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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대학사회 주요 흐름들
2005 대학사회 주요 흐름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5.12.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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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8일 확정된 교육부 대학구조개혁방안은 2005년 한해 거친 풍랑을 예고했다.  ‘국립대’를 중심으로 대학구조개혁이 본격화 된 올해,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통제위주의 정책집행은 교수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고, 국립대 교수 1천여명이 거리 시위에 나서는 등 교육부 정책의 불신과 갈등이 극에 달했다. 사립대는 연차별 전임교원확보율을 맞추느라 대거 교수임용에 나서는 한편, 열악한 재정현실에서 교수 신분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임용도 남발돼 교수사회의 비정규직화 현상도 심화됐다. 그러나 연이어 터져 나오는 연구비리와 교수임용 불공정 사례 적발, 표절 논란 등 교수사회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라 교수사회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교수업적평가기준이 강화되면서 ‘철밥통’시대도 저물어 가는 한편으로, 부당 사유로 재임용 탈락을 당했던 서울대 김민수 교수와 세종대 김동우 교수의 복직과 해직교수의 구제절차 마련은 대학의 임용권 남용에 제동을 거는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휘몰아친 구조개혁…통합이어 법인화까지

올 한해를 통틀어 대학과 교수사회의 화두는 단연 ‘대학구조개혁’으로 모아진다. 뒤늦은 ‘IMF’를 맞고 있다고 할 만큼 위기의식이 고조됐고, 진통이 잇따랐다. 누구나 구조개혁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구조개혁이 불가피할 만큼 대학교육이 부실해진 원인과 해법마련에는 대학과 정부사이에 이견이 컸다. 대학은 OECD국가의 평균에도 못미치는 교육재정의 여건에서 대학설립준칙주의로 무분별하게 대학설립 인가를 내준 교육부에 일차 책임을 물었고, 교육부는 비효율적인 대학운영 시스템과 무사안일에 빠진 교수사회를 지목했다.

교육부는 모든 재정지원사업에 대학구조개혁 실적을 반영해 추진했고, 대학들은 진통을 겪으면서 교육정책 실패로 인한 책임을 대학에만 전가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추진되는 사안마다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걸림돌로 제기됐다.

하지만 ‘대학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는 구호아래 대학구조개혁이 본격적으로 단행됐다. 특히 올해 구조개혁의 중심은 ‘국립대’였다. 국립대는 대학운영 시스템 개혁을 목표로 권역별 통·폐합 추진에 이어 국립대 특수법인화 추진, 총장 간선제 원칙이 도입됐다.

권역별로 공주대-천안공업대, 부산대-밀양대, 전남대-여수대, 강원대-삼척대가 통폐합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구체적인 통합절차에 들어갔다. 최근엔 충북대와 통폐합을 추진하다 무산된 충남대가 공주대와 ‘짝을 바꿔’ 통합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뒤늦게 통합논의에 들어갔다. 반면, 경북대와 상주대, 경상대와 창원대는 통합논의를 진행하다 내·외부 구성원 반대 등으로 결말을 짓지 못했다. 최근에는 백종국 경상대 기획처장이 권역별 거점 국립대 중심으로 대통합을 하자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국립대 통폐합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 5월 김 부총리는 “대학이 스스로 법인화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법인화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겠다”며 그동안 검토한 적 없다던 교육부의 입장을 180도 돌려 놓았다. 이에 교수들은 ‘관료 업적주의’의 산물로 교육부는 국립대 특수법인화 이전에 교육재정부터 확충하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급기야 지난 9월에는 해방이후 최대 규모의 교수 거리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한 교수는 “국립대 법인화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그동안 누적돼 온 대학의 위상과 권위 추락에 따른 교수들의 위기 의식, 통제위주의 교육부 정책에 대한 울분이 터져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국립대 법인화는 교육부 뿐만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도 제기돼 국회 교육위원회 이주호 의원(한나라당)이 지난해에 이어 최근엔 ‘서울대 통합 법인’ 법률안을 입법추진중에 있다.

