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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었다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었다
  • 최승우
  • 승인 2022.05.18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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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348쪽

그 누구도 모범으로 삼지 마라
“평생을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살았던 57인의 삶과 투쟁”

이단아(異端兒)는 ‘전통이나 권위에 맞서 혁신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을 아웃사이더, 소수자, 반항인, 저항인, 예외자 등으로 부를 수 있고, 아방가르드(전위), 선구자, 선각자, 예지자, 예언자, 지성인, 사상가 등으로도 부를 수 있다. 그러니 주류와 대척점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의사들의 기득권과 싸운 의사인 마이클 샤디드는 의대 입학을 제한함으로써 의사협회가 의사의 공급을 줄이고 의사의 수입을 올리는 독점 관계를 형성한다고 보고, 의사들의 의료 행위를 약탈적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의사협회에 반기를 들고 의사들의 ‘의료 이기주의’를 비판했던 것이다. 결국 의사협회는 그의 의사 면허증을 박탈하고 의사협회에서 퇴출시켰다.

누구보다 사회적이면서도 반사회적인 반항아였던 헤르만 헤세는 자기 존재를 통해 개인적이고 정신적인 삶의 불멸성을 보여주었다. 즉, 그는 스스로 왕따를 자처하며, 개성은 개인이 찾는 것이지 누구도 그 개성을 대신할 수 없다고 했다. 그 누구도 누구의 모델이 될 수 없으며, 그 누구도 모범으로 살지 말라고 경고했다. 제인 애덤스와 장 지오노는 어떤 이데올로기에도 가담하지 않은 자유인이었고, 이시도르 파인스타인 스톤은 권력과 거리를 둔 영원한 아웃사이더였다. 토리 모리슨은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저항했으며, 현계옥은 만주 벌판에서 여성해방과 민족해방을 위해 싸웠고, 호세 무히카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자,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간소하게 살았다. 도로시 데이는 홈리스를 위해 ‘환대의 집’을 열었고, 에드윈 캐머런은 게이와 레즈비언의 평등을 위해 싸우며 차별금지 헌법을 만들어냈다.

박홍규의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었다』는 루이즈 미셸부터 나오미 클라인까지, 사상과 행동의 이단아들과 프란시스코 고야부터 히치카스까지, 문학과 예술의 이단아들을 다룬다. 이들은 모두 시대와 세상 또는 나라의 주류가 아니라 비주류, 즉 대세에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간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본주의와 국가와 기득권과 싸우고, 엘리트주의를 거부하고,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반전운동을 벌이고, 여성해방을 부르짖고, 평화주의를 외치고, 자발적 가난을 선택하고, 환경운동의 선봉을 섰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평생을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살았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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