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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뛰어넘어 모든 이들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곳 -이함캠퍼스
경계를 뛰어넘어 모든 이들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곳 -이함캠퍼스
  • 배지우
  • 승인 2022.06.30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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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의 강하면, 남한강 강줄기를 따라 자리잡은 복합 문화 공간, 이함캠퍼스가 오는 7월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함 캠퍼스, 이름에 공간의 철학을 담다. ‘이함以函’– 써 이(以), 상자 함(函). 빈 상자로서. 그릇을 비워야만 새로운 것을 담을 수 있듯이 이함은 시대적 변화와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적 시도들을 끊임없이 담아내고 비우기를 실천하는 비어 있는 그릇,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그리고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이 단순히 문화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화의 접촉을 통해 문화적 성장의 경험을 하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자 한다. 그렇기에 공간 전체가 배움의 장소, 캠퍼스가 된다.

인문학을 뿌리에 두고 결실을 맺은 문화 예술 지원 사업

이함캠퍼스를 총괄하는 (재)두양문화재단은 문화예술분야의 창조적 역량을 높이고 일반 대중에게 문화 예술의 향기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재단 법인이다.

생활 속에서 디자인 문화를 확산시키고, 젊은 예술가와 학생, 그리고 예술과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일 반 대중들의 문화적 성장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2013년 설립되었다. 이후 ‘문화는 문화 소비자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믿음 아래, 문화 예술분야 학생들을 교육시키기 위한 장학 사업을 진행했으며, 이러한 교육 시스템을 체계화하기 위해 2015년에는 서울 가회동에 청년들을 위한 무료 인문학 학교 ‘건명원’을 설립하여 인문, 과학, 예술이 연계된 인문학 교육을 시작하였다.

또한 문화 소비층을 확대시키고 문화에 대한 질적 향상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고자 지역문화축제를 지 원할 뿐 아니라, 다양한 작품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국내외 전시와 행사를 진행해왔다.
이러한 문화 예술분야의 지원사업을 더욱 확대시키기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한 공간이 바로 ‘이함캠퍼스 (E-HAM CAMPUS)’이다.

건축으로 구현된 이함 캠퍼스의 철학

실험적인 현대 예술과 다양한 문화의 흐름을 일반 대중이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을 표방 하는 이함캠퍼스는 20여 년 전, 재단 설립 초기부터 구상된 프로젝트이다.

문화 공간 하나 만들면 좋겠다 하는 소망과 설렘으로 땅을 조금씩 조금씩 마련하고, 메타세콰이어를 울타리 삼아 심고, 바위를 하나 둘 군데군데 이리저리 놓아가며 공간의 형태를 만들기 시작하여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놓은 것 없이 애정을 담아 뚝심 있는 손길로 매만져 온 시간이 지금은 고스란히 캠퍼 스의 풍광으로 자리잡았다.

허공으로 사라지는 듯한

허공으로 사라지는 듯한 거대한 일 획의 건축은 내부가 없는 외부이나 깊은 공간의 내부로 들어가게 한다.

흘러가는 물 위로 비친 긴 내벽은 물에 비친 허상이 되어 끊임없이 흔들거린다. 이함캠퍼스 건축의 공간은 하늘과 대지 그리고 콘크리트의 물질과 허상 사이에 있는 듯한 불확실한 실재가 되어 내부로 가상을 품고 익숙한 듯 낯선 세계로 우리의 삶을 초대한다.

남한강을 앞에 둔 만 평 가량의부지. 이곳에 자리잡은 미술관, 레스토랑, 아티스트 레지던시, 연회동 등 8개 동의 콘크리트 건물. 각각의 건물과 둘레길이 어우러진 이함 캠퍼스의 설계는 국민대학교 공간디 자인학과 김개천 교수가 도맡았다. 건명원 예술분야 위원이기도 한 ‘선(禪)의 건축가’ 김 교수의 건축 철학이 캠퍼스 설립 의도와 함께 캠퍼스 전체에 내재되어 있다. 미술관 외관을 따라 흐르는 물길이 캠 퍼스 중앙 정원으로 이어지며, 대범하게 뻗은 건축 획을 따라 각각의 건물과 정원의 공간이 절묘한 변 주로 물 흐르듯 연결되어 하나의 시퀀스를 이룬다.

