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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95]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라 '풀'이다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95] 대나무는 '나무'가 아니라 '풀'이다
  • 권오길
  • 승인 2022.05.10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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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순대
외떡잎식물로 죽순이 대나무가 된 다음에, 부름켜(형성층)가 없어서 해마다 부피 자람(비대생장)을 못하는 탓에, 대는 나무(tree)가 아니고 풀(plant)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조선일보(2022.03.14.) 김준호 기자가 경남 거제에서 보낸 기사(‘청량한 맹종 죽향이 몸에 스며드니, 시름이 싹 가시네’)를 골자(骨子)만 뽑아서, 첨삭하였다.

지난 10일 경남 거제시 하청면 맹종죽(孟宗竹) 공원은 대나무 종류인 맹종죽 3만여 그루가 숲을 이루어 진한 죽향(竹香)으로 가득했다. 이곳 공원 이름을 ‘숨소슬(숨이 트인다는 의미)’로 지었다. 최대 높이 20m 넘게 자라는 맹종죽은 햇빛을 가릴 정도로 빽빽하게 자랐다. 맹종죽은 가장 굵은 대나무종으로, 줄기 지름이 20~30㎝에 달하고, 높이는 10~20m까지 자란다. 국내 최대 맹종죽 군락지로 약 80%가 거제에 있다.
거제가 맹종죽 고장이 된 것은 1926년 일본 규슈 지방으로 산업 시찰을 갔던 이곳 주민이 맹종죽 3그루를 가져와 심은 것이 계기가 됐다.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식물이다 보니 사람 손을 거치지 않고도 군락을 이뤘다. 맹종죽은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대나무 품종 중 가장 굵다. 전남 담양의 ‘솜대’ 지름이 10cm인데, 맹종죽은 20cm에서 최대 30cm에 이른다. 

맹종죽은 이름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옛날 중국에 맹종(孟宗)이라는 효자가 있었는데 병상에 있던 어머니가 한겨울에 죽순 요리를 찾았다. 눈 쌓인 대밭에 죽순이 있을 리 만무했다. 죽순을 구하지 못한 맹종이 대밭에 꿇어앉아 눈물을 흘리자 하늘이 감동해(至誠感天) 맹종의 눈물이 떨어진 눈 속에서 홀연히 죽순이 솟아났다고 한다. 효심이 지극할 때 사용하는 사자성어 ‘맹종설순(孟宗雪筍)’이 여기서 유래했다. 그래서일까 맹종죽은 죽순으로 유명하다. 특히 맹종의 죽순은 아삭한 식감과 단단한 육질, 담백한 맛이 특징이라고 했다. 또 다 자란 맹종죽은 밑동이 굵고 속이 비어 있기에 잘라서 필통이나 수저통, 연필꽂이 등 각종 공예품의 재료로 쓰인다.

맹종죽(孟宗竹)의 다른 말은 죽순대(竹筍-,Phyllostachys edulis)이며, 볏과(科, family) 왕대속(屬, genus)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더운 지방인 중국/대만이 원산지이다. 키가 10~20m(일본에는 28m짜리도 많이 있다 함) 정도이며, 죽순을 채취하기 위해 널리 재배한다. 대나무 줄기는 녹색에서 황록색으로 변하며, 어린 가지에 털이 있다. 

마디의 고리는 1개씩이고, 죽순은 5월에 나오며, 잎은 작은 가지 끝에 보통 5~6개씩 달리고, 길이 7~10cm, 나비 10~12mm의 바소꼴이며, 가장자리에 잔 톱니가 있다가 곧 없어진다. 죽순대란 말은 ‘죽순을 먹는 대나무’라는 데서 유래하고, 왕대나 솜대보다 비교적 일찍 죽순이 나오며, 키는 왕대에 버금가고, 줄기는 훨씬 굵다.

호남죽(湖南竹), 죽순죽(竹筍竹), 일본죽(日本竹)이라고도 한다. 높이 10~20m, 지름 20cm 정도로 대나무 중 가장 굵다. 죽순(竹筍)을 싸고 있는 여러 겹의 껍질인 죽피(竹皮)에는 흑갈색의 반점이 있고, 윤기가 적으며 매우 단단하다. 한국에서는 남부지방에 드물게 재배하는데, 죽순을 식용하고, 정원수로도 쓰이며, 크게 자라지만 재질이 무르기에 세공용으로 쓰지 못한다. 또 지하경(地下莖, underground rhizomes)으로 번지는 무성생식과 꽃에서 생긴 열매로 퍼지는 유성생식을 한다.

5월경에는 죽순(bamboo shoots)이 올라온다. 지름은 20cm이고, 마디 사이는 40cm 이상인데, 아래쪽일수록 마디 사이가 점차 짧아지고 줄기는 굵어진다. 처음에는 마디 사이에 흰 가루가 있으나 점차 떨어져 없어진다. 다른 대나무에 비하여 죽순이 가장 먼저 나오고, 얼룩덜룩하고, 털이 있으며, 줄기 마디의 고리 모양은 한 개다. 

그리고 조선 시대의 윤선도(尹善道)가 지은 연시조인 오우가(五友歌)가 있으니, 수(水)·석(石)·송(松)·죽(竹)·월(月)을 다섯 벗으로 삼았다. 오우가의 다섯째 수에서는 “나모도 아닌 거시 플도 아닌 것시/곳기 뉘시기며(누가 시켰으며) 속은 어이 뷔연다/뎌러코(그렇게)시(四時)예 프르니 그를 됴하노라.”라 하여, 속이 빈 대나무의 무욕(無欲)을 읊고 있다.

그런데 과연 줄기가 딱딱한 대나무가 ‘나무’일까? 오우가에서도 ‘나무도 아니고 풀도 아닌 것이’라 했지만, 대는 결코 나무(목본)가 아니고 풀(초본)이다. 외떡잎식물로 죽순이 대나무가 된 다음에, 부름켜(형성층)가 없어서 해마다 부피 자람(비대생장)을 못하는 탓에, 대는 나무(tree)가 아니고 풀(plant)이다. 그래서 오래된 대나무 줄기에도 나이테(연륜, 年輪, annual ring)가 없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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