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2:15 (수)
"디지털 리터러시만 중시, 문자 리터러시 경시 부른다"
"디지털 리터러시만 중시, 문자 리터러시 경시 부른다"
  • 강일구
  • 승인 2022.05.25 0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교양교육연구소협회, ‘디지털 시대, 인문 리터러시’ 관련 학술대회 지난 20일 개최
이경규 교수, “독서·토론·글쓰기 등 기존 리터러시가 바탕 될 때 다른 리터러시도 효과”
대학교양교육연구소협의회는 ‘디지털 시대, 인문 리터러시와 교양교육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제5회 학술대회를 지난 20일 개최했다. 사진=픽사베이
대학교양교육연구소협의회는 ‘디지털 시대, 인문 리터러시와 교양교육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제5회 학술대회를 지난 20일 개최했다. 사진=황영미 교수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상대적으로 비판적 사고력이 약해질 수 있다.” “디지털 콘텐츠의 수업 활용 시, 교재에 나오는 텍스트 읽기와 병행해야 한다.” 

대학교양교육연구소협의회는 ‘디지털 시대, 인문 리터러시와 교양교육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제5회 학술대회를 지난 20일 개최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한 근본적 한계부터, 고전을 통한 리터러시 연습의 사례, 호모 센수스(감각중심 인간)인 학생들을 위한 글쓰기 수업 방식 등이 공유됐다.

김민옥 부산외대 교수(만오교양대학)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활용한 글쓰기 수업 운영 노하우를 공유했다. 그는 글쓰기 수업에서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디지털을 통해 정보를 얻고 비판하고 수용하며 자신의 견해를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봤다. 또한, 디지털 리터러시는 완성된 능력이 아니며 미디어에 대해 접근, 분석, 창작, 성찰, 행동하는 능력으로 나가는 과정으로 봤다. 그는 학생들이 총체적 감각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 메시지를 구성·평가·분석·수용해 새로운 메시지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과 이를 통해 공유하는 소통 능력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디지털 리터러시 글쓰기 수업에서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그림, 사진, 그래프 등을 찾을 수 있는 사이트 정보 제시 △시각 디자인보다 맥락 이해 및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 강조 △글쓰기 윤리에 관한 교육 등을 제시했다. 

채석용 대전대 교수(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는 디지털 리터러시가 중시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외된 비판적 사고력 교육의 문제를 짚었다. 채 교수는 디지털 리터러시는 보고 듣고 말하기 등 이미 인간이 보유한 능력에 대한 활용이고, 문자 리터러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파력을 갖고 있다면서도 이로 인해 문자 리터러시가 경시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문자 리터러시를 억누른 디지털 리터러시 사례로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 힘이 20대 남성들을 향해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쓴 것을 들었다. 채 교수는 “합리적 설명 없는 페이스북 문구는 비판적 고찰의 대상이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라며 비판적 사고력 교육 강화의 중요성을 제안했다.

채 교수는 일방향의 정서 전달을 하는 데만 머물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위험성을 진단하며 토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토론은 선형적인 일방향 활동이 아니라 순환적인 양방향의 활동이며 이런 토론의 역동성은 ‘의미의 순환’이라는 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를 보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경규 계명대 교수(타불라라사칼리지)는 고전교육 방법론의 사례로 계명대 수업인 ‘교양 세미나’를 들었다. ‘교양 세미나’는 학생들에게 한 학기에 4권의 책을 읽도록 하며 독서, 말하기와 토론, 글쓰기를 진행하는 수업이다. 해당 수업은 홈페이지에 독서토론장을 마련해 학생들이 책을 읽는 중에 생긴 의문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교수는 해당 수업의 특징 중 하나로 칼 포퍼식 토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주장할 기회를 한 번씩만 주는 칼 포퍼식 토론은 팀원 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고 주어진 논제에 충실해야 한다”라며 “포퍼식 토론을 통해 비판적·논리적 사고를 함양하고 소통의 질서를 배운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글쓰기 수업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해당 수업에서 학생들은 책을 읽는 과정에서 자유롭게 온라인에 글을 작성하거나 독후감 2회 작성, 노트쓰기 등을 한다. 수업에 참가한 학생에게는 30페이지 정도의 노트를 주는데, 이 교수는 “사적인 글을 쓰든 책에서 좋은 구절을 베껴 쓰든 손 글씨의 재미와 효과를 맛보게 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수업에서 활용된 책 중 하나인 『구운몽』을 통해, 고전에 대해 학생들이 갖고 있던 오해가 어떻게 풀리고 학생들의 텍스트 해석에 따른 변화 모습을 공유했다.

이 교수는 지식의 반감기를 적용하면 대부분 학문은 10년이 넘어가지 않지만,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고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전의 지혜를 재생산하는 데 구현된 것이 독서, 토론, 글쓰기와 같은 활동이라며 새로운 리터러시도 기존의 리터러시가 바탕이 될 때 효과가 배가된다라고 말했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