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07:30 (목)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00] 중부지방에선 '각시' 남부지방에선 '나쁜 외래종', 왕우렁이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300] 중부지방에선 '각시' 남부지방에선 '나쁜 외래종', 왕우렁이
  • 권오길
  • 승인 2022.07.20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왕우렁이
왕우렁이는 식물이라면 어떤 것이든 먹는다. 사진=위키미디어

2022년 6월 8일 자 조선일보 황지윤 기자가 「남미산 우렁이의 배신, “우렁각시인줄 알았는디, 벼농사 베려부렀네”」라는 제목으로 ‘왕우렁이’의 피해를 고발하고 있다.

지난 2일 전남 고흥 포두면의 한 논. 장촌마을 이장 서일권(63) 씨가 물이 찰랑거리는 논 가장자리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서 씨가 가리킨 곳에는 탁구공만 한 우렁이가 논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6월 초 모내기 직후 제초를 위해 뿌리는 새끼 우렁이는 집게손가락 한마디보다 작다.
10년째 벼농사를 짓는 서 씨는 “우렁각시인줄 알았는디 완전히 베려부렀네”라며 연신 푸념을 늘어놓았다. 2018~2020년에는 특히 피해가 컸다. 재작년에는 동네 할머니 10명을 불러서 일당까지 줘가며 3일 내내 우렁이를 퍼내게 했다고 한다. 그래도 논 4만 평 중 3,000평은 우렁이가 모를 갉아 먹어 결국 수확을 못 했다.
친환경 벼농사의 대명사인 ‘우렁이 농법’이 지구온난화로 골칫덩이가 됐다. 제초 효과가 탁월하고 비용이 저렴해 인기였지만,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전남 등 남부지방에서는 월동(越冬)하는 우렁이가 늘면서 폭발적으로 번식해 농가 피해가 커지고 있다. 현재 제초용으로 쓰이는 우렁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아마존강 유역에서 온 남미산(産) ‘왕우렁이’다. 1983년 식용으로 국내에 들여왔고, 1992년부터 논 잡초 제거용으로 쓰인다.
겨울철 기온 영하 3도인 날이 3일 이상 이어지거나, 영하 6도 이하로 떨어지면 우렁이는 추위를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 하지만 겨울이 따듯해지면서 해를 넘기고 살아남은 거대 우렁이가 농가에 피해를 주고 있다. 새끼 우렁이는 잡초는 먹는데, 덩치가 커진 우렁이는 갓 심은 어린 모까지 마구 갉아 먹기 때문이다.
왕우렁이는 번식력이 왕성해 연 10회 정도 알을 낳는다. 한 번에 난괴(卵塊, 알 덩어리) 약 10개를 낳는다. 알 덩어리 하나마다 200~400마리가 부화해, 우렁이 한 마리가 많게는 4,000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전남농업기술원 최덕수 연구관은 “경기권은 겨울철에 우렁이 월동이 어려워 큰 문제가 없지만, 남쪽 지방 중 전남 고흥·장흥·해남·완도·진도 등 수로가 발달한 해안가나 간척지 일대에서 특히 피해가 크다.”라고 했다.
 

“왕우렁이(golden apple snail)는 1983년 식용으로 국내에 들여왔고, 1992년부터 논 잡초 제거용으로 쓰였다.”라고 했다. 지금도 식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으니, 우리 집 된장찌개에 까뭇까뭇 오동통한 것이 씹히는 맛이, 제법 옛날 논우렁이 맛이 난다. 예전엔 논이나 연못에서 잡은 논우렁이를 먹었으나 그것들이 농약으로 귀해져 왕우렁이로 대신하게 된 것이다. 사실 맛이나 씹히는 식감이 논우렁이(Cipangopaludina chinensis)와 대차 없다.

왕우렁이(Pomacea canaliculata)는 연체동물 복족류로 민물에 사는 사과우렁잇과에 드는 고동 종류이다. 유기농 벼 재배지에 광범위하게 이용하며, 주변 하천이나 호수로 유입되어 서식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외래종으로, 분홍빛의 알을 무더기(난괴, egg masses)로 낳으며, 벼 혹은 수초 줄기에 붙여놓으며, 여름철에 산란하고, 약 1주일 후에 부화한다.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파라과이, 우루과이, 브라질 같은 열대, 아열대 남미지역이 원산지왕누렁다.

왕우렁이의 알
왕우렁이는난괴로 알을 낳우며 그 달들은 벼 혹은 수초 줄기에 붙여놓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서식하며, 전 세계적으로 분포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생태계 교란, 위해 종으로 분류했고, 세계의 가장 나쁜 100대 침입 외래종(top 100 of the world's worst invasive alien species)에 든다. 그러나 경기 강원권의 중부지방은 겨울철에 우렁이 월동이 어려워 문제가 없지만, 남쪽 지방 중 전남 고흥·장흥·해남·완도·진도 등지에서 지구온난화로 월동하여 야생화(野生化)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어릴 때는 여린 잡초나 다른 저서 유기물을 먹으나 크면 어린 벼(모) 따위의 고등식물을 먹기 때문에 골칫거리가 된다.

왕우렁이는 식물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마구 먹어 치우니, 논둑의 둑새풀(독새풀)도 먹으며, 심지어 배합사료나 물고기 시체 같은 것도 먹는 잡식성이다. 생장이 빠르고 한여름에는 부화 되고 나서 50∼60일 만에 어른 왕우렁이가 되어 산란할 수 있다. 산란 후 알이 연한 붉은색에서 회백색이 되는 10~14일에 부화 된다.
왕우렁이 농법이 제초제를 쓰지 않는 기술 중에서 가장 돈이 적게 드는 방법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러나 왕우렁이가 주는 피해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새로 도입하는 것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