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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보다 기술 융합 교육이 우선돼야
이론보다 기술 융합 교육이 우선돼야
  • 김민주
  • 승인 2022.06.14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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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후속세대의 시선
김민주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박사과정
김민주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박사과정

기술 플랫폼 비즈니스가 시장경제를 주도하는 시대, 우리는 어떤 인재가 되어야 하며, 어떻게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가? 이젠 쿠팡, 마켓컬리, 배달의 민족 등 플랫폼 비즈니스가 경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기술의 객체들이 서로 얽힌 네트워크 사이의 가치를 읽어내는 능력이 경쟁 속에서 승자를 결정한다. 즉,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여 가치를 구현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진정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고자 한다.

필자는 학부 시절, 전공 수업에서 느껴지는 갈증을 해소하고자 휴학을 결정하고 진정한 융합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국내 e커머스 기업 쿠팡으로 향했다. 전공 수업으로 “기술을 활용한 경영”이라는 강의목표를 가진 여러 융합형 과목들을 수강했지만, 실제 내가 배우는 기술이 어떻게 기업 경영에 융화되어 활용되는지를 알 길이 없었다. 예를 들면, 경영관리를 위한 데이터 분석 수업을 수강하는데, 강의실에는 내가 분석할 수 있는 실제 고객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아 기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해하기엔 다소 부족함이 있었다. 그러나 쿠팡에 재직하며 진정한 융합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엔지니어들이 만들어낸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고객들의 구매를 예측하고 최적의 배송 경로를 찾아서 기업의 운영 비용을 감소시키고 고객들의 만족을 증가시키는 것이 진정한 기술과 경영이 융합되는 모습이었다. 학교에서 배우던 기술 이론만으로는 배울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

그러고 다시 남은 학기를 마무리하기 위해 대학에 돌아온 나는 여러 대학에 새로운 학과가 만들어진 것을 보았다. 인공지능융합학과, IOT 학과 등등… 수많은 융합 과목과 전공이 생겨나고 있지만, “과연 이들이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만으로 진정한 융합을 알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실제 기업에서 분석하는 고객들의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는지, 수집된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모른 채, 가상의 데이터와 고객을 상상하며 기술을 습득할 뿐이다. 그러고서 취업을 하면 대부분의 학생은 현업에서 사용하는 기술을 다시 배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산업과 대학의 경계를 허물고 학문적 차이를 채우고자 여러 대학에서는 정부 지원사업의 도움으로 기업 간 연계형 인턴십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정부의 지원 아래에 진행되는 사업이다 보니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해당 프로그램에 신청한 학생들에게 주어진 실제 업무는 그들의 전공과 동떨어지며 안내문에 적혀진 업무와 다소 차이가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당연히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의사결정권에 큰 영향을 주는 업무를 맡기길 바랄 수는 없지만, 그들의 전공 수업이 현실에서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경험할 기회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미국 피츠버그에는 대학 캠퍼스 내에 구글, 아마존 등의 기업 리서치센터가 위치해 있으며, 기업의 데이터와 기술을 공유하며 학생들의 실용적인 학업을 권장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제도가 아니라 기업의 지원을 기반으로 대학 내에서 자율주행 테스트 등 기술 개발을 학생들과 함께 진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기술패권을 논하는 현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들이 양성되는 곳에 조금 더 실무적이고 실용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기술경영학 연구를 이어가는 나는 우리나라 인재들이 정보화 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여 비즈니스를 구현하는 시대를 맞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융합형 인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기술 이론을 이해하는 것도, 그리고 학문 간의 융합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배우는 이론과 실전에서 다루는 기술 사이의 융합이 무엇보다도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컴퓨터 엔지니어들이 경영학 과목을 듣는다고 해서 그들에게 융합적 사고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그들의 기술이 기업, 혹은 정부기관의 실무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기술과 경영의 융합을 위한 디딤돌이라 생각된다. 보다 실용적인 학문과 대학 시스템이 확장되어 우리나라 인재들이 정보화 기술 속 가치를 찾아서 글로벌 시장 경제를 주도하길 기대해본다.

 

김민주 카이스트 기술경영학부 박사과정
산업공학을 학부로 졸업하고 국내 e커머스 기업에서 재직하고 정출연에서 기술정책 연구원을 거쳐, 현재 KAIST 기술경영학부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디지털 플랫폼 내에서 나타나는 소비자 행동과 마케팅 전략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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