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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건강을 위해...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출간 화제
정의로운 건강을 위해...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출간 화제
  • 김재호
  • 승인 2022.05.13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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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 김준혁 지음 | 반비 | 248쪽

2022년 4월 18일부로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되었다. 3년째 이어져온 팬데믹 사태를 점차 ‘엔데믹(풍토병)’ 체제로 전환하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이를 통한 일상 회복은 과거 사스나 메르스에 선언되었던 완전한 종식을 뜻하지 않는다. 

정부는 얼마 전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집단면역 달성이 쉽지 않아 “소규모 유행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또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려우며 “개개인이 스스로 감수할 위험을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진입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자가 상황을 판단해나가면서도 각자도생으로 흐르지 않고, 어떻게 개인과 사회가 ‘함께’ 다시 건강해질 것인가를 모색하는 일이다.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코로나19가 제기한 주요한 이슈와 과제를 낱낱이 살피고 그에 답하는 책이다. K-방역, 건강 불평등, 환자의 우선순위, 백신과 인권, 돌봄, 장애와 노화, 가족 이데올로기, 혐오와 차별, 인간중심주의의 한계, 휴먼 챌린지라는 논쟁적 사안에 이르기까지, 첨예하고 근본적인 주제들을 의료윤리의 관점에서 아우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건강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들이 던져진다. 

고정된 상태 아닌 동사로서의 건강이란 무엇일까? 사회, 경제, 환경을 건강 자체의 구성 요소로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진정 건강하려면 ‘누구’부터 ‘무엇’까지의 건강을 고려해야 할까? 국가가 시혜적으로 지키는 국민의 건강 개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감염병을 둘러싼 14가지 주제를, 건강 개념을 재정의하는 작업이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날카롭고 새로운 질문은 의사이자 의료윤리학자인 저자 김준혁의 이력에서 비롯된다. 의료 현장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 그리고 보건의료 문제에 관한 인문학적 통찰과 감수성을 결합한 접근법의 힘이라 할 만하다. 그로부터 개인의 구체적인 건강 문제부터 보건의료 정책 전반까지를 다각적으로 다뤄낸다. 

이제껏 나온 팬데믹 관련 책들이 정치경제 시스템의 변화 같은 거시적 논의를 다루거나 여러 분야 각자의 문제 제기를 엮은 책이 주를 이뤘다면, 이 책은 분명하고 일관된 문제의식에서 팬데믹의 다양한 국면을 세심하게 비평하는 동시에, 팬데믹을 우리 삶의 아주 구체적인 결정 과정과 일상의 과제와 연결 짓는다.

 

건강을 다시 정의할 때 우리에겐 미래가 있다

다시 건강해져야 할 ‘우리’는 누구일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해 기존의 건강, 의료, 돌봄,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답한다. 건강의 구성 요소에 질병의 유무나 혈압, 혈당, 체질량 지수 등의 정상 측정치보다는 손 씻기, 실내 환기, 운동 같은 건강행동(health behavior)의 수행 여부를 포함시키자고 주장한다. 이런 전환이 이뤄질 때 가령 헬스장에 갈 만한 경제적, 사회적 여력이 없는 사람에게 건강행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일은 ‘공정’한 것이 된다. 

나아가 저자는 ‘인간’ 중심주의의 근대적 기획에서 배제된 비서구인,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 어린이와 노인 등 사회적 약자를 “초청”하는 탈인간중심주의를 말한다. 이런 주장은 당위로만 제시되지 않는데, 건강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이론 틀로서 내가 건강하려면 “상호연관성을 지닌” 인간, 동물, 환경 세 영역이 모두 건강해야 하고, “그 건강은 올바른 생물학적 실천을 통해 구현되어야 한다”는 ‘원헬스(One Health)’ 개념을 소개한다.

 

김준혁 교수는 돌봄에서 소외된 이들이 위해 탈인간중심주의와 원헬스를 강조한다. 사진=연세대 치과대학

또한 이 책은 돌봄 없는 복지, 돌봄 없는 의료의 한계와 문제점을 검토한다. 그와 함께 장애인과 노인의 (탈)시설화를 주요하게 다룬다. 격리시설은 고질적인 인권 침해 문제를 안고 있을뿐더러, 시설 내 코로나19 집담감염 사태처럼 안전과 보호라는 명분이 지켜지지도 않는 방식이다. 하지만 “탈시설화는 단지 지역 바깥의 시설에서 지역 내 돌봄시설로의 전환”이 아니라, 사회가 “장애인, 노인과 함께 살 수 있는 장소로 바뀌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함께 사는 법은 곧 “함께 돌보는 법”이다. 이러한 건강, 돌봄, 트랜스휴먼 개념의 확산과 실천은 곧 초유의 재난을 야기한 ‘이전’의 세계로 역행하지 않고 ‘이후’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에 값한다. 코로나19가 드러낸 한국 사회의 생생한 민낯을 종합적으로 성찰하는 『우리 다시 건강해지려면』에서 건강과 질병이라는 인간 삶의 기본 조건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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