한편, 국립대의 총장 선출방식도 개선돼 지난 5월 3일 국립대가 총장선거를 실시할 경우 선거관리위원회에 위임한다는 내용을 담은 교육공무원법이 개정됐다. 국교련은 지난 10월 26일 '개정 교육공무원법'이 “대학의 자치와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청구서와 가처분신청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기도 했다.

대학구조개혁을 둘러싸고 정부와 대학구성원간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는 통제위주의 정책추진과 함께 근본적으로 교육재정 확충이 담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은 “공교육의 비중을 높여야 하는데도, 구조개혁이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방기와 시장화로 전락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면서 “국․공립대의 확대와 고등교육재정확보를 통한 교육환경의 상향 평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국립대학지원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교수사회 비정규직화 심화

교수사회의 비정규직화도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2002년 연세대가 처음 도입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가 전국대학으로 확산됐다. 교육부는 교수의 신분불안 초래, 단기계약 확대, 악용의 소지 등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육과정의 탄력적 운용과 대학간 이동성 제고하는 긍정적 측면을 들어 비정년트랙 교원을 ‘전임교원’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유기홍 의원은 정책자료집 ‘대학교원실태 분석’을 토대로, 지난 2003년 이후 재계약 횟수를 제한함으로써 정년을 보장하지 않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수제’가 대학에 급속히 퍼져 일반대 52곳, 전문대 21곳 등 73곳이 도입한 상태이며, 2003년 2백72명이었던 것이 올해에는 5백45명으로 2배 가량 급증했다고 밝혔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강의전담교원’으로 임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년트랙 교원이 받고 있는 급여의 78%, 주당 11시간의 강의, 재계약 횟수도 1회 혹은 2회로 제한돼 있었다.

지난 10월에 열렸던 국회 교육위원회의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 및 산하기관에 대한 확인감사에서 유기홍 의원(열린우리당)은 김진표 교육부총리에게 “대학들이 교원확보율을 올리려고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를 악용한다”라면서 시급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도 했다.  

최근 김종서 배재대 교수는 ‘민주법학’ 통권 29호에 실린 ‘비정년트랙 교원 제도 비판’이라는 논문을 통해 “비정년트랙 교원은 전임교원으로서 갖춰야 할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단지 열악한 처우가 개선된 형태의 시간강사로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제도의 위법성 논란, 계약 만료 교원의 소송 제기 등 논란의 여지가 많아 이를 둘러싼 잡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대학 命運 건 로스쿨·BK21 유치전

대학과 교수사회의 최고 관심사는 로스쿨과 2단계 BK21 유치 여부다.
교수임용에서부터 시설투자, 대학정책결정의 정점에는 이 두가지 ‘대형사업’이 핵심적인 고려사항으로 제기됐다.

대학간 생존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면서 대학의 명운을 가늠짓는 분위기가 더욱 확산됐다. 로스쿨은 일류대학으로서의 대학 이미지와 명예에 직결되는 것으로 인식됐고, 7년간 2조1천억원이 지원되는 2단계 BK21사업은 지난해 누리사업에 이어 더욱 치열한 양상을 보여줬다.

로스쿨 유치를 위한 대학들의 집중투자는 유치 실패로 인한 후유증이 염려될 정도다. 왠만한 대학들은 로스쿨 교육장으로 쓰일 ‘법학관’을 마련했고, 올해만해도 법과대에 1백52명의 교수를 새로 임용했다. 특히 올해는 법조계 경력을 가진 실무진 충원에 대거 나서 대학간 영입 경쟁이 한층 가열되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 마련에 법조계와 법학계가 ‘정원’과 인가방식 법학교육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사법개혁위원회가 내놓은 로스쿨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전히 논란을 빚고 있다.

이와 함께 2단계 BK21 사업도 대학의 지각변동을 일으킬만한 중요 사업이라는 인식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마찬가지다.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전환과 학사학위과정의 모집단위 광역화, 연구중심대학 기준의 전임교원 확보율 등 대학구조개혁 추진과 연계되면서 교육부와 대학간의 갈등과 불만이 교차했다. 특히 1단계 BK21 사업과는 달리 산학협력을 강조하면서 기초과학분야에 대한 홀대와 선택과 집중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가속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역 대학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 두가지 ‘대형사업’은 지역균형발전차원에서도 지방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계속돼 왔다. 2006년 선정결과를 놓고 정부 정책 평가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될 전망이다.

