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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랭킹 좇다가 교육 부실..."가르칠 교수가 없다"
대학랭킹 좇다가 교육 부실..."가르칠 교수가 없다"
  • 김봉억
  • 승인 2022.06.20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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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떠오른 ‘반도체 인재 양성’  
교육부는 지난 15일 '반도체산업 생태계와 인재 수요'를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교육부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들더라도 반도체를 연구하는 교수가 충분한 연구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해 석·박사급 고급 인력을 키워내는 것만이 현재 유일하게 가능한 방안이다.”

‘반도체 전문가’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재료공학부)가 지난 15일 ‘반도체산업 생태계와 인재 수요’를 주제로 열린 교육부 주최 공개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황 교수는 이날 반도체 인력 양성과 관련한 대학의 현실을 제시했다. 대학평가의 폐해, 연구비 지원의 문제점, 교수채용 실태까지 지적했다. 

“상위 대학이 연구중심 대학을 지향하고 특히 각종 대학평가 랭킹에서 네이처, 사이언스 같은 하이 임팩트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 최상의 미덕으로 평가받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대학의 고급 반도체 인력 양성 기능이 크게 쇠퇴했다.”

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 현실에 대해 황 교수는 “정부는 이미 발전한 산업에 정부 연구개발비를 투입할 수 없다는 단순한 논리에 의해 연구비를 대폭 삭감하다 보니, 국내 대학에서 반도체 관련 연구를 지속하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됐다”며 “특히 산업계에서 대학의 반도체 연구를 폄하하고 지원하지 않는 움직임에 의해 가속됐다”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교수채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연구 분야 교수가 퇴직하더라도 후속 교수를 채용할 수 없게 만들거나 재직하는 교수도 반도체가 아닌 분야로 연구방향을 전환하게 하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 공대 약 330명 교수 가운데 반도체를 주력으로 연구하는 교수는 1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했다. 

이런 문제는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현장 투입 가능한’ 고급 인력의 공급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됐고, 이는 대학에서 반도체를 연구하는 교수가 급감함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라고 황 교수는 지적했다. 
전국 대학에서 반도체 연구 교수는 대략 400~500명이다. 2022년 정부의 반도체 연구비 총액은 약 500억 원이다. 기업의 반도체 분야 산학 지원금(약 500억원)도 주로 수도권 대학에 지원된다. 대학원생 1명을 육성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1억 원. 연간 육성 가능한 정원은 약 1천 명이다. 

최근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반도체 관련 대기업이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립하고 있다. 황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없거나 효용성이 없다고 했다. 학과를 만들려면 교수를 새로 뽑아야 하는데, 계약학과는 정해진 기간의 계약이 해지되면 없어질 텐데 대학 입장에서는 임시 학과를 대상으로 정규 교수를 선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교수로 선발하면 연구를 해서 실적을 내야 하는데 계약학과는 학부생만 있으니 연구를 지속적으로 할 수도 없어서 우수 교수를 뽑을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설령 계약학과가 지속된다고 해도 주어진 교수 정원 내에서 교수를 선발하려면 타 학부 학과의 교수 정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 대학의 현실상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학부에서는 전문적인 교육을 하기에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했다. 현재 학부의 교육 이념은 일반 교양인을 키워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습 장비의 문제도 언급했다. 반도체 분야에서 위험한 장비는 안전한 클린룸에서 사용해야 하는데, 계약학과를 위한 클린룸이나 장비는 전혀 없다고 했다. 

한편, 교육부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 특별팀’을 구성하고 지난 15일 첫 회의를 가졌다. 장 차관은 “교육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 인재양성을 중요한 책무로 인식하며 교육부의 핵심 업무로 추진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7월 중 ‘반도체 등 첨단분야 인재양성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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