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1:50 (금)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97] 천적도 없는 조용한 괴생물체, 끈벌레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97] 천적도 없는 조용한 괴생물체, 끈벌레
  • 권오길
  • 승인 2022.06.08 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끈벌레
끈벌레는 신경계 독소인 테트로도톡신을 뿜어내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환형동물, 갑각류, 연체동물, 어류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포식성 동물이다. 사진=위키미디어

 

2022년 3월 26일, <중앙일보> 전익진 기자가 “실뱀장어 철인데도 일손을 놨다…그물 가득 30㎝ '괴생물' 정체”란 제목으로 ‘끈벌레'를 다루었다.

행주대교 일대, 한강 하구에서 조업 중인 어부 김홍석(64) 씨는 요즘 일손을 놓고 있다. 봄철 주 소득원인 실뱀장어 철을 맞았지만, 천적인 끈벌레가 대거 출몰했기 때문이다. 길이 5㎝ 정도의 실뱀장어는 뱀장어의 치어(稚魚, 새끼)이고, 끈벌레는 지렁이와 비슷한 20∼30㎝ 길이로, 지난 2013년부터 봄철 한강 하구에만 본격적으로 출몰하는 신종 ‘괴생물체’다. 그물마다 끈벌레가 무더기로 걸려 나오는 바람에 같이 잡힌 실뱀장어가 모두 폐사한다고 한다. 
또 다른 어부 유모(55) 씨는 최근 5년 넘게 봄 실뱀장어 조업 때 그물마다 95% 이상이 끈벌레로 가득 찼다며, 끈벌레에서 나온 점액질로 실뱀장어가 금방 죽었다고 전한다. 최근 수년간 행주어촌계 어민들은 봄철만 되면 그물마다 걸려 나오는 끈벌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다시 말해서 끈벌레는 지난 2013년부터 한강 하구에 봄철만 되면 대규모로 출몰하는 불청객이 됐다. 그 피해가 늘어가자 어부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포식성이 강한 끈벌레가 어로작업(漁撈作業)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어서다. 끈벌레로 인해 어부 등은 연간 소득의 70%가량을 차지하는 봄철 실뱀장어를 눈앞에 두고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화식(64) ‘한강살리기어민피해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몇 년간 한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와 신종 괴물체인 끈벌레 출현은 오염된 방류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어부들이 잡은 유해 생물인 끈벌레를 정부에서 수매해 준다면 어부들의 생계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내수면 생태계를 교란하는 배스·블루길·황소개구리 등을 정부와 지자체들이 사들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끈벌레도 수매해 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그러면 끈벌레(ribbon worm)는 어떤 동물인지 살펴본다. 유형동물(紐形動物, nemertina)의 일반 종인 끈벌레(Lineus alborostratus)는 머리 부분은 원통형에 가깝지만 꼬리 부분으로 가면서 납작해진다. 저서(低棲) 생활하는데, 주로 모래나 펄 속, 해조류 사이, 바위 밑에 서식한다. 그리고 신경계 독소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을 뿜어내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환형동물, 갑각류, 연체동물, 어류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포식성 동물이다.

몸길이가 보통 30cm쯤이지만, 몇몇 종은 수 m가 넘는 것도 있다. 몸은 섬모로 덮여 있으며, 목 부분이 약간 좁아 머리와 몸통이 구별되고, 등·배 쪽으로 편평하며 끈처럼 길게 가늘어지고, 꼬리는 뾰족하다. 몸 빛깔은 연한 청자색·암자색·자갈색이며 머리는 유백색이다. 머리에는 안점·평형기 등의 감각기가 있으며, 앞쪽에 주둥이(proboscis)가 있어서 먹이를 발견하면 이것을 재빨리 길게 뻗어 먹이를 움켜잡는다. 소화계는 잘 발달하고, 머리의 아래쪽에 있는 입에서 시작하여 식도·장·항문으로 이어지며, 긴 혈관이 2∼3줄 있다. 자웅이체이고, 산란기는 8월로 난소와 정소로부터 각각 방출된 난자와 정자는 물속에서 체외수정을 한다. 알은 부화하여 유생단계를 거치면서 변태하여 성체가 된다. 

<중앙일보> 전 기자가 쓴 끈벌레는 Yininemertes pratensis이란 종인데, 중국의 양쯔강에도 난다고 한다. 2013년부터 한강 하류에 발견되기 시작하여 점차 그 서식 지역이 늘어나면서 어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테트로도톡신을 분비하여 뱀장어 새끼(glass eel) 등의 어류를 마비시키거나 죽게 만들어 생태계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딱히 천적도 없는 형편이다. 그렇지만 아직 본종에 대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상태라 한다. 

 본 종 말고도 우리나라에는 갈색띠끈벌레와 연두끈벌레가 있다. 갈색띠끈벌레(striped ribbon worm)는 남해안에 분포하며, 수심 5m 전후의 바닥에서 간혹 발견되는데, 몸은 전체적으로 흑갈색을 띤다. 몸이 약 5배까지(최대 40cm 전후) 늘어나며 너비는 1cm 정도이다. 

또 연두끈벌레(greenish ribbon worm)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며, 수심 3~15m의 바닥에서 비교적 흔히 발견되는 끈벌레류이다. 몸은 전체적으로 녹색이나 짙은 연두색을 띠며, 늘어났을 때의 몸길이는 50cm 남짓이지만 수축하면 20cm로 줄어들고, 또 자극을 받으면 많은 점액질을 분비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