교수 ‘철밥통’시대 끝났다

계약제 도입 4년째를 맞이한 교수사회의 ‘철밥통’시대도 끝났다. 지난 2002년 계약 임용제가 시작되면서 정년보장은 사실상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이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각 대학마다 교수업적평가기준을 한층 강화하면서 연구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승진·승급심사도 강화되면서 직급정년이 도입돼 일정 기준을 채우지 못하고 대학을 떠나는 교수들도 하나둘씩 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대학마다 50~60%를 차지하고 있는 정년보장 교수의 연구력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정교수 승급심사 기준 강화는 물론 정년보장비율을 낮추는 대학들도 늘고 있어 그야말로 ‘정년보장은 옛말’이 됐다.

반면, 교육·연구 등 업적이 우수한 교수에게는 미리 정년보장을 해주고 집중지원하는 ‘스타교수’육성도 올해 두드러졌다. 교수사회도 능력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동서대, 인하대, 서울대 등은 학문분야별로 최우수 교수에 대한 대우수준과 연구여건을 개선하고 우수 교원 유치를 위해 전략적인 ‘스타교수’ 육성방안을 연달아 발표했다. 성균관대도 지난해부터 최우수 교수에 대해 특별연구지원과 명예를 부여하는 ‘올해의 펠로우’를 시행중이다.

이같이 연구실적·업적주의가 팽배해 지면서 학문의 자율성도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학문분야별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인 평가기준 때문에 단기과제에 매몰돼거나 연구에 치중해 교육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대학도 생존경쟁의 시장구조에 편입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교수사회 도덕성 도마에 올라

올해는 대학과 교수사회의 비리와 고질적 관행이 여지없이 파헤쳐 져 교수사회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7월 서울대 공대 교수 2명이 연구비리로 구속된 이후 검찰이 5개월 넘게 교수의 연구비 횡령 수사 결과를 최근 발표하면서 서울대, 연세대 등 명문 국·사립대 교수들이 추가로 사법처리되면서 교수사회의 연구비리가 낯낯이 드러났다. 연구여건이 열악한 현실이지만 대학 외부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지난 3월 감사원이 16개 국·사립대를 진행한 '대학재정지원사업집행 실태 감사' 결과에서도 연구비로 개인 땅을 사거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 받는 방식으로 연구비를 유용한 교수 23명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 뿐만 아니다. 지난 8월엔 국회 교육위원회 최순영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04년도 교원인사 관련 자체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이후 3년간 전국 10개 국립에서 이뤄진 교수공채를 감사한 결과, 심사 부적정 등의 불공정한 사레가 35건이 적발돼 주의·경고·경징계 등의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여전히 ‘내사람 뽑기’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

교수사회의 표절도 도마에 올랐었다. 교수신문이 지난 6월 6일, 표절 논란을 게재한 이후 교수신문에는 표절 제보가 빗발쳤었다. 표절 의혹이 제기돼 왔던 논문들이었다. 표절 의혹을 받은 교수들은 “학계의 관행”이라는 이유를 제시했는데 여전히 무감각한 현실을 반영하기도 했다.

올해 1월, 3일만에 교육부총리에서 물러난 이기준 전 서울대 총장의 사례는 한편으로 교수사회의 자성을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교수신문 기고를 통해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정치학)는 근래에 더욱 높아진 교수사회의 도덕적 불감증을 지적했다. “한 사회의 정신적 엘리트집단이 앞에서는 도덕과 정의를 말하면서 뒤에서는 탐욕적인 기득권층·엘리트층으로 존재할 때, 그 사회가 좋은 사회가 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과거와는 달리 대학조차 생존 경쟁의 시장구조에 편입되고 있는 지금, 한 사회의 정신적 보루가 돼야 할 교수사회의 도덕 불감증을 새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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