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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치 역할은 확대…정치학은 능동 대처 못해”
“지역정치 역할은 확대…정치학은 능동 대처 못해”
  • 송경호
  • 승인 2022.05.31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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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정치와 정치학’ 2022 연세x부산 학술대회

2008~2021년 사회과학·정치학 통계 분석
수도권 대학은 전통적 ‘정치외교학과’ 유지 많고
비수도권 사립은 국방·군사 등 안보학으로 전환
“대학과 정치학의 위기, 구체적인 위기 분석 필요”

연세대 정치학과 BK21 교육연구단(단장 백우열)과 어깨동무사업, 부산대 사회과학연구원 정치전략센터가 공동주최한 ‘2022 연세x부산 학술대회’가 지난 5월 20일부터 이틀간 부산대 사회관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는 제5회 융복합 정치학-사회과학 워크숍이었다. 

21일 진행된 정치학교육랩 패널에서는 연세대 정치학과 BK21 김현·송경호 연구교수, 그리고 데이터전문가인 나순권 정치학교육랩 자문이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정치학교육랩에서 추진 중인 정치학 생태계 데이터베이스 구축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지금까지의 분석 결과를 공유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정치학 생태계 데이터베이스 구축 프로젝트는 교육부 통계 자료, 주요 대학 수업계획서, 취업포탈의 구인구직, KRI 연구자 데이터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정치학의 수요와 공급을 종합적, 시계열적으로 살펴보려는 목적으로 기획된 장기 프로젝트다.

지난 5월 20일부터 이틀간 부산대에서 제5회 융복합 정치학-사회과학 워크숍이 열렸다.  사진=송경호

‘교육 통계자료를 통해 본 한국 정치학’

이날 발표한 ‘교육 통계자료를 통해 본 한국 정치학: 2008~2021년을 중심으로’는 해당 프로젝트의 첫 번째 단계로서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기본통계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정보공시센터 대학알리미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카테고리1(일반대학/사회계열/사회과학/정치학/정치학 세부학과)과 카테고리2(수도권/비수도권, 국공립/사립)를 중심으로 2008년부터 2021년까지 입학정원/입학자, 중도탈락자, 학과수 등을 분석한 내용이었다.

분석에 따르면, 2008년 이후 학령인구감소와 이에 따른 대학의 위기에 대한 논의가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일반대학의 규모(재적생·입학자·졸업생·입학정원)는 유지되는 경향이 발견됐다. 이처럼 규모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대학 위기가 일반대학보다는 전문대에 미친 영향이 컸으며, 일반대학에서 전문대의 수요를 상당부분 흡수한 결과로 판단된다. 일반대학 전체 입학정원 중 사회계열의 입학정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28.24%에서 2021년 22.94%로 소폭 하락했는데, 법학전문대학원의 설립에 따라 학부 법학과의 수가 줄어든 것이 주된 요인으로 확인됐다.

한편, 사회계열 입학정원 중 사회과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36.61%에서 40.29%로 소폭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사회과학 입학정원 중에서 정치학 입학정원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7.55%에서 8.67%로 소폭 증가하는 추세를 발견했다. 정치학 분야에 국한해서 수도권 대 비수도권의 입학정원 비율을 살펴보면, 2008년 35.24% 대 64.76%였던 것이 2021년 37.04% 대 62.96%로 수도권의 비율이 소폭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 입학자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34.6% 대 65.4%에서 42.48% 대 57.52%의 비율로 큰 변화가 관찰됐는데, 이는 수도권의 정원 외 입학자의 수가 늘어난 결과로 판단된다.

비수도권 중 입학정원의 비율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2008년과 2021년 사이 경상지역은 40.77%에서 43.51%, 충청이 19.07%에서 23.88%, 강원이 5.9%에서 7.54%로 소폭 상승했으나, 이는 전라 지역이 34.26%에서 22.99%로 감소한 결과였다. 또한 일반대학의 경향과 동일하게, 해당기간 동안 국공립과 사립대학 정치학의 입학정원과 입학자의 규모는 유지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를 다시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해보면, 수도권 국공립을 제외한 수도권 사립, 비수도권 국공립, 비수도권 사립 모두 입학정원이 소폭 감소했지만, 실제 입학자의 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수도권 국공립과 사립은 소폭 증가, 비수도권 국공립은 현상유지, 비수도권 사립은 소폭 감소로 나타났다.

“정치학 교육, 국가·지방 정치 주역 길러내야”

발표자들은 대학의 위기 속에서 비수도권 사립대학이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로 국방 및 군사학부 등 안보학과의 등장을 지목했다. 수도권 국공립과 사립의 경우 전통적인 형식의 정치외교학과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반해, 지방 사립대학에서는 안보학과 같은 실용적인 분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면서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어진 정치학교육랩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지방대학의 위기와 정치학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한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졌다. 구본상 충북대 교수(정치외교학과), 김범수 연세대 연구교수(디지털사회과학센터), 서재권 부산대 교수(정치외교학과),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과)를 비롯한 토론자들은 대학과 정치학의 위기라고 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인지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위기를 진단하고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 학부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와 대학·대학원 전반에 걸쳐 정치학의 역할과 위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토론자들은 20일 진행된 지역정치의 맥락을 함께 고려할 때, 지방자치법 전면개정 등에 따라 지역정치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학이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치학 교육이 국가수준의 정치뿐만 아니라 지방정치의 주역을 길러낼 수 있도록 재편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한편, 김숭배 부경대 교수(일본학전공)는 한국과 다른 일본의 상황을 전달하면서, 정치학 생태계 데이터베이스 구축 프로젝트가 해외 사례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20일부터 이틀간 부산대에서 2022 연세 x 부산 학술대회가 열렸다. 사진=송경호

지방소멸 위기…‘지역통합지수’ 개발 제안

20일 진행된 지역정치랩 패널에서 최재동 연세대 연구교수(정치학과 BK21)는 ‘지역통합지수’ 개발을 제안했다. 지방소멸의 위기와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이라는 계기를 맞아 광역 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초 지역단체에서도 새로운 특별 지자체를 만들기 위한 시도들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효율성뿐만 아니라 민주성과 정치성을 반영할 수 있는 복합 지표를 개발함으로써 통합의 정도를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효율성만을 목표로 한 지역통합이 결과적으로 민주성과 정치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전제돼 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복합 지표 개발이 부·울·경 특별연합 설치와 관련해서도 실천적인 시사점을 가진다는 점이 지적됐다. 지역통합지수가 향후 부·울·경 특별연합의 성패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공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차원에서 특별연합의 목표 설정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재권 부산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지자체별로 통합의 목적과 방향이 다르다는 점에서 다양한 종류의 지역통합을 종합적으로 지표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편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기존의 지표들과 구분되기 위해서는 민주성이나 정치성 외에도 자치성의 정도를 평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통합 이전에 비해 자치성이 증대된 경우 성공적인 지역통합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김범수 연세대 연구교수(디지털사회과학센터)는 복합 지표에 만족도나 삶의 질과 같은 주관적 측면 역시 포함할 것을 제안했다. 객관적 지표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발견되더라도 주민들의 만족도는 낮을 수 있으며, 또한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구본상 충북대 교수(정치외교학과)와 김성균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원을 비롯한 토론자들은 지역통합지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통합 이전과 이후를 비교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통합적인 지표로서 ‘지역정치 평가지수’(가칭)의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송경호 객원기자 editor@kyosu.net
연세대 정치학과 BK21 연구교수를 맡고 있다. 연세대에서 박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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