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8:50 (목)
교수도 들떴던 강의에 학생들도 들떴다
교수도 들떴던 강의에 학생들도 들떴다
  • 김현옥
  • 승인 2022.06.08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시대, 최고의 강의⑥ 김현옥 경상국립대 교수
김현옥 경상국립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교육은 강의를 매개하여 학생과 소통하는 장으로, 혹은 교육은 학생과의 소통을 매개로 강의를 펼치는 장으로, 교육자들은 강의를 이렇게 규정하는 것 같다. 구체적인 강의의 특성에 따라 전자가 되기도 하고 후자가 되기도 한다. 다만, 둘 다 교육자의 성실을 전제하는 공통점은 있는 것 같다. 

2021년 2학기, 내가 담당했던 주요 강의는 ‘이타주의’였다. 사회복지학과 학생이라면, 이타주의에 대해 더욱 다양한 고민을 할 것이라는 전제에서 이 강의를 개설하였다. 강의 내용은 이타주의를 가로막는 사회의 악에 대한 공부 중심이었고, 악이 평범하다면 선도 평범하다는 점을 각종 사례를 통하여 토론하였다. 예를 들면, 시스템이란 악에 의해 서서히 물들어 가는 등장인물과 동일한 시스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항하는 등장인물을 비교 분석하는 과제를 학생들에게 자주 과제로 내주며 사회시스템의 악과 인간의 관계에 자신을 대입하도록 하였다.

이 수업에서 교수로서 내가 개입한 것이 있다면, 학생들이 활발히 토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 중심에서 지켜봤던 것 정도다. 이 강의를 중심으로 우수 강의상을 받은 것에 대하여, 학생들이 주는 상이라는 점에서 여타의 성취와는 그 가치가 달라 무척 기쁘지만, 냉정히 말해서 교수자로서 내가 대단히 성실했다거나 특별한 강의 기법을 창조적으로 만들어내지는 않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라서 이 강의는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을 반반으로 구성할 수 밖에 없었다. 비대면 수업은 아무래도 학생들과의 소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학생들이 이 강의에 대해 관심이 증가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느낌을 수업을 진행하는 내내 받았다. 그건, 나의 덕분이라기보다는 이 강의의 교재(『루시퍼 이펙트』, 필립 짐바르도 저)가 무척 좋았다는 점, 학생들이 이 교재에서 소개하는 구체적인 악의 딜레마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점, 자신의 경험에 대해서 여전히 고민하면서 이 강의를 통해서 답을 얻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다는 점이 덕분이라면 덕분일 것이다.

이 수업에서 교수인 나의 역할은 다소 두껍고 어려운 번역문으로 가득 찬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했던 바인 전쟁과 폭력 문제의 가해 시스템과 피해자의 사례가 오늘날에도 실재하는 사례이며 우리 스스로의 사례일 수 있음을 여러 방법을 통해 되살려 학생들에게 전하는 것 이었다. 솔직히 이 과정은 가르치는 과정이 아니라 내가 배우는 과정이기도 했으며 내게도 유익했다. 들뜬 교수의 가벼운 흥분에 학생들도 덩달아 흥분하고 즐겼던 강의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비대면 강의를 해야 하는 시간들의 약점을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즐기는 강의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수 강의상과는 상관없이 오랫동안 기억할만한 강의였다고 본다. 

지난 학기의 강의를 바탕으로, 이번 학기에 내가 응용한 간단한 교수법은 학생들에게 과제로 제시했던 것을 나 역시 과제로 이행하여 학생들 앞에서 학생처럼 발표하는 것으로, 과제를 매개하여 다가가고 함께하는 방법이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은 후 서평을 작성하는 과제였는데, 내가 나의 서평을 발표하는 동안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서평과 나의 서평을 비교하고 책의 내용을 복기하면서 전쟁폭력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 사회복지학을 포함한 사회과학은 어떤 의미에서 담론과 토론의 학문이라는 점이 이 지점에서 더욱 유리했던 것 같다. 

상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상 그 자체를 목표로 삼는 것은 공허하다. 다만 상의 의미를 되새기고, 좀 더 발전했는가를 확인하는 이정표로서 상은 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우수 강의상을 학생들이 주는 상이라고 말하면서도, 나는 학생들을 존중하였던가?‘라는 질문을 되새기며 학생들의 잠재력을 확장시키고 희망을 심었는가에 대해 나는 정말 부끄러운 선생이다. 학생들과 연결되려고 하기보다는 나의 연구와 나의 과제 상황과의 연결이 더욱 우선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해서도 여전히 고민이 많다. 연구를 하는 것도 지역사회와 대학에서 여러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내 안에 고이기만 할 뿐, 그 누군가를 향해 확장되거나 그 누군가를 향해 흘러나가지 않는다면 의미없다는 것을 알지만, 학생들과의 연결성을 찾는 데 성공하기보다는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다. 배운 바를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이 학습의 첫걸음이라고 한다면, 내가 학생들과 함께 하는 강의의 순간은 한 인간의 기억과 미래의 역할과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굉장히 소중한 시간이다. 강의상을 받는 것이 지난 학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강의 그 자체의 소중함을 교수인 내가 제대로 파악하고 가치있는 과제로 받아들이는 데 있다고 본다. 
  
김현옥 경상국립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지난 2021년도 2학기 우수강의상을 받았다. 2020년까지는 전쟁피해 난민아동의 타자성과 구성적 관계에 대해 연구를 했고 지난해에는 한국아동복지학회 학술지에 「개인요소와 지역요소에 의한 소득양극집단 아동의 주의력 집행기능 예측에 관한 머신러닝 비교분석」을 게재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