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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의 칸트
외계의 칸트
  • 최승우
  • 승인 2022.07.01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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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 센디 지음 | 이은지 옮김 | 필로소픽 | 236쪽

칸트와 카를 슈미트, 철학사의 두 거목이 외계인을 언급했다고?
칸트의 세계시민주의와 슈미트의 노모스를 철학픽션으로 해독하는 독보적인 철학서

이 책은 독일 정치철학의 두 거목, 칸트와 카를 슈미트의 저서에 외계인에 관한 논의가 있다는 다소 자극적인 이야기로 시작한다. 저자는 자칫 미심쩍은 가십으로 오해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두 철학자가 외계인을 언급한 이유가 무엇일까를 깊숙이 파고든다. 저자는 이들이 인간 및 지구 중심주의를 넘어선 보편적 사유를 전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허구적 가설로서 외계인의 존재를 저작 곳곳에서 소환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이를 SF에 빗대 ‘철학픽션’(philosofiction)이라 명명한다.

페테르 센디는 기후위기와 전쟁, 세계화와 난민 문제 등 현대의 지정학을 사유하는 우회로로 ‘완전한 타자’로서의 외계인의 관점이 필요함을 역설하면서, 퐁트넬의 《세계의 복수성에 대한 대화》를 비롯한 SF적인 텍스트 및 SF 영화의 고전들을 훑으며 우주정치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려 한다. 칸트의 《판단력 비판》과 슈미트의 《대지의 노모스》를 비롯한 두 철학자의 주요 저작들에 대한 독특한 입문서로 읽을 수도 있는 이 책은, 미학과 정치철학, SF 문학과 영화를 넘나드는 넓은 스펙트럼으로, 외계인의 정치적 함의를 치열하게 사유해보고 싶은 인문서 독자뿐만 아니라 SF 마니아들에게도 흥미진진한 지적 도전이 될 것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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