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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청산’ 정치, 로마를 어떻게 퇴보시켰나
‘적폐청산’ 정치, 로마를 어떻게 퇴보시켰나
  • 유무수
  • 승인 2022.05.13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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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지도자 본색』 김덕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72쪽

정적을 제거하고 재산을 나눠가진 로마의 술라
로마를 분열·내전으로 이끌며 혼란의 반복 양산

로마사 전문가인 김덕수 서울대 교수(역사교육과)는 지도자를 뽑는 시간은 낮의 밝음과 밤의 어둠이 공존하는 황혼의 시간,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 시간에는 개와 늑대가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개를 선택하면 안전하지만 늑대를 선택하면 위태해진다. 이 책은 로마사를 통해 8가지 지도자 유형을 살펴본다.

 

‘적폐청산’은 술라(기원전 138년~기원전 78년)가 일인자였을 때의 핵심이슈였다. 평민파인 마리우스파와의 세력다툼에서 승리한 술라는 정적의 명단을 작성하여 제거하고자 했다. 정적의 재산은 술라와 그의 지지자들이 나눠가졌기에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그는 정적이 소유했던 노예 수만 명을 해방시켜 ‘내 편’으로 만들었다. 이후 술라는 자기 당파인 원로원의 힘을 강화하는 조치도 추진했다. 술라의 적폐청산 정치는 로마를 분열과 퇴보의 흐름으로 굴러 떨어지게 만들었다. 술라 사후 로마는 내전을 겪으며 혼란을 반복했다.

로마의 최전성기를 이끈 지도자는 트라야누스(53년~117년)였다. 그는 속주 출신이었지만 ‘정의로운’ 시스템을 통해 로마의 황제가 될 수 있었다. 황제의 사재를 나눠주는 시혜적 복지가 아니라 국가제도로서의 복지정책을 처음으로 실시한 네르바 황제는 트라야누스를 후계자로 키웠다. 황제가 된 트라야누스는 겸손하고 절제된 성품의 인격자였다. 그는 원로원과 평민 등 로마를 움직이는 구성원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추구했고, 민생안정에 중점을 두고 더욱 체계적인 복지정책을 추진하며 태평성대의 로마를 가꿨기에 위대한 황제로 칭송됐다. 

정적을 적폐로 규정하여 잔인하게 탄압하는 ‘피를 부르는 청산형’,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나만 옳다는 고집형’, 자신의 업적을 만인에게 알리는 홍보에 세심했지만 왕처럼 군림하려 한 ‘선을 넘는 자기 심취형’ 등은 로마의 발전에 해악을 끼쳤다. 정도를 걷는 뚝심, 귀족파와 평민파의 통합, 함께 다스리는 협치, 민생안정의 추구 등이 지도자의 본색이었을 때 로마는 번영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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