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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불확정성 원리’…양자역학의 논쟁들
‘관찰자·불확정성 원리’…양자역학의 논쟁들
  • 이한구
  • 승인 2022.06.0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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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가 말하다_『양자이론과 물리학의 분열』 칼 포퍼 | 이한구·이창환 옮김 | 철학과현실사 | 376쪽

현대물리학의 가장 격렬한 논쟁인 미시세계 해석
확률 계산의 해석과 환원으로 양자역학에 답변할까

이 책은 칼 포퍼(1902∼1994)의 『Quantum Theory and the Schism in Physics』(1982)를 번역한 것이다. 이 책은 『과학적 발견의 논리』의 후속편 3부작 중의 III권이다. 

 

양자역학의 해석을 둘러싼 대결은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여러 논쟁들을 상세히 추적하면서, 양자 이론의 주도적인 몇몇 해석에 대한 전면적인 비판을 가한다. 즉 양자역학의 유명한 역설을 해결하고, ‘관찰자’를 내쫓는 해석들이 그것이다. 또한 양자역학의 해석에 대한 문제들은 핵심적으로는 확률 계산의 해석에 대한 문제들로 환원될 수 있다는 전제 위에서, 확률의 성향 해석을 새롭게 제시한다.

세 가지 쟁점이란 (1) 비결정론 대 결정론 (2) 실재론 대 도구주의 (3) 객관주의 대 주관주의이다. 이 세 가지 쟁점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나 파동 다발의 환원 같은 문제들과 연관해서 일어난다. 더욱 일반적으로는 확률의 해석을 둘러싸고 발생한다. 이때 분열은 크게 보면 비결정론·실재론·객관주의를 한편으로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결정론·도구주의·주관주의로 나누어지지만, 자세히 보면 복잡하게 상호 얽혀 있기도 하다. 예컨대 아인슈타인, 드 브로이, 슈뢰딩거, 그리고 봄은 실재론자이면서 결정론자이지만, 확률 해석에서는 주관주의자들이다. 정통 코펜하겐 학파를 대표하는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비결정론자이면서 도구주의자들이다. 이런 두 분열을 치밀하게 논의하고 있는 칼 포퍼는 일관되게 비결정론자이면서 실재론자이고, 동시에 객관주의자다.

 

세계는 실재하는가 해석되는가

비결정론자들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실성 원리에 기초하여 미시세계의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결정론자들은 현재의 우리의 인식 능력으로는 미시 세계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지만, 과학적 지식의 성장에 따라 언젠가는 예측이 가능하게 된다고 응수한다. 논쟁은 치열했지만, 결국 미시 세계는 예측 불가능한 비결정론의 세계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 논쟁은 현대 물리학의 가장 격렬한 대결이었다.

과학 이론의 성격을 둘러싸고 실재론과 도구주의 역시 대립한다. 실재론은 이론이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세계를 기술하고 설명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한다. 이에 반해 도구주의는 이론을 세계에 대한 기술과 설명으로 보지 않고, 세계를 우리 나름으로 해석하는 도구로 간주한다. 이 도구주의의 출발은 과학이 종교를 대체할지도 모른다고 염려한 벨라르미노 추기경과 버클리 주교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세 번째 대결은 주관주의와 객관주의의 대결이다. 주관주의는 관찰이 관찰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이고, 객관주의는 관찰에서 주관의 영향을 배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고전 물리학자들은 관찰이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만 관찰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았다. 반면에 관측자의 행위가 양자의 존재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보어, 하이젠베르크 등을 중심으로 한 코펜하겐 해석이다. 객관주의자들은 여러 새로운 실험 장치들을 통해 ‘관찰하는 주관’이 전혀 없는 실험들을 할 수 있으며, 주관의 영향을 배제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논리 위에서, 객관주의자들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관찰하는 주관 때문이 아니라, 세계의 본성상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슈뢰딩거의 유명한 고양이 실험도 이때 등장했다.

이 책의 서론에서 포퍼는 양자역학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13가지 논제로 제시한다. 그는 양자역학의 가장 중심적인 문제는 통계적인 문제이며, 통계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본질적으로 통계적인 답변을 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도 양자역학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논쟁의 핵심이 무엇이며 왜 그리고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이한구 
경희대 석좌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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