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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중심적 자유주의’를 넘어서
‘자기중심적 자유주의’를 넘어서
  • 이하준
  • 승인 2022.05.30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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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 문성훈 지음 | 사월의책 | 596쪽

과거의 사회적 자유주의에 결별을 선언하고
무한 경쟁사회에서 친밀감의 협력사회로 재구성

철학이 ‘자기 시대의 아들’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철학은 구름위에서 내려와야 한다. 2022년 지금 여기 시간의 비판정신으로서 철학은 직장동료와 친구그룹 등에게 마음이 풀어질 때 나올 수 있는 각자의 삶의 역사에서 추출된 농익은 생활철학으로 보는 세상에 대한 시선, 비정규직 노동자, 무늬만 정규노동자인 사람들의 허허로운 웃음, 의미와 가치를 묻지 않고 “삶과 죽음을 건 무한경쟁” 사회에서 숨어든 이름뿐인 ‘공정경쟁’, 서열화가 낳은 뿌리 깊은 열등감과 자존감의 훼손, 상호인정이 아닌 승리제일주의에 몸과 영혼을 빼앗긴 사회를 자신의 철학적 사유의 주제로 삼아야 한다.   

 

문성훈 서울여대 교수(현대철학)가 펴낸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가 바로 시대의 아들을 자처하는 책이다. 이 책은 몇 가지 미덕은 갖고 있다. 첫째,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사유를 전개한 수십 명의 이론가들을 머릿속에 두고 그들과 부분적으로 또 전체적으로 이론적 대결을 시도했다는 데 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이론 생산적이다. 논자의 오랜 학문적 연마와 내공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은 두 말할 이유가 없다. 둘째, 논제화 자체가 강단철학적 관심에서가 아니라 실천적 관심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저자의 1차적인 목적이 사회적 자유주의의 정치이념과 규범을 제시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인 관심이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사회적 자유를 실천할 수 있는가에 있음을 저작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이 책은 사회적 자유의 실현을 위해 체계적이고 입체적인 논증전략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실천적, 제도적 측면에서만 접근하지 않고 친구 관계, 연인 관계, 가족 관계 등과 같은 개인적 관계 차원만이 아니라 시장경제 행위 차원과 민주적 의지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민주적 공론장을 동시에 다루는 미시·거시 방법론을 상보적으로 활용하는 미덕을 보여준다. 넷째, 셋째의 미덕으로 인해 이 책은 사회·경제·문화·교육 관련 정책 입안자와 집행자들에게 자유의 사회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우리 사회의 사회적 자유주의 실현을 위한 성찰적 정책발상을 자극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이 기대된다. 다섯째, 이 책은 이 땅을 혼탁하게 만드는 당파적 지식인이나 유행 쫓아 사는 속성지식인들, 사건마다 호들갑 떠는 가벼운 학자들, 사회학적 상상력의 빈곤을 훈고학적 수사로 포장하는 도덕주의 직업교수들, 인문학자임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근자에 등장한 유사 인문학자들, 여전히 ‘학문하는 자세’만 강조하는 웅변가들에게 ‘비판적 지식인’의 역할과 ‘성찰적 우리 학문 하기’의 미덕을 보여준다.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를 관통하는 문제의식은 명료하다. 논자는 이념적으로나 실천적 차원에서 제한적 자유주의와 사이비 능력주의로 나타나는 ‘자기중심적 자유주의’를 넘어서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제이자 그것의 이념적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 자신의 과제임을 분명히 한다. 과잉 경쟁, 제로섬 게임, 서열화,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을 묻지 않는 승리 제일주의를 수반하는 자기중심적 자유주의의 대안으로 논자가 제시하는 대안이 바로 사회적 자유주의다. 사회적 자유주의가 말하는 ‘사회적 자유’란 개인적 자유를 포함해 “타인과의 일체감과 상보성을 통해 실현되는 ‘협력적 자아실현’을 의미”한다. ‘새로운’이라는 수식어를 논자가 굳이 붙이는 까닭은 자유주의의 한 흐름을 점유했던 과거의 사회적 자유주의와의 결별을 선언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사회주의’의 규범적 토대를 제공하기 위해 논자는 ‘경쟁’. ‘경쟁주의’, ‘능력주의의 이론적 허위와 사적, 사회적 폐해 현상들’에 논의를 집중하며 거기로부터 협력적 자아실현, 사회적 자유의 정치이념과 규범을 이끌어낸다. “경쟁 자체를 축소하고 우리 사회 자체를 협력적으로 재구조화함으로써 대한민국을 경쟁사회에서 협력사회로 재구성”하자는 것이 논자의 기본입장이다. 논자는 방법론적 대안으로 친밀성의 관계에서의 협력적 인정관계 구축으로부터 시작해 기본소득제, 득표수 비례대표제, 협동조합의 활성화와 조합 간의 협력 네트워크 구축, 대학평준화 등을 제시한다.     

서평자는 현재의 한국사회에 대한 문성훈 교수의 진단 내용과 이론적 대안으로서 사회적 자유주의를 제시한 점, 실천적 대안으로 그가 제시한 다양한 정책방향과 제도들에 대해 100% 공감한다. 다만, 여기서는 그의 역작 『새로운 사회적 자유주의』의 더 나은 완전성을 위해 한두 마디 보태고자 한다. 먼저 새로운 정치이념의 규범적 토대 제시를 목표로 하지만, 사회학적 상상력이 더 많이 동원되었으면 좋다고 본다. 경험적 사회과학이 충실히 동원된 사회적 자유주의를 논구한다면,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중요한 정치사회 철학의 저작을 넘어 ‘변증법적 사회비판이론’의 한 전형이 될 만하다. 호네트의 철학적 문제의식과 인정이론적 사회분석의 장점을 전유하면서 자신의 사유를 밀고 가는 힘을 느끼게 하면서도 긴가민가한 호네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한다면, 이 책은 백년의 생명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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