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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쓰면 자기객관화, 영적 의식 생긴다
일기 쓰면 자기객관화, 영적 의식 생긴다
  • 유무수
  • 승인 2022.05.2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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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재난과 위기의 시대』 김철규 외 5인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 229쪽

창작연대·저자 명확한 최초의 한글 병자일기
인생무상 토로하며 자기 의식 명료하게 응시

2019년부터 2022년 2월까지 고려대 문과대학에서는 ‘고성방가(高省芳歌: 깊은 성찰, 아름다운 울림)’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학문 분야의 고전들을 다각도로 조망한 온라인 강연을 시행했다. 고성방가의 오프라인 강의록인 이 책은 한국을 포함한 동서양의 다양한 고전작품들(『침묵의 봄』, 『흐트러진 머리칼』, 『실낙원』, 『병자일기』, 『페스트』,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다루고 있다.

 

 

조애중(1574∼1645)은 1443년에 창제된 한글을 익혔기에 한글로 일기를 쓸 수 있었다. 『병자일기』는 창작연대와 저자가 명확한 최초의 한글일기이며 조애중이 겪은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의 상황, 노비가 200명이 넘는 가문의 대소사 일처리, 남편과 자식의 부재로 인한 불안과 고독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당대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다. 

조애중에게는 4남 1녀의 자녀가 있었으나 모두 생전에 죽었다. 두 아들과 딸은 일찍 죽었던 것으로 보이며, 일기에 주로 등장하는 사람은 13세와 25세에 각각 세상을 떠난 아들이다. 25세의 아들에게 있던 며느리도 같은 해에 세상을 떠났다. 조애중은 세상을 떠난 자녀의 생일날이면 제사를 지냈다. “…제사에 참례하였다. 신주를 보니 숨이 막히는 듯하고 정신이 아득하기만 하다. 세월이라 흘러가지만 어느 때 어느 날에나 잊을까. 어여쁘던 얼굴이 생생하고 그리운 일만 생각하면 간담이 쪼개지는 듯, 베어지는 듯, 아이고, 꿈에나 나타나 보이려무나…”

정우봉 고려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병자일기』에서 “화자는 인간존재와 인생의 무상감을 토로하였다… 작가가 자기를 의식하는 것은 ‘일기 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명확해지고 명료해졌다. 달리 말해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인생을 대상화하여 응시하고 있는 자세가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샤란 메리엄은 『성인학습론』(아카데미프레스, 2009)에서 일기 쓰기의 주관적 효용은 자기객관화를 통해서 자신을 정의한 다음 관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기 쓰기는 “억압된 것들이 밖으로 드러나도록” 해준다. 「노인 학습자의 일기 쓰기」(2003, 교육 노년학)에 의하면, 일기 쓰기는 자신이 무엇인가 말할 만한 의미 있는 것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고, “깊은 생각 그리고 가끔씩은 새로운 차원의 영적 의식”을 갖도록 해준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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