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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은 추락, 인스타그램은 부상…그 이유는?
코닥은 추락, 인스타그램은 부상…그 이유는?
  • 유만선
  • 승인 2022.05.26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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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만선의 ‘공학자가 본 세상’ ⑬

10만 명 넘는 직원 거느린 코닥은 시대변화에서 낙오
13명으로 시작한 인스타그램은 공감효과로 거대 성장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지만, 정보화 시대 이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에 의해 생기는 또 하나의 변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은 어떤 세상을 우리 앞에 가져올까? 코닥과 인스타그램의 사례를 통해 그 모습을 일부 살펴볼 수 있다.

 

코닥과 인스타그램은 2012년을 분기점으로 대전환을 맞이 했다. 거대한 몸집의 코닥은 파산신청을 했고, 아이디어로 무장한 인스타그램은 급부상했다. 이미지=코닥·인스타그램 홈페이지

코닥(Kodak)은 1892년 조지 이스트만에 의해 설립된 회사로 이후 아날로그 사진과 관련된 필름이나 사진기로 크게 성장했다. 필자가 어렸을 때 사진기 필름을 다른 말로 ‘코닥 필름’이라 불렀을 정도이니 당시 코닥이 사진 관련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어느 정도였을지 대충 상상이 간다. 실제로 1976년 미국 내 필름시장의 90%, 카메라 시장의 85%는 코닥이 차지하고 있었다.

인스타그램(Instagram)은 2010년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케빈 시스트롬 등에 의해 설립된 회사로 ‘즉시’라는 뜻의 영어표현인 인스턴트(Instant)와 ‘전보’를 뜻하는 텔레그램(Telegram)의 합성어로 회사이름이 지어졌다. 회사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회사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촬영한 사진을 특정 주제(해시 태그)나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동료들에게 즉시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2007년 스티브잡스의 역사적인 아이폰 프레젠테이션을 시작으로 급속도로 성장한 모바일 기기 확산에 힘입어 인스타그램의 가입자는 출시 두 달 만에 백만 명이 넘었으며, 1년이 채 되지 않아 천만 명을 넘게 되었다. 현재 인스타그램의 가입자는 20억 명이 넘는다.

2012년은 위에 언급한 두 회사가 극적인 순간을 맞은 해였다. 2012년 1월 19일 코닥 미국법인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서 자구책을 마련하려 분투했음에도 불구하고, 10만 명이 넘는 직원이 몸담고 있는 거대한 기업의 몸집을 유지하기에 세상의 변화는 너무 빨랐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그 무서운 성장속도에 두려움을 느낀 거대 SNS기업 ‘페이스북’에 2012년 4월 약 1조 원에 인수되었다. 당시, 일부에서는 그 가치가 과대평가되었다고 하였지만,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라는 기업가치 분석회사에서 밝힌 바로 2018년 기준 인스타그램의 가치는 111조 원이 넘었다. 페이스북이 결코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은 셈이다. 보다 놀라운 사실은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인수될 당시 인스타그램의 직원 수는 고작 13명이었다는 데에 있다. 

 

아이디어로 수요자 욕구 더 강화

13명에 불과한 인력으로 2년도 안되어 1조 원의 가치를 인정받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경제학에서 말하는 생산의 3요소인 토지, 노동, 자본 중 어느 것도 큰 영향을 주었을 것 같지 않다. 그보다 훨씬 중요했던 것은 바로 ‘아이디어’이다. 사진이 그저 시각 정보를 담는 매체가 아닌, 누군가에게 공개함으로써 공감을 얻는 효과적인 도구라는 것에 착안하고, 필터효과와 해시태그 기능 등을 지원하여 수요자의 욕구를 더 강화시킨다는 설립자 케빈 시스트롬의 아이디어가 있었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싶고, 네트를 통해 기꺼이 서로 연결되고자 하는 SNS 상품(서비스)의 가치가 생겨난 것이다.

반면, 생산에 필요한 노동의 가치는 약화되고 있다. 원본과 똑같은 복제가 가능하고, 심지어 그 과정에 별다른 비용이 들지 않는 디지털의 특성 상, 물건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이는 비단 IT기업의 서비스 상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ICT와 융합한 디지털 제조가 확산되면서 제조업 생산성 또한 크게 향상됐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공식 통계자료에 따르면 1996년 이래 제조업 생산이 2016년까지 70퍼센트 이상 치솟았지만, 일자리는 3천만 개 또는 전체 일자리의 25%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회 속에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내고 그것에 부응하는 물건이나 서비스를 고안해 내는 기업가들에게 접근 가능한 많은 데이터와 AI가 지원하는 현재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를 제공해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묵묵하게 생산과 경제를 뒷받침하던 노동자들에게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가들의 도전적인 사업들을 지원하고, 또 전환의 시기에 위기에 노출될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때이다.

 

 

 

유만선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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