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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뜨거워지는 지구…식량자급률보다 식량공급망에 신경쓰세요
더 뜨거워지는 지구…식량자급률보다 식량공급망에 신경쓰세요
  • 유무수
  • 승인 2022.07.14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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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_『식량위기 대한민국』 남재작 지음 | 웨일북 | 340쪽

지구 기온 1도 상승하면 식량생산량 최대 7퍼센트 감소
폭염·홍수 반복되는 기후위기로 인해 전 지구 적색경보

우리나라 2015년의 봄은 여름 같았고 가을에는 여름에 흔히 있었던 장마가 왔다. 그해 곶감과 사과 농사는 큰 피해를 입었다. 2016년 5월 초의 기온은 30도를 육박했다. 2020년에는 기상관측 이래 가장 긴 54일간의 장마가 있었고, 벼 수확량은 10퍼센트 감소했다. 여름 배추는 흉작이었고 값이 폭등했다. 그해 겨울은 혹독하게 추웠다. 2021년의 10월은 기상 관측 이래 10월 기온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경북 의성지역에서는 사과농사를 접었고 강원도 철원에서 사과가 재배되고 있다. 제주도 한라봉은 남해안까지 올라왔다. 

 

지구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1988년에 출범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21년 8월 9일에 발표한 평가보고서에서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지구의 모든 대륙에서 과거보다 더 강력한 폭염과 홍수를 경험하고 있다. 2015년 4월∼6월에 걸쳐 북인도 전역은 최고 48도까지 기온이 올라갔고, 2천500명 이상이 사망했다. 2015년 6월부터 파키스탄의 일부 도시의 기온은 49도였다. 세계 최대 곡물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은 2021년 가뭄으로 곡물생산 40퍼센트가 감소했다. 2019년 호주는 건조기후로 한반도 면적 85퍼센트가 불에 탔다.  

기후전문가들에 의하면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이상기후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 대비 1.1도 더 높아진 결과다. 1.1도가 상승한 세계는 “폭염과 집중호우, 가뭄과 산불의 증가, 열대성 저기압의 강도와 빈도의 증가, 북극의 해빙, 빙하와 영구동토층의 감소”를 겪고 있다. 

기후과학자들은 가장 이상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고 친환경적인 경제발전 경로를 택하는 경우 등의 기후변화 대응노력을 가정해 미래기후를 SSP1-1.9에서 SSP5-8.5까지 다섯 단계로 예측했다. 두 번째 단계인 SSP1-2.6은 전 인류가 최선을 다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시나리오이며, 2040년까지 1.5도, 2041-2060년에 2도 상승으로 예상한다.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 5단계는 SSP5-8.5이며, 2040년까지 1.6도, 2041년-2060년에 2.4도 상승으로 예상하며 결국 인류의 멸종으로 이어진다. 사실 ‘1.5도-2도 이내’도 편안한 것은 아니다. ‘1.5도∼2도 이내’로 지구온난화가 멈추면 단지 ‘아주 극심한 피해’가 ‘극심한 피해’로 완화될 뿐이다. 기온 1도 상승하면 식량생산량이 3∼7퍼센트 줄어들게 되며, 이상적인 노력의 결과 1.5도 오르면 생물다양성 14퍼센트 손실, 물부족 노출인구는 10억 명이며, 식량안보 비용 증가는 필연이다.

농학자이며 코이카 농업 공적개발원조(ODA, 국가가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국제협력 사업 또는 자금) 사업전문가인 남재작 저자는 기후변화로 대한민국에 닥칠 수 있는 식량위기 문제에 대비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나라 농경지는 1980년대 이후 농촌인구감소와 도시개발 등으로 계속 감소했다. 농촌의 불리한 생활조건, 열악한 의료접근성, 낮은 소득 등으로 고령농을 대체할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은 거의 100퍼센트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나머지 곡물의 자급률은 낮다. 밀은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저자는 현실적으로 식량자급률을 현재 수준 이상으로 더 높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식량공급망의 안정화 정책을 제안했다. △식량수입망의 다변화 △해외에서 직접 생산 △해외 식량 생산관련 정보수집 및 분석역량 강화 등의 노력이 선제적으로 필요하다.

저자는 2021년 넷플릭스의 현실풍자 영화 「돈 룩 업」으로 1장을 열었다. 이 영화에서 지구를 멸망시킬 혜성이 접근해오고 있다는 천문학자의 주장은 정치적 논쟁거리로 전락해간다. 정치인은 권력을 잡는 수단으로, 기업가는 돈을 버는 기회로 이용하려 했고, 사실과 의견이 뒤죽박죽되는 논쟁의 상황에서 일반 대중은 음모론에 현혹됐다. 엄연히 들이닥치고 있는 현실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인류는 결국 멸망하고 만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기상관측 이래 최초’라는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 마치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인 것처럼 빈번하게 보도되고 있는 시대다. 남태평양과 사하라 사막은 ‘먼저 온 미래’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남태평양의 투발루는 물에 잠겨가고, 사하라 사막 남쪽 사헬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물 부족과 식량위기를 겪고 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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