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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한 수행과 노하우는 ‘뇌-몸-환경’의 상호작용이다
능숙한 수행과 노하우는 ‘뇌-몸-환경’의 상호작용이다
  • 김봉억
  • 승인 2022.06.02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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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복합 첨단연구의 현장 ‘체화된 마음 연구’ ⑨ 행화주의와 행위 예술

 

‘체화된 마음 연구’ 아홉 번째는 ‘행화주의와 행위 예술’을 주제로 숀 갤러거(Shaun Gallagher, 이하 SG) 멤피스대 교수와 다니엘 후토(Daniel Hutto, 이하 DH) 울런공 대학 교수가 대담을 나눴다. 
우리는 현재 호주연구위원회의 연구지원을 받아 ‘능숙한 수행 속 마음’(Minds in skilled performance)이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는 이 주제에 대해 체화적·행화적 접근(embodied-enactive approach)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체화적·행화적 접근은 인지의 모든 중요한 요소가 뇌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그것은 반드시 표상 과정을 포함한다고 주장하는 인지과학의 오랜 지배적 견해인 인지주의와 대조된다. 인지주의는 능숙한 수행을 지적 기능으로 본다. 다시 말하면, 해야 할 일을 아는 것은 하는 방법에 대한 올바른 사실을 만족스럽게 표상하는 것이다. 인지주의에서는 무언가를 하기 위한 ‘노하우’는 그렇게 표상된 명제들을 아는 것으로 환원된다. 우리는 능숙한 수행의 기초에 대한 인지주의적 설명과 노하우에 대한 프라그마틱하고 행화적인 설명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숀 갤러거(이하 SG): 댄, 당신은 인지과학에 대한 행화적 접근을 주도해 왔습니다. 행화적 접근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려주실 수 있나요?

다니엘 후토(이하 DH): 행화적 접근은 인지의 기초가 몸적이고 행동 지향적인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행화적 접근에 따르면 환경의 어떤 부분을 지각할 때 우리는 그것의 특정 구조에 민감해질 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 구조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에 반응합니다. 지각은 세계가 제공하는 것에 대한 반응입니다.

몸과 환경의 이런 긴밀한 프라그마틱한 관계는 생태심리학에서 유래한 '행위유도성‘(affordance)이라는 용어로 잘 표현됩니다. 이에 대한 좋은 예는 의자가 ’앉음‘을 제공하는 이유는 그 크기와 모양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몸이 구부릴 수 있는 관절을 갖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종류의 물리적 행위유도성은 관계적이고 행위자와 환경에 의존합니다.

SG: 행위유도성은 행위자의 기술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요. 절벽은 ’등반‘을 제공하는데 행위유도성은 절벽을 오르는 훈련을 받은 사람에게만 제공됩니다.

DH: 맞습니다. 행위유도성은 또한 사회적일 수 있습니다. 나는 혼자서 무거운 탁자를 옮길 수 없지만, 숀 당신의 현존, 즉 숀이 현재 나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함께 그 탁자를 옮길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이런 프라그마틱한 태도는 우리가 세계를 생각하는 틀을 구성할 수 있지요.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은 세계를 이해하는 시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때로는 그런 시도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SG: 물론 그러한 몸적 과정에는 뇌도 포함됩니다. 뇌 자체는 매우 복잡하지만, 행화적 접근에 따르면, 인지과학이 설명해야 하는 것은 그보다 더 복잡한 것, 즉, 뇌-몸-환경 간 전개되고 있는 상호작용입니다.

DH: 그렇습니다. 행화주의자들은 인지의 복잡성을 이해하기 위해 동적 체계이론(dynamical systems theory)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뇌는 동적 체계로 이해될 뿐만 아니라 몸과 동적으로 관계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몸은 다시 물리적 특성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특성을 갖는 환경과도 동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대조적으로, 인지 및 인간 경험에 대해, 전적으로 그리고 엄격하게, 뇌 기반적인 계산 과정이나 표상의 관점에서 주어진 설명은 분명히 “좁다”(narrow)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SG: '좁다'는 심리철학과 인지과학의 전문 용어입니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머리 속' 또는 '뇌 속'을 의미합니다. 대조적으로, 댄이 지적한 바와 같이, 행화적 접근은 지속해서 전개되는 뇌-몸-환경 간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넓은"(wide) 설명을 제공합니다.

DH: 그렇습니다. 우리가 넓은 관점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뇌가 세계에 대한 내부 표상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하는 뇌 기능에 대한 지배적 설명은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생각할 독립적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뇌에 국한된 인지에 대한 가정을 거부하고 넓은 관점을 채택한 연구자들은 뇌가 환경적 요인에 관여하기 위해 몸과 통합된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가정합니다. 제가 "급진적 행화인지"(radical enactive cognition)라고 부르는 행화적이고 생태학적인 설명의 가장 급진적인 형태는 뇌를 포함한 전체 유기체가 특정 환경이 제공하는 행위유도성에 동조하면, 설사 유기체가 세계에 대한 표상을 형성하지 않더라도, 기본인지(basic cognition)는 성립한다고 봅니다. 

