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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이 보여준 중화의 리더십
율곡이 보여준 중화의 리더십
  • 김문준
  • 승인 2022.06.09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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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역사로 본 21세기 공공리더십 ⑭_김문준 건양대학교 휴머니티칼리지 인문융합부 교수
1965년 김은호가 그린 율곡 이이의 초상화. 사진=위키피디아
1965년 김은호가 그린 율곡 이이의 초상화. 사진=위키피디아

율곡 이이(1536~1584)는 한국 최고의 애국경세가이며 그의 리더십은 여러 면에서 한국 지성의 가장 전형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율곡이 추구한 리더십의 근간은 실리와 정의의 ‘득중합의’ 정신에 의거하여 ‘이국활민’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그 특징은 도덕과 경세의 연계, ‘선공후사’의 태도로 무한한 자기 헌신과 애국애민의 봉사정신이 가장 중요한 리더십의 바탕이었다. 
율곡의 리더십에 있어서 중요한 바탕은 인간의 존엄과 이에 바탕한 국가 운영 의지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에 있는가? 인간은 물질만이 아니요, 숭고한 이상으로만 살아가는 존재도 아니다. 인간은 이성과 감성과 욕구가 함께 내재하며, 삶의 조건으로서의 소유적 측면과 삶의 방향으로서의 존재적 측면이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양면을 조절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며 실현화 능력이 필요하다.

『중용』에 중화를 이루어 극진히하면 천지가 제자리를 얻고 만물이 번성한다고 했다. 이러한 중화사상은 만물이 제자리와 제 때를 제대로 얻어서 만물이 생성하고 완성함을 이룬다는 상생의 사상이다. 율곡은 이러한 중화사상이 내재된 유교의 전통을 충실히 이어받았으며, 그의 사상을 집약한 『성학집요』의 ’통설’편을 ‘치중화’사상으로 마무리했다. 율곡의 치중화론은 ‘명덕을 천하에 밝힌다’는 이상주의의 도덕적 측면과 ‘천지가 안정하고 만물이 생육한다’는 일상생활의 실용적 측면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리더는 두 가지 실천원칙을 가져야 한다. 첫째, 근본을 쫒아 말하는 경우와 매 상황에 따라 말하는 두 경우의 상함성이다. 율곡은 정치방도에 ‘종본이언’의 경우와 ‘종사이언’의 두 측면에 있다고 했다. ‘종본이언’은 정심과 정의의 원리에 따라 말한다는 의미이며, ‘종사이언’은 구체적인 실제상황에 따라 말한다는 의미이다. 이 두 측면은 변혁기에 시대상황을 쫓아 변통하는 두 방법이다. 

율곡의 현실대처 방법은 ‘항법’ 과 ‘변통’이 조화 통일되는 것으로서 큰 의의가 있다. 항법이 없는 변통은 일의 시작과 끝이 일관될 수 없어서 상황에 따른 상대주의와 편의주의에 빠져 결국 본 뜻을 상실하게 된다. 즉, ‘종사이언’의 정신은 ‘종본이언’의 전제 위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상황이 아무리 변한다 하여도 인간의 ‘어진 본심’을 오로지 하여 정덕과 정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둘째, 의와 리의 상함성이다. 이 문제는 항법과 변통에 관한 ‘종사이언’ 과 ‘종본이언’의 정신과 동일선상에서 논의했다. 율곡은 “도에 병립할 수 없는 것은 옳음과 그름이며 사에 함께 할 수 없는 것은 이로움과 해로움인데, 이해를 급하게 여기어 시비의 측면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일을 처리하는 의에 어긋나며, 또한 시비를 생각하여 이해의 소재를 살피지 않는다면 응변의 권에 어긋난다. 권에는 정규가 없으니 중을 얻음이 귀하고 의에는 상제가 없으니 의에 합함이 귀하다. 중을 얻고 의에 합한 즉 옳음와 이익이 그 가운데에 있다.”라고 했다. 시비와 이해의 시중에 관하여 오늘날에도 깊이 새겨들을 명쾌한 논리이다. 

이러한 창조적인 적중은 어려운 일이다. 현명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야 가능하다. 율곡은 어질고 유능한 엘리트 집단이 국민을 섬기는 엘리트 리더십을 주장했다. 인간에 대한 긍정적 신념과 시무에 밝고, 국사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이 공론과 국시를 바탕으로 추진하는 체계적인 개혁을 주장했다. 

인간의 삶을 위한 상생의 원리를 현실에 실현하는 득중의 논리가 절실한 이 때, 율곡이 보여준 중화의 리더십은 인류사회의 리더들이 경청해야 할 바가 있다. 

 

김문준 건양대학교 휴머니티칼리지 인문융합부 교수 
현재 한국동서철학회 회장, 중봉조헌선생기념사업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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