중앙 정원에 사용된 장대석과 주춧돌, 둘레길을 따라 곳곳에 놓인 석조유물과 다양한 수종의 나무 역 시 오랜 시간 수집되어 캠퍼스의 대표 풍광으로 각각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콘크리트를 주 소재 로 사용한 이함의 건축물들은 전체 부지를 병풍처럼 둘러싼 메타세쿼이어와 공간 곳곳에 자리잡은 역 사적 소장품들과 조화를 이루며 심미감을 자아내는 예술적 공간으로 구현되었다. - 건축가 김개천 (국민대 교수)

끊임없는 도전, 365일 역동적인 캠퍼스를 꿈꾼다

시대를 앞서가는 움직임은 다양한 시도와 사소한 변화가 오랜 시간 축적되면서 일어난다. 이함캠퍼스 는 동 시대의 문화예술에 대한 섣부르고 획일적인 가치 평가의 기준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보다 확 장된 시각과 포용성을 바탕으로 시대와 문화를 이끌어갈 다양한 도전을 지지하고 지원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대중들에게 현대 예술의 흐름과 확장성을 깊이있게 보여주기 위해 6개의 전시동을 미술관으로 할애했 다. 본 캠퍼스에서 가장 핵심 공간인 이함미술관에서 관람객은 시대적 변화를 이끌어낸 예술과 디자인 분야 거장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정제된 형태를 통해 ‘실용’이라는 디자인의 본질적 순수성을 추구한 작가 미상의 인더스트리얼 디자인, 기술과 예술이 접목된 예술적 트렌드와 실험적 시도를 보여줄 수 있는 설치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을 기획 전시로 만날 수 있다.

전시 외에 교육과 공연,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 또한 활발하게 이어질 예정이다. 서울대, 연세대, 국 민대, 카이스트 등의 교수진으로 구성된 ‘건명원’의 커리큘럼을 도입한 인문, 예술, 과학, 경제, 음악 분 야의 특강, 폴란드 포스터 박물관 관장 Mariusz Knorowski, 프랑스 미술품 아트 딜러 Graziella Semerciyan 등 해외 강사진과 함께한 깊이 있고 현장감 있는 문화 교육 강좌도 기획 중이다.

또한 캠퍼스 내의 다양한 부속 시설과 야외 정원에서 공연과 퍼포먼스 행사 등을 운영하며 공연 예술 가들의 활동을 지원한다. 현대 무용수 ‘정정운’의 무용 퍼포먼스와 패션 행사 등을 이미 진행했으며, 올 드 무비를 즐기는 한 여름 밤의 축제,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공연 등 오감으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자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Known과 Unknown의 경계를 넘는 이함의 소장품

웅장하면서도 소박하고, 투박하면서도 세련됨이 어우러져 있다. 진지하면서도 경쾌하고 유머러스하다. 누군가의 손길이 오래도록 이어지고 이어져 빛 바랜 낡은 것, 그리고 끊임없이 누군가 새로운 것에 대 한 갈망으로 빚어져 나왔을 현대의 최신 기술이 반영된 디자인이 같은 공간에 있어도 이질감이 느껴지 지 않는다. 지난 30여 년간 수집해온 국내외 다양한 미술품과 디자인, 이함캠퍼스의 소장품들이 이제 대중에게 공개된다.