SG: ‘기본인지’에 대해 더 설명해 주세요.

DH: 기본인지는 지각적이고 행위 지향적 과정을 의미하는데, 행화적 접근은 그 과정을 비표상적 방식으로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숀, 당신은 이 점을 수행을 설명하면서 이미 제시했습니다. 이제 숀이 이 모든 것이 능숙하고 예술적인 수행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말해줄 차례입니다.

SG: 그러지요. 수행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두 가지 기존 견해를 검토하는 것으로 시작하지요. 첫째는 수행을 주로 뇌 메커니즘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전통적인 좁은 견해입니다. 의심할 여지없이 뇌는 몸과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그러나 좁은 견해를 채택한 일부 이론은 뇌가 지능의 유일한 원천이고 몸의 비지능적 부분에 지침을 내려 수행을 지도한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하위차원의 몸적 과정(뇌 안의 운동 제어 과정)과 상위차원의 인지 과정(사고, 반성, 지각 모니터링 등) 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는 그 자체로 자동적이지만 후자는 뇌에서 발생하는 표상 과정 때문에 지능적인 것으로 가정됩니다. 

상위차원 과정은 자동적인 운동 과정을 조정하도록 설계된 하향식 지침을 내리는 것으로 가정되며, 그 지침은 수행을 정교하게 제어하는 데 필요한 지능을 전제로 합니다. 언뜻 보기에 이런 견해는 전문 수행자들이 때때로 자신이 하는 일을 자기 성찰적인 사고, 숙고, 계획, 예측, 행동에 대한 주의나 모니터링(실제로 이 모든 것은 하위차원 과정을 제어하거나 지도합니다)을 포함하는 것으로 설명한다는 사실로부터 잠재적인 지지를 받는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둘째 견해는 완전히 자동적인 과정에 초점을 두고 능숙한 수행을 설명합니다.

이런 견해에 따르면 수행 기술은 단순히 자동적인 습관의 발휘입니다. 얼핏 보기에, 이 견해는 전문 연주자들이 몸적 움직임을 자동화하기 위해 고안된 장기간의 진지한 연습이 필요하다는 사실로부터 잠재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성찰적 사고는 종종 수행의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많은 전문 연기자들은 ‘몰입’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것은 종종 몸이 제 할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무의식적 상태라고 생각됩니다.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설명은 본질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마음’을 이해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그 견해들은 마음을 몸적 움직임에 하향식으로 제어하는 기능을 하는 일종의 지적이고 표상적인 장치로 이해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첫째 견해는 능숙한 수행에 대한 하향식 제어 설명을 지지하고 둘째 견해는 그 설명을 거부한다는 점이죠.

DH: 행화적 접근은 그 두 가지 설명을 지나치게 극단적이라고 보는 건가요?
 
SG: 그렇습니다. 댄이 말했듯이, 인지에 대한 행화주의적 접근은 마음을 표상적으로 보는 표준적 견해를 거부하고 마음을 뇌-몸-환경 간 상호작용으로 보는 견해를 지지합니다. 행화적 모형에서는 수행이 항상 기본적으로 하향식 제어가 필요하다거나 또는 항상 기본적으로 자동적이라고 가정되지 않고서도 의식적일 수 있습니다. 

DH: 그렇다면 행화주의자들은 어떻게 능숙한 수행을 설명하는가요?

SG: 능숙한 수행에 대한 행화주의자들의 설명을 이해하는 한 가지 방법은 그것을 메쉬 아키텍처 모형(meshed architecture model)과 비교하는 것입니다. 원래 메쉬 아키텍처 모형은 위에서 제가 설명한 첫째 견해에 따라 하향식 제어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되었습니다. 우리는 첫째 견해에서 하위차원의 몸적 과정에 정보를 제공하는 상위차원의 인지 과정의 수직적 통합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수직적 영향에 포함될 수 있는 것에 대해 세 가지 수정을 제안하여 행화주의적 접근과 일치하는 모형을 개발했습니다. 

첫째, 우리는 운동 제어 과정이 그저 자동적이 아님을 깨달을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순전히 자동적이라면 운동 제어 과정은 모든 상황에서 동일한 몸적 움직임을 반복하겠지요. 우리는 경험적 연구와 상식을 통해 운동선수나 재즈 연주가와 같은 전문 수행자는 단순한 반복적 동작으로 수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상황의 변화에 ??적응합니다. 야구 선수나 축구 선수는 현재 상황(예를 들어 경기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위치와 움직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재즈 협주에 참여한 연주자는 자신과 동료가 연주하는 음악의 즉흥적 진행에 지속해서 적응할 것입니다. 훈련된 습관은 순전히 맹목적으로 반복적인 행동이 아니라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형태를 취합니다.

둘째, 수직적 축은 자동적이고 정감적인 몸적 과정, 즉 호흡, 심박수, 피로, 배고픔 또는 포만감, 통증 등과 같은 기본적인 몸적 과정뿐만 아니라 특정 정서 및 기분에 의해 복잡해진다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모든 요인은, 경험적 연구가 계속해서 보여주듯이, 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과 움직이는 방식을 조절합니다.

