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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보단 ‘전문가’…나노소재 개발로 유해물질 거른다
‘여성’과학기술인 보단 ‘전문가’…나노소재 개발로 유해물질 거른다
  • 김재호
  • 승인 2022.06.20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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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 ⑭ 조소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센터장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성장을 하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사회에 전달되길 기대한다. 열네 번째는 조소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센터장이다.

 

기초 원천소재로 유기화합물 제거하는 효과 연구
미래 소재시장 선점 위해 필터 소재연구단 이끌어

조소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첨단소재기술연구본부의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 센터장은 나노소재 개발 및 응용 분야의 권위자다. 그는 2009년 선임연구원으로 한구과학기술연구원에 입사해 12년째 이 분야에 매진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머리카락 1만분의 1 크기에 해당하는 나노소재, 즉 어디에도 보이지 않으면서 어디에나 존재하는 기초 원천소재를 다룬다”라고 설명했다. 물질구조제어연구센터에서는 나노 빌딩블록(building block)을 새로 개발하고 이를 3차원으로 구조화하여 기능을 부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조소혜 박사는 이화여대에서 유기화학으로 학·석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촉매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여성과학인 모임 회장, 극한환경 반응형 필터 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다. 사진=WISET

조 센터장은 고분자(유기물), 산화물 혹은 금속계 무기물로 구성된 나노 빌딩블록을 합성하고 이들의 표면 기능화, 패터닝, 다차원화를 통해 기능성을 갖는 신소재로 개발한다. 그는 나노 빌딩블록 중 산화물 무기소재를 연구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특히, 티타니아(TiO2)라는 산화물 소재는 자외선 영역의 빛을 받으면 산화력이 강한 라디칼(radical)을 형성하는 촉매제인데, 이를 3차원 구조화 혹은 표면 기능화를 통해 그 산화력을 증폭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제작된 나노소재는 실내 자연광 아래에서도 라디칼을 형성하여 담배 냄새,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등을 제거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폐수에 존재하는 유기물을 분해하여 수질정화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연구이력 덕분에 조소혜 박사는 최근 ‘극한환경 반응형 필터 소재연구단’의 단장까지 맡았다. 이 연구단은 2020년 8월 헤파필터와 여과장치 소재의 자립화 및 기능 고도화를 위해 설립됐다.

 

드라마 속 과학자가 롤 모델

조 센터장이 과학자가 된 건 미국 SF드라마 ‘V’의 영향이 컸다. 그는 “과학보다는 과학자에 매료되어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가족이나 주변 지인 중 과학자가 없었기 때문에 TV 드라마로부터 그 롤 모델을 찾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극중에 줄리엣이라는 여성과학자가 등장하는데,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에게 치명적인 신약을 개발하는 줄리엣에 매료되어 ‘내 미래 모습은 바로 저거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기술 확보가 시급한 100대 핵심품목을 도출했다. 이들 품목 중 핵심 소재와 부품을 국산화하고 미래 소재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R&D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소재혁신선도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원소재 개발부터 공정기술과 시스템까지 연계하는 플랫폼형 기술개발을 통해 소재 자립화를 지향한다. 지금까지 17개 연구단이 선정되었는데 ‘극한환경 반응형 필터 소재연구단’도 그중 하나이다. 

조 센터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연구단은 반도체 등 전자제품 제작 과정에서 고농도의 산업 폐수가 발생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정화하기 위한 고내구성·고기능성 필터 소재 R&D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불소계고분자와 세라믹 소재로 구성된 고내구성 필터의 원소재 기술을 확보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공정 및 모듈시스템까지 연계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고내구성 소재를 필터로 사용하면, 기존의 고도산화반응 기반의 정화방법을 필터 기반의 물리적 방법과 함께 사용할 수 있다”라며 “이 점에 착안해 반응형 필터 기술을 새롭게 개발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반응형 필터는 나노촉매소재가 복합화 되어 산화반응성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표면의 다층구조화, 기능화 코팅기술들이 접목돼서 내오염성 및 수명까지 향상된다. 조 센터장은 “반응형 필터를 사용하면 기존의 병렬형 다단계 정화시설이 하나의 공정으로 합쳐져 폐수를 한 번에 정화할 수 있다”라며 “따라서 이에 따른 에너지 절감과 부지면적 축소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기존 방법으로는 제거하기 힘든 저농도의 유해물질까지 필터의 촉매와 흡착기능을 이용하여 능동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 연구단에는 현재 3개의 출연연구소, 대학, 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다. 원소재 또는 공정기술을 보유한 출연연이 연구단을 리드하며, 학계에서 원천기술을 제공하고, 민간기업이 대량화 혹은 모듈화에 기여하도록 구성된 것이다. 

이공계 분야는 여전히 남성 성비가 높은 곳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도 여성과학기술인의 비율이 약 20%에 지나지 않는다. 조 센터장은 이것을 오히려 앞으로의 더 많은 기회요인으로 해석한다. 그는 “연구직에는 모성보호 정책,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서 여성이 진출하기 아주 좋은 직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니 여성과학도들도 적극적으로 진로를 설계해 보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아울러 여성과학기술인들이 여성이 아닌 전문가로 인식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성과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한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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