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진흥재단이 지원하고 있는 '학술명저번역총서' 동양편 결과물들이 최근 며칠 사이 상당한 종수와 분량으로 출간됐다. 비전공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이름만 들어왔던 고전들을 한글로 만나볼 수 있다는 마음에 가슴이 설렐 법하다.
이번에 출간된 책의 목록은 '전등삼종'(전2권, 주릉가 교주, 최용철 옮김), '중국시율학'(전4권, 왕력 지음, 송용준 옮김), '상군서'(상앙 지음, 우재호 옮김), '노자 도덕경 하상공장구'(이석명 역주), '춘색 매화 달력'(다메나가 슌즈이 지음, 최관 옮김, 이상 소명출판 刊) 등 5종이다.
여기엔 총 51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는데, 중편소설 '가운화환혼기'와 장편서사시인 '지정기인행'을 제외하고는 모두 단편소설이다.
특징은 대부분의 작품들이 문인들이 꿈과 환상 속에서 용궁과 천상, 저승을 오가며 얽혀지는 애틋한 사랑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는 것. 역자는 그것이 "원말명초의 혼란한 사회 속에서 민초의 삶을 함께 조명하면서 환상체험을 그린 것"이라 말하는데, 신비롭고 기이한 중국소설의 오랜 전통을 여기서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중국인들이 오랫동안 모호하게 알고 있거나 소홀히 다루어오던 격률상의 많은 문제들을 제기하는 한편, 이를 풍부한 예문을 통해 명쾌하고 상세하게 귀납하여 호평을 받기도 했다.
특히 저자는 많은 전거로서 시를 인용하고 있는데, 시 번역이 현대인의 문학감각에 맞게 잘 이뤄졌다는 점은 이 번역본의 큰 장점으로 보인다. 역자는 원서에는 나오지 않는 인용된 시가의 출전을 일일이 확인하여 전후 맥락 속에서 번역함으로써 정확한 번역에도 애쓰고 있다.
이러한 상벌의 구체적인 내용은 농업과 전쟁의 장려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으며, 아울러 상벌의 실행은 또한 권세에 의지해야 하기 때문에 권세의 작용도 매우 강조하였다. 요컨대 상앙의 정치학설은 강한 힘을 기본으로, 법치를 주제로, 권세의 지시대로, 상벌을 수단으로, 농사와 전쟁을 요체로, 부강을 종지로, 칭왕을 목적으로 삼는 정치의 모든 것을 담은 총체적인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상앙은 메디치 왕자에게 '군주론'을 헌사한 마키아벨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유학자들의 이상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으며 모두가 혐오하는 전쟁을 기렸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가장 날카롭게 비판받은 사상가 중 한명이었다. 한대 이래 소식에 이르기까지 학자들은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기 부끄러워하였으나, 제왕들은 상앙의 이론과 원칙을 잘 실현하였다. 마키아벨리가 재평가되었듯이, 동양의 군주론인 '상군서' 또한 오늘날의 관점에서 재평가되어야 마땅하리라.
전설적 인물인 '하상공'에 의해 지어졌다는 이 책은 현존하는 노자 주석서들 중 가장 오래된 것이다. 물론 '하상공장구' 성립 이전에도 전국 말 '한비자의 '유로' 등이 전해지고 있었지만, 대부분 단편적인 풀이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에 비해 '하상공장구'는 당나라 시기까지 노자를 공부하는 가장 기본교재로 널리 읽혔던 책이다.
처음에는 그것에 내재된 양생론적 성향으로 인해 주로 도교 사람들에 의해 중시되면서, 도교도들이 필수적으로 익혀야 할 경전으로 채택되었다가 점점 각계각층으로 퍼졌다.
역자는 백서본, 곽점본 '노자'가 발굴되어 번역까지 된 이 시점에서 "왕필본이 하상공본에 비해 더 우수하느니 하는 것은 소모적 논쟁"이라며 '노자'에 대한 열린 접근과 균형적인 시각을 확보하는 데 이 책이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문학사적으로는 이 작품에 의해 '人情本'이라는 소설장르가 확립되었으며, 일본 근세문학과 근대문학을 연결하는 고리로 평가되고 있다.
내용을 보면 유곽을 주된 배경으로 해서 5명의 여인이 3명의 남자를 둘러싸고 펼치는 연애담이다. 상대에게 노골적이나 직설적으로 자기 심정을 드러내는 것을 삼가고, 부드러운 화법을 구사하며, 화려한 옷2보다는 수수한 남색옷을 입고서 살짝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내는 하얀 목덜미로 상대의 마음을 끌줄 아는 세련된 멋을 갖춘 여인들의 모습은 일본의 독특한 미의식인 '이키'(意氣)의 미학을 드러내기도 한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