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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신뢰성·정직성’이 K속도의 과제
‘안전성·신뢰성·정직성’이 K속도의 과제
  • 유무수
  • 승인 2022.06.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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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_『K속도 한국 경쟁력의 뿌리』 임정덕 지음 | 흔들의자 | 348쪽

1960년에서 2017년까지 경제규모 386.8배 증가
프리드만 교수, 경제성장·소득상승이 민주주의 촉진

  
한국은 20세기 세계의 가장 빈곤한 후진국에서 30여년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빠른 속도로 거의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나라다. 한국은 1960년에서 2017년까지 경제규모가 386.8배 증가했다(같은 기간 미국은 35.7배 증가). 한국의 변화 속도는 세계역사에서 유례가 없다. 임정덕 부산대 명예교수(경제학)는 바로 그 속도가 한국인 경쟁력의 원천이며 장점이라고 주장하면서 장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더욱 바람직하게 가꾸어 나가자고 제안한다.

 

4·19 직후, 5·16군사정권이 산업화를 추진하지 않았어도 오늘날과 같은 성장과 번영을 이루었을 것인가? 저자에 의하면, 그 시대를 직접 체험한 세대의 대답은 ‘불가능’이다. 4·19 직후 민주화 시대는 데모공화국이라는 명칭이 생길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고속도로를 건설하려 할 때 당시 야당 정치 지도자들은 건설현장에 드러누워 결사반대했다. 프리드만 하버드대 교수(경제학과)는 역사적으로 경제성장과 소득상승이 민주주의를 촉진하지만 그 반대의 관계는 성립하지 않음을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20세기 이후 전 세계에서 민주화가 선행하여 산업화에 성공한 예는 없다. 

한국인의 국민평균 IQ지수는 106으로 107인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다. 북한과 일본은 105로 3위다. 미국은 98로 15위, 이스라엘은 94로 45위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빠르게 성취한 한국은 문화,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한류열풍을 일으켰다. 2020년 현재 43개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베트남에서는 제1외국어가 한국어다. 인도는 중국어 대신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했다. 2021학년도 서울대 국문과 대학원 재적생 115명 중 41명이 18개국 출신 유학생이며, 한국 전체 국문과 대학원에서 39%가 외국인이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놀라운 발전과 성취를 이룰 수 있는 한국인이 과거에는 왜 가장 못 사는 나라였으며, 북한은 왜 여전히 후진국일까? 저자에 의하면, 같은 사람(원재료)이 어떤 체제(조건)나 환경에서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졌다. 조선의 역사는 물려받은 제도를 보호하려는 지배계층의 승리로 속도본능이 억제됐다. 규제에는 이유와 사정이 있고 미시적으로 타당성이 있지만 속도를 억압하는 속성을 지닌다. 북한은 이론상으로만 고상해 보이는 평등·평준화를 우위에 두는 사회공산주의 체제이기에 속도가 경쟁력으로 꽃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없다. 속도가 강점으로 드러나려면 일정 수준의 경제적·기술적·사회적 여건, 혁신과 변화의 시도를 뒷받침해주는 정치사회적인 여건이 필요하다. 저자는 역사상 세계 최고의 혁신적 발명품의 하나인 한글이 널리 보급되는 여건이 조성되고 당시 세계의 선두 수준이었던 인쇄술과 결합되었더라면 조선의 위상과 명운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빨리 빨리’가 ‘대충 대충’과 결합할 때 속도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성급하게 지은 백화점이나 다리가 붕괴하는 것은 그 예이다. 질적인 측면도 고려하면서 이전의 속도에 의한 경쟁력을 유지·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저자는 경제력과 사회문화의 분위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연관효과·파급효과·상승효과에 의해 속도의 장점을 지닌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도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자에 의하면 ‘안전성·신뢰성·정직성’이라는 질과 함께 하는 속도를 지켜나가는 것이 지속가능한 K속도이며 우리의 과제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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