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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논의 좀더 필요…“미국식 로스쿨 대안 아니다”
로스쿨 논의 좀더 필요…“미국식 로스쿨 대안 아니다”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5.12.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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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학교수회장에 취임한 이기수 고려대 교수

▲ © 고대교우회보

로스쿨 도입이 확정되면서 한국법학교수회장의 역할이 꽤나 중요해졌다. 지난 5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가 제시한 로스쿨 설치안을 보면 로스쿨 총정원 수를 결정함은 물론, 각 대학의 개별 정원까지 확정하는 데 관여하도록 돼 있다. 로스쿨을 준비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한국법학교수회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중요성을 감안한 듯 지난달 1일 한국법학교수회는 창립 43년 만에 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했다. 3명의 후보가 올랐고, 대의원의 90%가 투표에 참가하는 등 시종 뜨겁고 긴장된 분위기가 계속됐다.


최종 당선자는 이기수 고려대 교수. 이 교수는 1972년부터 실무를 담당했고, 1988년부터 사무총장, 부회장, 수석부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한국법학교수회의 산 증인이다.


2006년 역시 대학가의 화두가 될 로스쿨 설립. 대학과 법학 교수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신임 한국법학교수회장은 로스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들어봤다.

△중요한 시기에 한국법학교수회장이라는 중책을 맡았습니다. 부담감은 없습니까.
“저는 지난 1972년도부터 한국법학교수회 일을 도왔습니다. 물론 사무총장, 부회장, 수석부회장 등 공식적인 직함을 갖고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88년부터입니다. 약 32년간 한국법학교수회 일을 한 셈인데, 중요한 시기가 언제인가는 오리라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한국법학교수회는 이상적인 로스쿨 설립 안이 무엇인지 오랜 시간동안 고민해왔습니다. 로스쿨 시행과 관련해 2005년에 특히 이야기가 많았지만, 그에 대한 대처방안 역시 강구해왔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정부의 로스쿨 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정부 로스쿨안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애초 정부의 로스쿨안은 총정원을 1천2백명으로 제한하고, 그 중 80%의 로스쿨 졸업생만이 변호사자격시험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결국 9백60명~1천명의 법조인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현재 사법시험 합격자수입니다. 이렇게 되면 로스쿨 도입은 사법시험을 로스쿨입학시험으로 대체하는 효과밖에 없는 것입니다.
정원 문제 외에도 로스쿨 유치 대학의 학부과정 폐지, 연구자 양성 등도 문제입니다. 예컨대 로스쿨을 유치하지 못한 대학에서는 법대생을 길러내는 데도 법조인을 양성하지는 못합니다. 그 학생들이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습니까. 학자 양성에 있어서도 정부 안에서는 ‘석사학위 과정을 둘 수 있고, 특별한 경우에는 박사학위 과정을 둘 수 있다’는 가능성만 열어두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제대로 논의하지도 않았습니다.
일본의 경우 로스쿨 도입을 급하게 시도하면서 여러 문제들이 불거져 나와, 이제야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급하게 로스쿨을 도입하는 것보다, 일본의 로스쿨 시행을 좀 더 지켜보며 약 10년 정도 더 준비해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로스쿨안은 무엇입니까.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인 일본 로스쿨의 경우를 놓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국식 로스쿨처럼 케이스 스터디를 하다보면, 기본 용어 설명을 강의하다 시간이 모두 지나간다고 합니다. 예컨대, ‘담보’, ‘저당권’ 등의 개념을 이해해야만 케이스 스터디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꽤나 오랜 시간동안 해설식 강의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육법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공부를 마친 다음, 케이스 스터디로 가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로스쿨을 2년제로 한다면, 법과대학 4년을 마친 학생은 그대로 2년 동안 수학케 하고, 비법대 졸업생은 기본 육법을 중심으로 13과목, 39학점을 먼저 수강케 한 다음 특별법을 공부하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법대졸업생은 로스쿨을 2년 만에 비법대 졸업생은 3년 동안 로스쿨을 다니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로스쿨 과정을 마치면 국가시험을 치러서 70% 정도의 졸업생들에게 변호사 자격을 주는 것으로 해야 합니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보자면 학부과정인 법과대학을 존속시키고, 일반대학원, 로스쿨 등 3개의 법학교육기관을 둬야 한다고 봅니다. 로스쿨을 법무연구과, 일반대학원을 법학연구과로 구분하는 일본처럼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로스쿨 설립은 일정한 기준만 넘으면 설립될 수 있는 ‘준칙주의’로 가야 합니다. 로스쿨 총정원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3천명 이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안은 협의가 필요합니다.”


△로스쿨 설립을 준비하는 대학들이 31개 대학이나 각 대학이 처한 위치에 따라 생각하는 로스쿨 설립안이 다릅니다. 이들 대학의 입장을 어떻게 아우를 생각입니까.
“현재 각 대학이 로스쿨 유치 때문에 엄청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안대로 일부 대학만이 유치에 성공한다면 후유증이 대단할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로스쿨안 대로 한다면 어느 대학이든 승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각 대학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한국법학교수회의 안이 만들어지는 대로 부산, 대구, 광주, 전주, 대전, 인천, 춘천, 서울, 제주 등지를 돌면서 세미나를 개최하고 지역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의견을 모으려고 합니다.”


△로스쿨 안에 대한 교수들의 입장을 어떻게 관철시킬 생각입니까.
“정보에 의하면 정부의 로스쿨 안에 대해 대법원, 법무부도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법학교육을 정상화시키고 능력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길은 제가 앞서 말씀드린 로스쿨 안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독일에 12년, 미국에 3년, 일본에 1년 정도 나가 있으면서 느낀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법 제도 자체가 독일식이니 대학원 과정으로서의 로스쿨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점을 설득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법대 교수들이 저희에게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그래서 1월 20일에 로스쿨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고, 그 자리에서 한국법학교수회의 로스쿨 안을 천명하려고 합니다.”


△로스쿨 대학 확정 시 한국법학교수회장이 역할 매우 중요합니다. 지방의 법대 교수들은 로스쿨의 지방 분산 설립 시 어떠한 잣대를 적용할지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또, 신임회장이 서울의 메이저 대학 출신이기 때문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번 한국법학교수회장 선거 시 그러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법학교수회장직을 맡고 있음에도 고려대 교수라고 해서 고려대의 이익을 위해 일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1972년부터 32년간 한국법학교수회에서 일을 해왔고, 법학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왔습니다. 로스쿨 역시 법학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로스쿨 대학 확정 시 필요한 기준도 지방 중소 규모 대학에 해가 가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을 만들어 낼 계획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독자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내내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지방대 교수들의 의견을 듣고, 한국법학교수회가 가지고 있는 안도 논의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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