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12-08 14:43 (목)
카리스마 리더를 다시 본다
카리스마 리더를 다시 본다
  • 민경택
  • 승인 2022.05.11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전·역사로 본 21세기 공공리더십 ⑩_민경택 충남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사진=하버드대 휴튼 도서관
허먼 멜빌. 사진=하버드대 휴튼 도서관

흰고래를 소재로 한 소설 『모비딕』(Moby-Dick)은 미국 19세기 낭만주의 소설을 대표하는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의 모든 작품 중에서 최고의 걸작이다. 『모비딕』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아합(Ahab) 선장은 포경선 피쿼드호(Pequod)에 탑승한 거친 성격의 다양한 인종의 선원들을 강력한 카리스마로 잘 통제한다. 그는 자신의 유일한 항해 목적이며 복수의 대상인 흰고래 모비딕의 추격에 모든 선원들을 일사불란하게 동참하게 함으로써 모두 죽음으로 내몰지만 고전적인 카리스마 리더의 전형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멜빌은 아합 선장을 신체적인 외모와 성격 묘사에서 그리스 및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들처럼 카리스마를 지닌 영웅다운 면모를 지닌 인물로 그리고 있다.

멜빌은 『모비딕』의 전체구조를 전형적인 비극을 모방하여 비극의 원인과 주인공의 비극적인 행위와 운명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합을 비극 주인공으로 만들기 위해 모비딕을 불가해한 모든 악의 상징으로 신격화하고 아합으로 하여금 그것에 대해 불가능한 도전을 감행하게 한다. 그는 아합의 성격에서 희랍비극 주인공의 특성인 ‘오만’(hubris)과 같은 ‘비극적 결함’(tragic flaw)을 설정한다. 일반적으로 희랍비극에서 오만은 지나친 자만의 죄이며 이것은 그의 운명 이전에 가지고 있는 필연적인 결함이다. 이러한 오만은 카리스마 리더에게는 필요충분조건처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카리스마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휘되고 좋은 결과를 낳는데 기여할 수도 있지만 만약 나쁜 방향으로 작용된다면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합을 카리스마 리더로 보고 그의 선장으로서의 지도력을 카리스마 리더십과 관련지어 분석할 때 카리스마의 리더나 리더십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살펴볼 수 있다. 일면 아합이 자신의 개인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무고한 선원들을 끌어들여 모두 죽게 만든 것은 카리스마 리더가 잘못된 판단과 목표설정을 하고 오만함으로 그 선택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구함으로써 카리스마의 권력을 사유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가 멜빌은 아합 선장의 악에 대한 비범한 의식과 그의 의지의 선택에 의한 불가능한 도전을 비극의 주인공처럼 영웅화하고 신화처럼 미화시킴으로써 동정심과 비애감을 유발시켜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도 하지만 그의 카리스마가 가지고 있는 권위의 사유화는 카리스마 리더십의 어두운 측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카리스마 리더십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극명하게 공존하기 때문에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에게 중요한 것은 도덕과 윤리적인 측면에서 리더의 가치 추구의 지향점이다. 한편 카리스마 리더는 강력한 권력 또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리더가 그 권력을 사적인 목적을 위해 아니면 집단이나 조직의 전체 구성원들을 위해 사용하는지 또는 그 목적과 수단이 도덕과 윤리적인 측면에서 정당성을 담보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리더십에서 카리스마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리더십이 윤리적인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지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리더십 연구는 리더십의 다양한 유형분류와 함께 그 리더십의 긍정적인 면과 동시에 부정적인 측면이 집중적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카리스마 리더십도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분석과 함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보통 카리스마 리더십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잘 발휘되면 한 조직이나 사회에서 발전적인 변혁을 빠르게 일으킬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의 변곡점에서 많은 카리스마의 리더들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여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어떤 사회에서도 강력한 카리스마 리더십은 분명 필요하고 선망의 대상이지만 항상 오만이나 자아도취 같은 부정적인 측면을 경계해야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민경택 충남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충남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현대영어영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주요저서로는 『White Fang & Other Stories』(2020, 편저), 『19세기 미국소설 다시읽기』(2019, 단독), 『The Call Of The Wild & Other Stories』(2018, 편저), 『미국소설과 서술기법』(2014, 공저), 『영화로 읽는 영미소설1-사랑이야기』(2010, 공저), 『모비딕 다시 읽기』(2005, 공저), 『미국소설 명장면 모음집』(2004, 공저), 『비극적 세계에서 희망찾기-멜빌과 그린의 작품세계-』(2004, 단독), 『알파 미국문학사』(2003, 공역) 등이 있다. 그 밖에 미국소설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