수공예 오브제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디자인 컬렉션은 석조 유물과 조선시대 목가구부터 20세기 디 자인의 혁신을 이끈 피에르 잔느레 (Pierre Jeanneret), 챨스 앤 레이 임스(Charles & Ray Eames), 샬롯 페리앙 (Charlotte Perriand), 장 프루베 (Jean Prouve) 등의 high-end 디자인 작품, 산업 현장과 공장 근 로자들의 안전과 편리함을 위해 재구성된 공장용 산업 가구 및 기계, 군용 물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와 장르를 아우른다. 이렇게 다양한 디자인 컬렉션들을 통해 생활 속 예술로서의 디자인, 실용적 디자인의 아름다움 등 디자인의 가능성을 확장시키고 디자인의 예술적 가치에 대한 재발견을 하기 위 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기술과 예술이 결합되어 생활 저변에 널리 사용되었던 굿 디자인 (Good Design)에 주목한다. 예 술로서 가치를 지니는 디자인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디자인의 모더니즘을 상기시키고, 대량 생산되었 던 빈티지 공장용 가구들을 통해 기술적 생산 방식과 산업 현장의 실용적 디자인이 결합된 물품들이 가지는 독창적인 미감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처럼 Known과 Unknown의 경계를 넘어, 급격한 디자인 흐름의 변화 속에서도 기술과 실용,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어 가치를 더해가는 굿 디자인을 소개함으 로써 일상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저평가되었던 Unknown 디자인의 시대를 넘는 감성을 재발견하여 이 시대에 알리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나아가 심미성에는 우열이 없다는 명제 아래, 객관화된 미적 기준보다는 대상에 대한 미적 감수성에 우선을 두고 디자인의 가치를 재평가하고자 한다. 특히 지나온 시대의 서사를 암시하는 산업 물품 혹 은 낡은 나무, 녹이 슨 쇠, 빛 바래 색상과 같은 퇴적된 시간의 모습에서 노스텔지어를 유발하는 감성적 의미를 찾고자 한다. 디자인 해석의 다각적 방향성을 제시할 뿐 아니라, 이함캠퍼스만의 독창적인 디자인 지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디자인 장르 외에 현대 미술 분야의 주목할 만한 국내외 예술품 역시 다수 소장하고 있다. 한국적 모 노크롬에 대한 선견지명으로 단색화의 거장인 박서보, 김창렬, 정상화 등의 작품을 20여 년 전부터 수 집했으며, 이이남, 곽인식, 구본창, 오치균, 황재형, 강익중, 김아타, 정현 등 국내 미술계의 새로운 비전 을 제시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해왔다. 또한 크리스토
(Christo), 부샹 파이 (Bui Xuan Phai), 무스타파 훌루시 (Mustafa Hulusi), 베르나르 부네 (BernarVenet), 클로드비알라 (Claude Viallat) 등 해외 유명 작 가들의 실험적이고 의미있는 작품 역시 소장하고 있다.

또한 그래픽 디자인분야에도 주목하여, 함축적이고 은유적인 그래픽 언어로 포스터의 세계적인 수준을 끌어올린 폴란드 포스터와 포스터 에스키스를 포함하여 그래픽 디자인 관련 다양한 작품 소개도 있을 예정이다.

이함캠퍼스의 사명

문화를 향유하는 데는 특정한 브랜드, 선입견, 작가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느낌이 며, 느낌이라는 것은 어느 한 순간에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험이 이어지고 그때의 사소한 느낌들이 쌓이면서 나만의 취향이 만들어지고 즐거움이 만들어진다. 이 즐거움을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고자 마련한 공간이 바로 이함캠퍼스이다.

이제는 문화를 소비만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문화 소비자들이 문화 그 자체를 만들어가는 시대이다. 문화는 따로 있지 않다. 관람객과 거리를 두고 전시된 작품들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늘 만지며 사용하 는 컵, 의자 등도 문화 예술의 하나의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함캠퍼스의 철학이다. 그렇기 에 복도에 놓인 의자 하나까지도 예쁘고 좋아 보이는 느낌이 중요하다.

순수 아트가 주는 영향과 컵 하나가 주는 영향 중에 한 개인에게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문화에는 우월이 따로 있지 않다. 시대에 따라 디자인의 흐름은 계속 바뀌어왔고, 가치, 윤리관이 변화하듯이 그에 따라 디자인도 바뀌기에 어느 것이 좋고 우월하고 단정할 수 있지는 않다. 모든 것은 모두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이 캠퍼스를 찾는 모든 이들이 문화를 새롭게 만드는 또 다른 문화의 주체가 되기를 꿈꾼다.

Founder Note

우리는 unknown의 의도하지 않음으로 하여 배어나온 미감, 삶의 기능성으로 하여 정제된 형태를 주목한다
시대 공감의 소산임을 인정하고 정직함이 주는 각별한 울림을 느낀다.
길섶의 들풀처럼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이 작업은 당시 일상에 묻혀 아무에게도 각별하지 못했던 그 들에게 연민과 존경의 헌사를 보낸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퇴적된 시간 속에서 그들의 기억을 찾아내는 작업을 계속 할 것이다.
그것은 이시대 design의 원형질이 그들을 건너 뛸 정도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 오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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