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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와 이라
아르카와 이라
  • 최승우
  • 승인 2022.06.1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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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겔 로차 비바스 지음 | 우석균·김현균 옮김 | 에디투스 | 344쪽

『아르카와 이라-비인간화 시대의 대/화』는 여행문학이나 철학 에세이의 일반적인 형식에서 벗어난, 그야말로 독특한 장르의 책이다. 라틴아메리카와 아시아의 시원始原적 공간들을 넘나드는 스케일에서뿐 아니라 고대의 시간과 서울 지하철의 풍경이 곧장 연결되는 자유로운 이야기의 전개와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그러한 시공간의 짜임들이 오늘 우리의 문명적 현실에 대한 생동감 있는 비평의 세계를 펼쳐 보여 준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낸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르카’와 ‘이라’라는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로 이어져 있다. 이미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른바 ‘마술적 사실주의’에 입각한 라틴아메리카의 문학 작품들이 제1세계가 지워 버린 선주민의 세계와 닿아 있으면서 동시에 현대사회에 대한 문명비평을 담고 있듯이, 콜롬비아 작가의 이 여행 대화집도 한편의 빼어난 문학이면서 철학적인 문명비평서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도처에서 전개되는 몽환적이면서 시적인 아름다움과 도저한 사유의 깊이로 직조된 이 대화집의 매력은 미리 정해 놓은 논리적 결론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공명을 따라 생생한 사유의 숲을 걷는 순례의 여정으로 우리를 이끈다는 데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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