 업에 의한 것이라는 불교적 믿음을 지닌 태국인들은 나쁜 일을 당했을 때 체념이 빨라서 마이뻰라이(천만에요, 괜찮아요)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대다수 한국인 이민자들은 영구적인 거주를 목적으로 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 태국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해도 실익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2만200명에서 시민권자는 77명, 영주권자는 128명이고, 대다수는 일반체류자(1만 6,197)와 유학생(3,888명)이다. 

거주국에서 정착하면서도 모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초국가주의적 문화의 흐름이 재태한인의 일반적 특성이다. 1인당 GNP에서 1968년부터 한국은 태국에 앞섰다. 한류의 확산은 국가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경제적으로 선진국이다’, ‘우리에게 우호적인 국가다’ 등이 태국인들의 대체적인 한국에 대한 인식이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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