셋째, 메쉬 아키텍처 모형이 복잡한 현상을 다룰 수 있도록 추가적 축을 도입해야 합니다. 최소한 우리는 수행을 더 제한하거나 가능케 만드는 생태적이고 환경적(사회적, 문화적, 규범적) 요인을 포함하는 수평적 축을 인정해야 합니다. 인지, 자율, 정감, 운동 제어 과정과 같은 수직적 축의 과정은 결코 행위자의 환경과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들은 다른 행위자들을 포함하여 환경적 요인의 안정성과 변이에 맞춰져 있습니다. 수행이 나타나는 환경은 물리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규범적으로 정의됩니다.

예를 들어, 음악 공연의 경우 공연장이나 교회에서 연주하는 것은 경기장이나 술집, 야외에서 매우 다를 것입니다. 또한 친구들 앞에서 연주하는 것과 대규모 청중 앞에서 연주하는 것도 마찬가지이지요. 즉흥 연주와 기록된 악보로 연주하는 것은 연주의 외적 배열에서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상당히 다른 신경 과정을 낳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얼마나 능숙한지, 우리가 그들과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상호 작용했는지와 같은 요소들은 수행을 뒷바침하는 뇌-몸-환경의 역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물리적 배열, 사회적 관계, 문화적 관행은 모두 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분명히, 만약 그런 맥락에서 수행에 대한 완전한 설명을 원한다면, 우리는 넓은 견해를 채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행화적 접근이 주장하는 것입니다.

DH: 그러나, 아시다시피, 저는 우리가 메쉬 아키텍처의 제약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그것의 핵심 아이디어를 포기하면, 수직적 축과 수평적 축에 대한 주장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 주장은 뇌-몸-환경 간 상호작용의 역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실제로는 방해가 됩니다.

SG: 그 점에 동의합니다. 저는 메쉬 아키텍처 모형이 다소 정적이며, 우리가 고려해야 할 다양한 과정을 확인하는 데 유용한 첫 번째 단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런 다양한 과정과 요인 사이에 존재하는 인과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추가적인 방법론적 단계를 거쳐야 하고, 동적 분석을 사용하여 그것을 모형화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최근 몇몇 논문에서 제안한 3단계 방법입니다.

DH: 여러 가지 할 얘기가 많지만, 이제 행화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우리 연구가 매우 학제적이라는 점을 강조할 일만 남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경험적 연구는 스포츠과학, 운동미학, 정동신경과학, 사회심리학, 수행 연구 등의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SG: 그렇습니다. 우리 연구는 현상학에도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현상학은 연주자들이 공연하면서 무엇을 인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와 관련됩니다. 수행에 포함된 모든 과정이 의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의식적입니다. 공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무의식적 과정과 의식적 과정 간 관계를 이해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맞물려 있고, 그것들이 어떻게 육상과 예술에서 능숙한 수행을 제약하거나 가능하게 하는지를 이해할 때 고려해야 할 증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숀 갤러거(Shaun Gallagher) 멤피스 대학 교수 
미국 멤피스 대학의 릴리안 모리모스 우수철학교수이자 호주 울런공 대학의 펠로우이다. 훔볼트재단(Anneliese Maier) 연구 펠로우를 역임했고(2012~2018), 노르웨이 트롬쇠 대학(Tromsø University)의 명예 교수를 역임했다. 연구 분야는 현상학, 심리철학, 체화인지, 사회적 상호작용, 자아 개념, 해석학이다. 저서로 Action and Interaction(Oxford, 2020), Performance/Art: The Venetian Lectures(Milan 2021), The Phenomenological Mind(Routledge, 2021, 3판), Enactivist Interventions(Oxford, 2017), The Neurophenomenology of Awe and Wonder(Palgrave Macmillan, 2015), Phenomenology(Palgrave Macmillan, 2012), How the Body Shapes the Mind(Oxford, 2005)가 있다. The Oxford Handbook of the Self(2011)과 The Oxford Handbook of 4E Cognition(2018)의 편집자이고, Journal Phenomenology and the Cognitive Sciences의 편집인이다.

다니엘 후토(Daniel Hutto) 울런공 대학 교수 
뉴욕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2013년 호주의 울런공 대학으로 옮길 때까지 하트퍼드셔 대학에서 철학적 심리학 교수이자 철학과장을 역임했다. 현재 울런공 대학의 철학적 심리학의 교수이자 교양대학 학장이다. 자연과학을 존중하면서도 현대 자연주의의 비인격적 형이상학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인간 본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연구는 주로 심리철학, 심리학, 인지 과학의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행화주의와 체화인지에 대한 비표상적 설명을 철저히 주장하고, 공적 인공물로 이해되는 내러티브에 참여하는 것이 인간 형태의 인지를 뒷받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제안했다. 저서로는 Evolving Enactivism(MIT, 2017, with Erik Myin), Radicalizing Enactivism(MIT, 2013, with Erik Myin), Folk Psychological Narratives:(MIT, 200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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