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4:15 (금)
더불어 높아지는 꿈…의식공동체를 위하여
더불어 높아지는 꿈…의식공동체를 위하여
  • 최영종
  • 승인 2022.06.15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가 말하다_『혼돈의 글로벌 시대, 공동체주의를 말하다』 최영종 지음 | 가톨릭대학교출판부 | 425쪽

미·중 패권 경쟁…자국우선주의는 물질중심주의 폐해
구성원이 공동체 의식·꿈 결정…세계 문명의 중심으로

인간은 다양한 공동체에 몸과 마음을 담고 살아간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에 대한 로망은 누구나가 한 번쯤은 가졌을 것이다. 국제정치학자로서 필자 또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마음과 생각을 공유하는 멋진 공동체를 이루는 꿈을 간직하면서 지역통합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지금까지는 지역 공동체를 독립변수나 종속변수로 취급해서 도구적으로 활용하였다면, 본 연구는 공동체 자체에 초점을 맞춘 본격적인 연구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주의의 핵심은 인간의 의식이다. 인간의 생각이 자아, 사회, 국가라는 경계에 갇혀 있으면 서로 배타적이고 적대적이 되지만, 경계를 초월하게 되면 우리라는 생각이나 연대감이 생겨난다. 이것이 바로 국가 간 협력이나 공동체 형성은 물론이고 궁극적인 세계 평화를 이룰 수 있는 토대이자 열쇠이다. 현재 인류는 첨단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고도의 상호 ‘연계성’을 확보한 상태이다. 의식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기술적인 인프라를 확보하였기에, 이제부터는 좋은 생각과 감정을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시키는 일만 과제로 남은 셈이다. 

오늘날 물질중심주의가 가져오는 폐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물질주의에 경도된 세계화는 양극화의 심화와 환경 파괴를 가져왔으며, 세계를 위협하는 미·중 패권 경쟁은 물질적 우위에 대한 집착이 주된 원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 속에서 강화되고 있는 자국우선주의는 물질중심주의의 또 다른 폐해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기존의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는 무력함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은 인류가 당면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공동체주의’를 제안한다.

 

운명-이익-문화-의식의 공동체

이 책은 먼저 공동체를 운명공동체, 이익공동체, 문화공동체, 의식공동체로 먼저 분류한 이후, 공동체가 구성원들의 의식 수준을 반영해서 순차적으로 발전해 나간다는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공동체주의 분석틀을 글로벌, 지역, 개별 국가 차원의 공동체에 대해 적용하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이 공동체로서 갖는 속성과 특질 그리고 각기 ‘미국꿈’, ‘유럽꿈’, ‘중국꿈’이라고 지칭되는 미래 비전에 대해 비교 검토한다. 지역 차원에서는 동아시아 공동체가 분석 대상이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을 공동체주의 관점에서 비교 분석한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이 지향해야 할 공동체의 모습과 미래 비전을 “대한민국의 꿈”이란 이름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핵심 명제는 “구성원들의 의식 수준이 공동체의 의식 수준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구 수준이 고도화되듯이 공동체의 의식 수준 또한 고도화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공동체를 ‘운명공동체’, ‘이익공동체’, ‘문화공동체’, ‘의식공동체’로 유형화하고, 단계적으로 진화 발전해 나간다는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의 의식 수준은 공동체가 꾸는 꿈으로 표출된다. 즉 공동체마다 꿈을 갖고 있다. ‘미국꿈’(American Dream), ‘유럽꿈’(European Dream), ‘중국몽’(China Dream)이 세계의 대표적인 꿈이다. 이 세 개의 꿈이 정립하면서 세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경쟁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경쟁하고 한국이 틈새에서 영역을 넓히려고 하고 있다. 다양한 공동체의 꿈들이 하나의 ‘의식공동체’로 합쳐지는 것이 이 책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이다. 

과거 일본은 매력적이고 보편적인 꿈을 세계에 제시하는 데 실패하였고, 현재 중국의 꿈도 개인을 억압하고 세계와 적대적으로 충돌하면서 좌초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 ‘한국인의 꿈’(Korean Dream)이 ‘세계인의 꿈’이 되도록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꿈’(Korea’s Dream)은 자신만을 홀로 높이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높아지는 꿈이 되어야 한다. 일본의 ‘대동아공영권’ 꿈이나 중국의 ‘위대한 중화민국의 부활’ 꿈은 자신만 높아지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하였다. 매력적인 공동체에는 사람, 자본, 기술이 알아서 모여들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저절로 세계의 중심이 되고, 문명의 중심이 되고, 의식이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영종
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