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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6쪽씩 ‘괴테’를 읽다…‘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쉬지 않고’
매달 6쪽씩 ‘괴테’를 읽다…‘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쉬지 않고’
  • 김재호
  • 승인 2022.06.27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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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괴테학회, 괴테독회 30주년

강독 결과물 11권 번역서로 출간
바이마르 재단과 연계해 학자교류

“항상 노력하며 애쓰는 자, 그를 우리는 악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도다.” 지난 23일,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세미나실에서 열린 괴테독회에서 김대권 숭실대 교수(독어독문학과)는 이같이 발표했다. 『파우스트 2』에서 천사들이 파우스트를 맞이하며 하는 말이다. 괴테독회는 이날 30주년을 맞았다. 

 

난 23일, 한국괴테학회 괴테독회가 30주년을 맞이해 강독회가 열렸다. 사진=이시내

한국괴테학회는 1992년 6월부터 매월 1회 괴테독회 연구모임을 진행해왔다. 괴테독회는 『파우스트 1』, 『빌헬름 마이스터의 편력시대』, 『서동 시집』, 『친화력』, 『잠언과 성찰』, 『젊은 베르터의 고뇌』, 『이피게니에』, 『타소』, 『혼외의 딸』, 『에그몬트』, 『괴츠 폰 베를리힝엔』 등의 주요 작품을 강독하고 그 결과물을 번역서로 펴냈다. 이날 모임을 통해 『파우스트 1, 2』를 완독했다. 

한국괴테학회는 1982년 3월 22일 괴테 150주기를 맞이해 창립됐다. 곽복록 서강대 명예교수가 초대회장을 맡았다. 한국괴테학회는 독일 괴테학회, 바이마르 고전문화연구소, 국제 괴테학회, 바이마르 재단 등과 연계해 학술대회 참여, 학자교류, 연구자지원 등이 활발하게 실시되고 있다. 

괴테독회 연구모임은 최두환 중앙대 명예교수(독문학)과 안삼환 서울대 명예교수(독문학)가 이끌어왔다. 최 명예교수에 따르면, 괴테독회는 독일 측에서 매년 한국의 독문학자 한 명을 바이마르에서 2개월 간 연구하도록 초청하는데, 이 프로그램에 독문학 교수·강사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만들었다. 괴테독회에는 최 레기네 전 서강대 교수(독문학)도 함께 했다.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독문학)는 “독일 바이마르 괴테학회와의 학술교류가 시작되었을 때 선발대로 가서(1995년) 본격적인 괴테연구가 시작됐고, 『괴테의 도시 바이마르에서 온 편지』까지 썼다”라며 “그때부터는 바이마르 괴테학회의 정례 학회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최민숙 이화여대 명예교수(독문학)는 ‘괴테독회’가 내게 준 것에 대해 “독문학도들에게 괴테는 영문학도들의 셰익스피어에 해당한다”라며 “‘괴테독회’의 장점은 회원인 나를 언제나 독문과 초년생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데 있다”라고 소회했다. 안삼환 명예교수는 “나는 차츰 괴테가 위대한 시인이며, 독문학 공부를 하는 사람은 누구나 먼저 괴테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김영주 숭실대 명예교수(독문학)는 “약 20여 년 전부터 괴테 독회에 참가해 오고 있는데, 바쁜 현직 때나 은퇴한 지금이나 꼭 같이 제게는 학문적 도전을 주고 있고, 토론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대권 교수는 “앞으로 괴테독회를 주도적으로 견인해갈 세대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교수와 연구자들은 연구실적 때문에 함께 모여 토론하기보다는 연구실에서 혼자 논문을 쓰도록 강요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상희 성신여대 교수(독일어문·문화학과)는 “한 달에 6쪽씩 밖에 안 읽었는데 그동안 꽤 많은 작품을 완독했다는 데에 대해서 괴테의 말이 떠오른다”라며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쉬지 않고(Ohne Hast, aber ohne Rast)”를 언급했다. 그는 “독일어 해석뿐만 아니라 이해도 어려워 혼자서는 엄두도 못 냈을 파우스트 2부를 독일어로 읽었다니 뿌듯하다”라고 소회했다. 

이시내 서울대 교수(독어교육과)는 “『파우스트』를 떠올리면 대학교 학부 전공수업에서 지금은 작고한 이동승 전 서울대 교수(독어교육과)의 얘기가 생각난다”라며 “괴테 평생의 역작 『파우스트』를 언급하며 이 작품은 인생을 살면서 최소한 세 번을 읽어야 하고 그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지난해부터 독회 모임에 참석했는데 마침 『파우스트 2』의 후반부를 함께 읽으면서 괴테가 전하고자 한 인간사에 대한 메시지가 내가 그동안 느낀 삶의 희로애락과 더불어 이제 조금 이해되었다. 앞으로 더 큰 깨달음으로 괴테의 문학세계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한국괴테학회 회장 조우호 덕성여대 교수(독어독문학전공)는 “괴테독회의 30년 동안의 모임은 한국괴테학회의 방향성에 큰 자극을 주었으며, 한국의 아카데미 모임 문화에도 귀감이 된다”라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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